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중 극단선택한 간호사…法 “위험직무 순직 인정”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3.01.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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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한나 간호사 유족, 인사혁신처 상대 소송서 승소
“감염의 공포와 싸우며 일해…스트레스 강도 높았을 것”
11월30일 오전 서울 송파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핫팩으로 추위를 녹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1월30일 오전 서울 송파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핫팩으로 추위를 녹이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 관련 격무 끝에 극단 선택했던 간호직 공무원이 법원으로부터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받았다. 그의 죽음을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은 인사혁신처 판단이 부당하다는 판결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간호직 공무원 고(故) 이한나씨의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17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간호직 공무원이던 이씨는 부산 동구보건소에서 근무하던 지난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대응 및 관리 업무에 투입, 이듬해인 2021년 5월쯤 극단 선택했다.

이씨는 극단 선택 전 약 6개월 간 460시간, 월 평균으로는 약 76시간의 초과 근무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대 97시간을 초과 근무한 달도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업무 중에서도 부담이 큰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관리자로 지정된 후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코호트 업무를 담당한지 닷새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 유족은 2021년 7월 이씨를 위험직무 순직자로 인정해 줄 것과 유족 급여를 지급해 줄 것을 인사혁신처에 청구했다. 반면 인사혁신처는 이씨를 위험직무 순직자가 아닌 일반 순직자로 판단,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씨의 사망이 공무원재해보상법상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라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유족은 사망 당시 신혼으로, 자녀 계획까지 세우던 이씨가 개인적 문제로 극단 선택할 리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생전 업무가 ‘위험 직무’에 포함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망인(이씨)은 언제든지 코로나19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감염의 공포와 싸우며 일해야 했다”면서 “명확한 방역 지침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 확산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업무에 임해야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감염병의 확산 방지 업무 이외에 망인이 자해에 이르게 할 만한 개인적인 동기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씨는 과중한 업무량과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식 능력이 저하된 상태였다”면서 “자해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직무 순직 공무원에서 배제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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