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기형적 구조”…우상호 “규모 줄이더라도 제2부속실 필요”
김건희 여사의 정치 행보가 날로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김 여사는 27일 여당 여성 의원들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윤석열 대통령 없이 단독 오찬을 가졌다. 김 여사는 2주 전인 11일에도 보수의 심장인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소통했다. 1년 전 주가조작 및 논문 표절 논란으로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김 여사의 의전과 일정을 지원할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계획 無”
문재인 정부까지 존재했던 제2부속실은 지난 1972년 박정희 정권에서 처음 설치됐다. 이후 약 50년간 영부인의 의전을 지원하고 공식일정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 여기엔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관계인 영부인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도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후 대선 공약대로 제2부속실을 폐지시켰다.
이로 인해 김 여사의 공식일정과 행보는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주요 일정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낱낱이 공개됐던 점과 대조적이다. 김 여사와 여당 여성 의원들의 오찬 일정도 참석자들과 복수의 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졌을 뿐이다. 심지어 일부 행보는 공식 채널이 아닌 김 여사의 팬 카페를 통해 공개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제2부속실 부활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 같은 주장을 불필요한 정치 공세로 치부하는 모습이다. 현 용산 대통령실의 조직 편제로도 김 여사의 활동 일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지난해 8월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실 직원만 400명이 넘는다”며 제2부속실 대신 관저팀을 운영하는 것으로 김 여사를 지원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30일 시사저널이 통화한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최근까지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얘기가 나온 바 없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제2부속실 없이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김 여사의 일정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김 여사의) 행보에도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야권이) 부속실 논란을 다시 띄워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野 일각 “여사 정보 공개 채널이라도 공식화해야”
다만 야권 일각에선 김 여사의 동선과 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제2부속실의 규모를 예전보다 줄이더라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영부인이 공적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 활동의 범주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기획하고 서포트할 수 있는 파트도 별도로 필요한 것은 맞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대통령과 대통령 영부인의 활동 범주와 메시지 관리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서포트 해줘야 한다”며 “영부인의 일정과 관련해서 구설수가 생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전문가도 김 여사가 당초 약속했던 ‘조용하 내조’ 행보를 지킬 수 없다면 제2부속실 설치를 통해 채널이라도 공식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여사가) 정식적인 보좌진을 두고 모든 일정들을 대통령에 준해서 국민들에게 브리핑하거나 성과를 공유해야지, 이도저도 안하면 결국 국민들한테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정쟁만 낼 것”이라며 “제2부속실 등을 통해 일부 중요한 일정 정도는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부속실의 통합관리로 대통령이 받아야 할 예우와 의전까지 김 여사가 받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의 의전을 담당했던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3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는 사실 선출된 권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를 대표하거나 위임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사의 일정 등을 관리하는 비서관실이 꼭 필요한데 지금은 그것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2부속실이 없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 얼마나 기형적인 구조냐 하면은, 제1부속실이 대통령과 여사의 모든 것을 공동으로 한다”며 “그러면 산하 비서관실이나 부처는 이게 대통령 뜻인지 여사의 뜻인지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칫하면 월권이면서, 대통령이 받아야 할 예우와 의전을 여사가 받게 되는 기괴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미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정상화(제2부속실 부활)하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