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차기 회장, ‘내부·안정’ VS ‘외부·혁신’ 대격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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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선 이원덕 우세…“모피아 놀이터 전락 우려”
개혁 필요성도 대두…“객관·중립적인 외부 인사 필요”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됐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양강 구도라는 평가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우리금융은 모피아 놀이터가 아니다”라며 내부 출신이 회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라임펀드 사태를 비롯해 직원의 대규모 횡령사고 등 그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우리금융의 개혁을 위해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우리금융그룹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등 내부 출신 2명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이동연 전 우리FIS사장 등 외부 출신 2명 등 4명을 차기 회장 2차 후보군으로 확정했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이 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뽑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룹 내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며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다. 아울러 우리금융 재출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손태승 현 회장과 함께 오랜 기간 함께 일하는 등 조직 안정과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 강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내부에선 동시에 임 전 위원장의 회장직 도전에 강한 반감도 드러내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주도하며 자율경영을 강조했던 관료가 수장 자리에 도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우리은행 민영화 핵심 키워드는 자율경영이라며 당시 우리은행장 인사권을 정부가 좌지우지 하던 시절을 비판했던 인물”이라며 “차기 회장 인선 이슈로 연일 기사화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가 이번엔 모피아와 올드보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가 금융위원장 당시 추진한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인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촉발됐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사모펀드 손실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자가 반성하기는커녕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지원했다는 것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펀드사태로 고통 받고 있는 우리금융 임직원과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행태”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 시절 금융위는 사모펀드시장이 민간자본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투자 최소금액 5억원→1억원 △운용사 설립 인가→등록 △펀드설립 사전등록→사후보고 등으로 각종 의무를 완화시켰다. 이 같은 규제 완화가 사모펀드 전체 부실을 몰고 왔고 이 가운데 라임펀드사태가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시켰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모피아였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했던 분으로, 임 전 위원장이 있던 시절 사모펀드 규제완화에서 라임사태가 시작됐다”며 “금융당국 수장이었다가 금융지주사 회장이 되겠다는 건 그야말로 언어도단”라고 비판했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회장후보 포함에 따른 우리금융 노동자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회장 후보 포함에 따른 우리금융 노동자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연이은 내부 통제 실패에 개혁 필요성↑

반면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았던 우리금융을 쇄신하기 위해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손태승 현 회장의 연임 도전을 가로 막은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비롯해 700억원대 횡령 사고 등 금융사고가 꾸준히 터졌다. 최근에는 직장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져 내부 감찰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이 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 손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은 것을 비롯해 우리은행 직원 28명이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와 금융거래 실명 확인 의무 위반 등으로 징계 조치를 받았다.

또 지난해 우리은행의 한 직원은 2012년부터 약 10년간 은행 자금 707억원을 횡령하는 대형 금융사고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에 이번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 이원덕 행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횡령 사고에 대해서 이 이 자리를 빌려서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임 전 위원장도 이 같은 점에 대한 생각을 수차례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그는 “현재 우리금융이 어려운 상황이고 과도기적 시기인데, 외부에서 객관·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인사가 우리금융을 치유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내부승계·통제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전 위원장은 관치 논란에 대해서도 “전(前) 금융위원장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지주에서 일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대주주나 사외이사들이 필요로 한다면 우리금융에서 일하겠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위원장은 2013년부터 약 2년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이사회 일각에서는 손 회장과 함께 손발을 맞춰온 이 행장이 회장에 오를 경우 손 회장의 연임을 반대해온 금융당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우리금융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과점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차기 회장 선출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의견과 금융당국과의 관계 설정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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