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 뜬다…최대 변수 된 ‘결선투표’ 향방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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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전당대회 김기현‧나경원‧안철수 3파전 예상
결선 투표시 비윤계 표심 향방에 당권 갈릴 듯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던 나경원 전 의원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이 설 연휴 직후 공식 출사표를 던지면, 국민의힘 당권 경쟁 구도는 사실상 ‘김기현‧나경원‧안철수’ 3파전으로 굳어진다. 이 경우 결선투표에 따라 당권이 갈릴 전망이라, 벌써부터 후보별 손익계산에 분주해진 분위기다.

24일 나경원 전 의원 측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오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입장을 직접 내놓는다. 그동안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고심을 이어갔던 만큼, 이 자리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사태를 매듭지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는 나경원 전 의원(왼쪽부터)과 안철수·김기현 의원 간 3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시사저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는 나경원 전 의원(왼쪽부터)과 안철수·김기현 의원 간 3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시사저널

장고 이어가던 나경원, 25일 ‘결심’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일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로부터 불출마 압박을 받아왔지만, 일찌감치 “후퇴는 없다”는 각오로 출마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나 전 의원 측근들은 잇따라 언론 인터뷰에서 “임전무퇴의 각오로 출마할 것” “전의에 불타고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실제 나 전 의원은 지난 나흘간의 설 연휴 동안 비공개 일정으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만나는가 하면, 측근들과 전당대회 출마 시점과 발표 장소 등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이 사실상 출마 선언 시점을 설 연휴 직후인 오는 25일로 확정한 것은, 대통령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친윤계 의원들로부터 ‘반윤(반윤석열)’이란 비판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윤심(尹心) 구애’ 전략을 펼쳤다. 자신을 비판하는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선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진 않는 분리 대응 기조를 취하면서다.

특히 나 전 의원은 지난 20일 “최근 저의 발언 논란으로 대통령께 누가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성공적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의힘이 되는 그 길을 당원동지 여러분과 늘 함께가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동시에 불출마 선언을 하진 않았다. 사실상 당권 출마를 시사하면서도, 대통령실을 의식해 몸을 한껏 낮춘 행보로 풀이됐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하고 있다. 동화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당선인 신분으로 찾았던 곳이다. ⓒ 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하고 있다. 동화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당선인 신분으로 찾았던 곳이다. ⓒ 연합뉴스

나경원도 안철수도 ‘尹心 구애’ 전략

나 전 의원의 이 같은 ‘윤심(尹心) 구애’ 전략은, 전당대회 구도가 이미 친윤계 중심으로 짜어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차에 치러지는 데다, 지난 이준석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파동 이후 친윤계 인사의 입김이 커진 상태다. 친윤계 표심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당 대표로 선출되는 것은 어렵다는 게 당 안팎의 주효한 분석이다.

김기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게 된 것도 친윤계 표심의 저력을 확인한 계기로 꼽힌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발표된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조사(12~13일, 국민의힘 지지층 515명 대상)에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각종 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좌장 격인 권성동 의원의 자진 사퇴로 친윤계 표심이 김 의원으로 교통정리 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됐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러브콜’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 됐다. 안 전 의원도 최근 윤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를 드러내는 데 메시지의 초점을 맞췄다. 안 의원은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운명공동체’라고 언급한 이후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 출신이란 이력을 부각해 차별화에 나섰다. 당 대표 선거 슬로건부터 尹安이(유난히) 잘하는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부산 출향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대 변수 된 결선투표제…김기현은 ‘과반 득표’ 자신

그러나 한편에선 당권을 가를 최대 변수는 친윤보다 비윤계의 표심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결선투표에서 비윤계 표심이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결선투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치러진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기현 의원이 과반득표에 실패할 경우 1‧2위 간 결선투표가 치러지는데, 2위 후보가 나경원 안철수 등 비윤계 주자라면 표 쏠림이 일어날 수 있다.

벌써부터 결선투표를 염두에 두고 후보 간 합종연횡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과 윤상현 의원 등과의 ‘수도권 연대’를 띄우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안 의원은 지난 19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수도권 연대’ 관련 질문에 “수도권 중심으로 대응해야 내년 총선에서도 수도권에서 이긴다. 그런 점에서 윤 의원이나 나 전 의원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의원은 ‘결선투표 없는 과반 당선’을 목표로 잡았다. 특히 김 의원은 친윤계의 집중 지원을 넘어 수도권‧MZ세대 등 중원으로 지지세를 넓히기 위한 외연 확장 전략에 매진 중이다. 김 의원의 최근 메시지는 연대와 포용, 탕평에 방점이 찍힌 상태다. 결선투표에서 비윤계 표심이 기타 후보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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