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작성한 대장동 사건 관련 피의자들의 공소장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름이 146번 등장한다.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 전반을 지시·승인·결재했다는 주장이다. 오는 28일 이 대표를 소환조사할 예정인 검찰이 어떤 증거로 혐의를 추궁할지 관심을 모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설 당일을 제외하고 전날까지 연휴 내내 질문지 작성 등 이 대표 소환을 준비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8일 오전 출석하면 본류인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배임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부터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까지 차례로 조사할 예정이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부장검사가 직접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불러 대장동 사업이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관여했는지, 그에 대한 대가로 민간업자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약속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을 추가 기소한 공소장에 이 대표 이름을 146번 거론하면서 "이 대표가 김씨의 대장동 지분 절반을 받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기재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김씨의 대장동 지분 절반을 받기로 약속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최대 쟁점이 됐다.
이 대표는 자신이 대장동 사업의 구조를 설계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제기하는 배임 등 혐의는 모두 부인하는 입장이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을 통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구조만 설계했을 뿐, 검찰이 제기하는 비리 혐의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검찰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민간 개발하지 않고 공공 개발해서 개발 이익 조금이라도 더 환수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그래서 개발 이익의 절반 이상을 땅값이 오르기 전 기준으로 하면 70% 넘게 돈 한 푼 안 들이고 위험 부담 하나도 안 하고 성남시민을 위해서 환수한 게 배임죄냐"고 반박했다.
검찰이 이 대표가 성남시 공직자들과 민간 업자들이 유착한 정황을 인지하고 사업 전반을 승인·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한 이상, 소환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기소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수많은 추측을 낳았던 '대장동 그분'이 이 대표라고 결론 내린 검찰이 배임 혐의를 넘어 거액의 사후수뢰 혐의를 공식화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수순을 밟고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재판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대표 측근들에 대한 김씨의 '428억원 지분' 약속 여부 등 핵심 주장을 두고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재판을 통한 진상 규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2020∼2021년 이 대표 측이 받기로 한 액수를 428억원으로 특정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씨의 지분 절반을 받을 것을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통해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본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시행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 지분 구조는 성남도시개발공사 1종 우선주(50%+1주), 5개 금융사 2종 우선주(43%), 화천대유(1%-1주)와 천화동인 1~7호 보통주(6%)로 나뉜다. 공사가 배당금 5903억원 중 1830억원을 확정 배당받고, 금융기관은 출자한 액면 금액의 연 25%, 32억여원을 가져갔다. 나머지 초과이익 4040억여원은 김씨, 민간업자 남욱씨, 정영학 회계사 등이 소유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에 배분됐다. 화천대유는 5개 블록을 수의계약으로 발주받아 직접 아파트를 짓고 분양해 추가로 4500억여원의 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검찰이 대장동 일당 일부의 '전언'을 넘어선 물증 내지 진술을 확보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구속 기소됐다가 출소 후 진술태도가 바뀐 유 전 본부장과 남씨 등은 김씨에게서 그런 내용을 들었다거나 이 대표의 측근들과 관련 내용의 대화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씨는 발언 내용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은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에 최종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기까지, 이를 뒷받침할 진술과 증거를 다수 확보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