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틀어쥔 행동주의펀드…다음 압박 상대는 7대 금융지주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1.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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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은행 절반 수준인 배당성향 확대 공세
요구안 미수용 시 3월 주총서 표 대결 양상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ATM기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계약 관계 종료를 관철시킨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이 또 다른 주주행동에 나섰다. 7개 금융지주를 상대로 배당 확대를 요구한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움직임에 주식시장은 호응하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에 이들 금융지주의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는 것이다. 금융지주들이 일부 수용할 뜻을 밝힌 가운데 이들의 선택에 따라 얼라인파트너스의 공세 강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 25일 얼라인파트너스는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7개 은행지주(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의 정기주주총회에 대한 주주제안 안건을 사전 공개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보통주 현금배당 수준 제안 △2023 회계연도부터 배당·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율을 당기순이익의 최소 50%로 하는 중기 주주환원정책 도입 △지배주주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배당 관련 정관 조항 변경 등을 요구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일 은행지주 이사회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보통주 자본비율 13% 이상에 해당하는 이익을 매년 주주에게 환원하는 자본배치정책 도입 등의 중기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한 바 있다.

시일은 오는 2월9일로 못 박았다. 이때까지 금융지주가 자본배치정책과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형태로 발표하지 않는 경우, 얼라인파트너스는 법률상 보장된 주주제안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일 2곳의 금융지주로부터 주주명부를 받았으며 나머지 5개 금융지주 주주명부도 오는 27일까지 받아낼 것으로 보인다. 공개한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주총 표 대결을 통해 요구 사항을 끝까지 관철하겠다는 얘기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행동을 통해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관계를 조기 종료시켰다. 아울러 SM 이사회는 앞으로 3년 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주주환원정책도 결의했다.

이 같은 결과물을 이끌어낸 얼라인파트너스가 다음 타깃으로 금융지주들을 겨냥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금융지주들의 배당을 문제 삼은 이유는 이익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4대 금융 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의 비율)은 20% 중반이다. 통상 50%가 넘어가는 해외 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다.

배당성향이 낮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간 금융당국은 은행 안정화를 유도하며 지나친 배당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2021년에는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배당액을 순이익의 20% 내로 제한할 것으로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국내 은행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은행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과 관련해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존중한다.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기순이익 절반 배당해라“ 요구에 “현실성 높지 않아“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 속에 주주들의 배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들 금융지주의 주가는 상승세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분 14%를 보유한 JB금융지주의 주가는 올 들어 37.01% 급등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지주(11.60%), DGB금융지주(12.30%), KB금융지주(20.62%), 신한지주(25.14%), 하나금융지주(24.61%), BNK금융지주(11.38%) 모두 10~20%대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주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은행의 주주환원 강화 기대로 판단한다”며 “대형 금융지주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초부터 적극적인 주주환원 강화를 피력해 온 가운데 금융감독원장의 주주환원 관련 시장 친화적 언급과 얼라인파트너스의 은행 캠페인 등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공세에 일부 지주들도 움직이고 있다. 신한지주는 연초 경영포럼에서 자본비율 12% 초과분을 주주환원으로 돌리겠다고 공식화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중기 목표로 배당성향을 3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인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배당이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의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율 상한선은 30~35% 수준”이라며 “주주환원율 50%는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선에서 크게 올라가기 어렵고, 유동성 공급과 같은 ‘사회적 역할’을 요구받는 등 은행업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괄적인 배당성향은 은행주 주가의 저평가 원인 중 하나였다”며 “최근 적정 자본비율을 충족하는 금융사에 주주환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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