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김’은 아직 이르다?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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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불출마 ‘수혜자’ 두고 정치권 전망 엇갈려
“金 압도적 선두” vs “친윤 반감에 비윤 安으로 결집”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25일 돌연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에 갈 곳 잃은 ‘나경원 지지층 표심’을 두고 다른 당권주자들의 손익계산 셈법도 분주해졌다.

불출마 전까지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0~20%대 지지율을 얻었다. 하락세를 감안해도 당 지지층 다섯 명 중 한 명은 나 전 의원의 지지자였던 셈이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여파를 두고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측 모두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과연 ‘나경원 팬덤’은 어느 편으로 향할까.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는 나경원 전 의원(왼쪽부터)과 안철수·김기현 의원 간 3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시사저널
나경원 전 의원(왼쪽부터)과 안철수·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나경원 불출마는 김기현에게 호재?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이후 여권 내 가장 우세한 전망은 김기현 의원에게 ‘호재’라는 분석이다. 나 전 의원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지지층의 표심도 김 의원에게 옮겨갈 것이란 전망에서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이 대통령·친윤(친윤석열)계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라도 차후 김 의원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나 전 의원 지지층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강경 보수층이다. 이들은 나 전 의원도 친윤으로 봤지만 인지도에서 (김기현 의원을) 앞서는 나 전 의원을 지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이 빠져버리면 이 사람들의 다수는 김 의원에게 갈 것이다. 김 의원에게 윤심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선투표로 가지 않는 한 김 의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을 온전히 흡수, ‘어대김(어차피 대표는 김기현)’ 구도가 굳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친윤계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김 의원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윤심에 순응한 나 전 의원의 지지표까지 더해지면 김 의원이 압도적으로 당 대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엔 ‘어대김’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나 전 의원의 지지표가 안철수 의원에게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이 ‘울며 겨자 먹기’로 윤심에 굴복한 모양새를 보인 만큼 지지층이 김 의원에게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분석에서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 30%대였던 나 전 의원 지지층 표가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압박에 반토막이 났다. 그렇게 해서 남은 지지층은 절대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의 표는 안 의원에게 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비윤(비윤석열) 세력을 결집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진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중도층 당원들은 윤심도 중요하지만 총선 승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윤심에 대한 역풍이 소리 없이 불고, 중도층과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당원들까지 안 의원 쪽으로 몰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결선투표까지 간다면 안 의원이 결국 이길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윤계 역시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안풍’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안 의원을 반윤(반윤석열)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엄청난 역풍이 불 것”이라며 “그럼에도 결선투표로 갔을 때 상대적으로 김 의원이 (안 의원보다 여론조사에서) 불리해보이기 때문에 무조건 1차 투표에서 (김 의원이 이기는 결과로) 끝내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흑석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성당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전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흑석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성당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羅 지지표는 ‘유행’ 따른 표…영향 적을 것”

정치권 일각에선 나 전 의원 지지층의 표가 전당대회 구도를 바꾸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나 전 의원 지지표가 강한 표가 아니다.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표일 가능성이 높다”며 “나 전 의원이 특정 주자를 유리하게 할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해당 표의 성향 상 김 의원 쪽으로는 덜 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그렇다고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이 안 의원을 매력적으로 볼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 쪽이 유리하다고 결론내리기 어렵다. 향방은 끝까지 모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의 전망과 무관하게 김 의원과 안 의원은 ‘나경원 지지층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나 전 의원에 대해 “저하고 오랫동안 정치적 행보를 같이하고 정치적 지향성과 가치관도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원한 당원 동지로서 할 역할을 서로 나누고, 공유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한 마음을 가지고 기대한다”고 연대 의지를 밝혔다. 김 의원실 관계자도 “나 전 의원의 (지지) 의사와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안 의원도 지난 25일 오후 ‘청년특보단과 대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적절한 시기에 한번 만나 뵙고 말씀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나 전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 저 같은 경우 수도권에서 전방 지휘관에 나와야 한다는 건 같은 의견”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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