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정치’ 시작한 김건희 여사, 제2부속실 부활할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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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제1부속실 내에서 김 여사 일정까지 충분히 지원 가능”
탁현민 “기형적 구조”…우상호 “규모 줄이더라도 제2부속실 필요”

김건희 여사의 정치 행보가 날로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김 여사는 27일 여당 여성 의원들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윤석열 대통령 없이 단독 오찬을 가졌다. 김 여사는 2주 전인 11일에도 보수의 심장인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소통했다. 1년 전 주가조작 및 논문 표절 논란으로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김 여사의 의전과 일정을 지원할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왼쪽은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전인 2021년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김 여사가 지난 1월1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왼쪽 사진은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전인 2021년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김 여사가 지난 1월1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계획 無” 

문재인 정부까지 존재했던 제2부속실은 지난 1972년 박정희 정권에서 처음 설치됐다. 이후 약 50년간 영부인의 의전을 지원하고 공식일정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 여기엔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관계인 영부인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도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후 대선 공약대로 제2부속실을 폐지시켰다.

이로 인해 김 여사의 공식일정과 행보는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주요 일정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낱낱이 공개됐던 점과 대조적이다. 김 여사와 여당 여성 의원들의 오찬 일정도 참석자들과 복수의 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졌을 뿐이다. 심지어 일부 행보는 공식 채널이 아닌 김 여사의 팬 카페를 통해 공개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제2부속실 부활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 같은 주장을 불필요한 정치 공세로 치부하는 모습이다. 현 용산 대통령실의 조직 편제로도 김 여사의 활동 일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지난해 8월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실 직원만 400명이 넘는다”며 제2부속실 대신 관저팀을 운영하는 것으로 김 여사를 지원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30일 시사저널이 통화한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최근까지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얘기가 나온 바 없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제2부속실 없이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김 여사의 일정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에는 (김 여사의) 행보에도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야권이) 부속실 논란을 다시 띄워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월1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어묵을 시식하며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월1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어묵을 시식하며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野 일각 “여사 정보 공개 채널이라도 공식화해야”

다만 야권 일각에선 김 여사의 동선과 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제2부속실의 규모를 예전보다 줄이더라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영부인이 공적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 활동의 범주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기획하고 서포트할 수 있는 파트도 별도로 필요한 것은 맞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대통령과 대통령 영부인의 활동 범주와 메시지 관리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서포트 해줘야 한다”며 “영부인의 일정과 관련해서 구설수가 생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전문가도 김 여사가 당초 약속했던 ‘조용하 내조’ 행보를 지킬 수 없다면 제2부속실 설치를 통해 채널이라도 공식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여사가) 정식적인 보좌진을 두고 모든 일정들을 대통령에 준해서 국민들에게 브리핑하거나 성과를 공유해야지, 이도저도 안하면 결국 국민들한테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정쟁만 낼 것”이라며 “제2부속실 등을 통해 일부 중요한 일정 정도는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부속실의 통합관리로 대통령이 받아야 할 예우와 의전까지 김 여사가 받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의 의전을 담당했던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23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는 사실 선출된 권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를 대표하거나 위임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사의 일정 등을 관리하는 비서관실이 꼭 필요한데 지금은 그것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2부속실이 없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 얼마나 기형적인 구조냐 하면은, 제1부속실이 대통령과 여사의 모든 것을 공동으로 한다”며 “그러면 산하 비서관실이나 부처는 이게 대통령 뜻인지 여사의 뜻인지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칫하면 월권이면서, 대통령이 받아야 할 예우와 의전을 여사가 받게 되는 기괴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미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정상화(제2부속실 부활)하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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