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은 포기, 유승민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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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전대 ‘마지막 변수’ 된 유승민 등판
나경원 이탈에 ‘불출마’ 압박 심화
침잠 모드 속 측근들은 “출마할 것”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이탈했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나 전 의원과 일종의 쌍둥이처럼 언급되던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로 쏠린다. 유 전 의원은 사실상 비윤(비윤석열)계 구심점으로 통하는 만큼, 그의 등판 여부에 따라 전당대회 구도가 재차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 전 의원은 일단 침잠(沈潛)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 대구에서 한 언론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있으며, 설 연휴 시작 전인 지난 20일 SNS에 안부 인사를 전한 게 마지막이다. 자신의 등판 여부에 여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있는 국면을 의식해 언론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유 전 의원은 25일 현재까지 공식 출마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은 다수 내놓았다. 가령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당 대표는 나”라고 하거나, 대구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확신이 들면 결심을 밝히겠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유 전 의원은 구체적으로 공천 개혁을 언급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대구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지금 당 대표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사람 중 대통령 이름을 팔지 않고 정치를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보수 정당이 몰락했던 이유 중 하나는 패거리 싸움이다. 대통령께서도 이 점을 직시하고 마음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 때문에 유 전 의원의 측근 사이에선 그의 출마를 내다보는 기류가 강하다. 대표적인 친유승민계로 꼽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 전 의원 특유의 화법이 있는데 안 나갈 거면 벌써 얘기했다. 안 나오면 무엇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출마 안 하면 뭐하겠나” vs “출마하면 컷오프”

유 전 의원이 당권 레이스에 발을 들이면 비윤계 표심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유 전 의원의 등판을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와 연계해 보는 시각이 많았다. 대통령실과의 불협화음으로 나 전 의원에 비윤의 꼬리표가 달리게 된 만큼, 두 사람의 ‘공동 출마’나 한 사람으로 ‘밀어주기’ 시나리오 모두 비윤계 표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예측이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이 이날 공식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유 전 의원으로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나 전 의원의 중도 이탈은 사실상 친윤(친윤석열)계 압박 탓으로 여겨지기에 이번 전당대회 속 친윤계 영향력을 확인한 계기로 꼽힌다. 일찌감치 비윤계 구심점으로 존재감을 굳힌 유 전 의원으로선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당심 100% 룰’ 적용으로 유 전 의원이 컷오프(예비경선)를 통과할지 미지수란 전망도 나온다.

일단 경쟁 후보들은 유 전 의원 등판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이번 전당대회에 처음 도입된 결선투표에 따라 등락이 갈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비윤계 표심의 향방이 중요해서다. 특히 안철수 의원은 본선에서 2위로 진입해 결선투표에서 역전극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안 의원으로선 유 전 의원의 비윤계 표심을 흡수해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안 의원 캠프 측 손수조 대변인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당선의 유불리를 떠나 다양한 목소리를 당 안에 넣겠다는 생각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출마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의 결심은 이달 내로 나올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오는 2월2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시작돼서다. 유 전 의원도 앞선 대구지역 언론간담회에서 자신의 출마 여부와 관련해 “제 정치적 소명이 맞느냐에 대해 스스로 묻고 확신이 들면 제 결심을 밝히겠다”며 “그렇게 길게 끌지는 않겠다. (출마 시) 2월 초 (당 대표 후보)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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