이재명도 검찰도…연휴 반납하고 대장동 ‘총력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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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나홀로 檢출석’ D-4, 공개 일정 없이 진술 대비
檢, 28일 조사 이후 李 체포동의안 청구 기류
비명계 반발 잡아라…李 연일 ‘통합’ 메시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례‧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관련 검찰 출석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 대표는 물론 검찰도 지난 설 연휴를 반납하고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인 모습이다. 

이 대표가 기소된다면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공방은 국회의 손으로 넘어간다.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비명(비이재명)계 일각에선 ‘포스트 이재명’에 대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 측은 일단 당내 통합을 주문하는 동시에 민생을 강조하며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 시장 상인들을 만난 뒤 검찰 소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 시장 상인들을 만난 뒤 검찰 소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연휴 동안 ‘대장동’ 올인한 이재명, 대응 전략은

2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28일 검찰 출석 일정을 앞두고 설 연휴 기간 내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나흘간의 연휴 동안 별다른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검찰 소환 조사 대비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대응 전략은 이번에도 ‘침묵’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소환 조사 당시 A4용지 6장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한 뒤 진술을 최대한 아끼는 방어 전략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위례‧대장동 사건 관련 소환 조사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취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대비해 검찰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3부(부장검사 엄희준·강백신)는 설 연휴를 모두 반납하고 보강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제1야당 대표를 소환 조사하는 것인 만큼, 검찰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무리한 뒤 늦어도 내달 초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위례‧대장동 사건을 묶어 영장을 청구하고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기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당 안팎에서도 검찰의 기소를 가정하고 대비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 의혹’과 관련해 1월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b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 의혹’과 관련해 1월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br>

심상찮은 비명계 움직임…‘포스트 이재명’ 가시화?

검찰이 실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정치권 공방은 체포동의안 가결로 옮겨 붙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일찌감치 불체포특권 활용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적법하게 권한을 행사한다면 당연히 수용하겠지만 경찰복을 입고 강도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민주당이 169석을 확보한 국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변수는 민주당 내 이탈표다. 비명계 일각에서 ‘이재명 방탄’ 비판을 의식해 체포동의안을 가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특히 최근 비명계가 ‘포스트 이재명’에 대비하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여, 야당 안팎에선 긴장감이 맴돈다. 김종민‧이원욱 의원 등 당내 비명계 의원 30여 명이 참여한 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오는 31일 공식 출범한다. 또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된 정책연구 포럼 ‘사의재’는 지난 18일 창립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계파적 움직임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당 안팎에선 이재명 체제 이후 구심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통합’ 강조하고 ‘민생’ 방점 찍고…이재명의 ‘투트랙’

일단 이 대표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단합’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연휴 중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민주당이 주저 없이 민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 하나 된 힘으로 야당 탄압에 맞서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28일 소환 일에 ‘나 홀로 출석’ 방침을 굳힌 것도 당내 통합을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비명(비이재명)계 사이에서 분출하던 ‘분리 대응’ 주장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여겨져서다. 실제 이 대표의 나 홀로 출석 방침 결정 이후 이원욱‧조응천 등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잘한 결정”이라며 이례적 호평을 보내기도 했다.

동시에 이 대표는 호남을 찾아 민심을 다지고, 민생 관련 메시지를 쏟아낼 전망이다. 이 대표는 설 연휴 직후인 오는 2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전북을 찾아 ‘국민 속으로, 경청 투어’를 연다. 이 자리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을 만나고 현장 최고위원회를 여는 등 ‘텃밭 민심’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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