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준예산 사태 일단락됐지만…이동환 시장, 시의회와 전쟁 예고
  • 나선리 경기본부 기자 (sisa216@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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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공약 사업·민생 사업 등 110억여원 삭감
시 업무추진비 90% 삭감, 의회업무 추진비와 국외 연수 출장비는 전액 편성
이 시장 "재의요구권 통해 시민에게 꼭 필요한 예산 확보할 것"
이동환 시장이 25일 고양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의회가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고양시 제공
이동환 시장이 25일 고양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의회가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며  "재의요구권 행사를 통해 시민에게 꼭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양시 제공

고양시의회가 20일 임시회 본회의를 통해 2023년도 본예산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올해 고양시의 준예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동환 시장이 예선 삭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고양시의회는 지난 20일 제270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2023년도 본예산을 확정했다. 고양시 대변인이 20일 확정된 2023년도 본예산을 두고 ‘몰염치, 막장, 집행부 발목잡기·길들이기’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강력 반발한 가운데 이동환 고양시장이 25일 긴급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동환 시장은 이날 고양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의회가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며 "이는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의결이며 명백하게 시민과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 시장은 "주요사업 예산이 필요성이나 합리성과 관계없이, 시장의 핵심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서울시 기피시설로 피해를 참아온 고양시민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시 경계 현황조사' 예산 3821만원, 노후화된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비하고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근간이 될 '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4억원, 일산테크노밸리 중심의 전략산업 유치를 추진할 '바이오 콘텐츠 전략적 투자유치 지원' 2억원, '킨텍스 일원 지하공간 복합개발 기본구상 용역' 2억7300만원, '고양시 성장관리방안 재정비 용역' 2억원 등을 제시했다. 이외에 벤처기업 육성 촉진지구 지정계획 수립용역, 고양시민복지재단설립 계획수립 용역, 고양박물관 설립타당성 조사용역 등 이 시장의 공약 사업 예산이 삭감됐다.

특히 이 시장은 시 집행부의 업무추진비는 90% 삭감하고 의회업무 추진비와 의원들의 국외 연수 출장비는 전액 편성한 점을 지적하며 비상식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의회의 일방통행식 예산삭감으로 시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재의요구권 행사를 통해 시민에게 꼭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의회는 이번 예산심의를 통해 사업 총 308건에서 110억2958만원을 삭감했다. 그 중 시 공무원 업무추진비 208건에서 13억2633만원을 삭감했지만, 시의회 업무추진비 총 2억3405만원, 시의원 국외연수 출장비 3억2000만원은 삭감없이 전액 편성했다.

시는 예결위 의결을 앞두고 민주당 측이 증액 요구한 주민자치회 운영지원비 등 18건 중 일부를 수용하는 대신, 삭감예산 중 공약 사업과 민생 사업 일부를 반영하는 쪽으로 시의회와 논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에서 공약사업 및 업무추진비 예산 대부분을 삭감했으며, 이 과정에서 예결위원장은 "막무가내식 예산삭감에 동참할 수 없고, 이번 사태의 책임은 민주당의 폭력적인 행태"라며 20일 위원장직을 사임했다.

한편 재의요구권(再議要求權)은 지자체장이 지방의회의결에 대해 이의가 있어 수리를 거부하고, 다르게 의결을 요구하는 일종의 거부권이다. 지방자치법 제120조, 제121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 또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 △예산상 집행할 수 없는 경비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할 경비나 비상재해로 인한 시설의 응급 복구를 위해 필요한 경비를 줄여 의결을 할 때 지자체장은 그 의결사항을 이송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장이 재의를 요구할 경우, 시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전과 동일한 의결을 확정지을 수 있다. 만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2023년도 예산안은 자동 폐기돼 고양시는 또 다시 준예산 체제에 들어선다. 이때 시장은 다시 본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만약 수정 없이 처음 원안대로 제출한다면 의회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충돌이 불가피하다.

한편 시장이 시의회의 재의결(3분의2 이상 찬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불복하면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시의회와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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