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논의 모임서 실종된 ‘親尹’…이유는 공천?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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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129명 중 與 비율 31%…친윤계는 정진석·유상범·이용호만 참여
조경태 “공천 때문에 소극적”…심상정 “관심사 모두 같을 수는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띄운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가 힘을 합쳤다. 이들은 지난 30일 국회에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발족시켰다. 해당 모임은 31일 기준으로 재적 의원 299명 중 43%에 달하는 129명의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은 오는 3월까지 선거제 개편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31일 기준 해당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의 당적을 분석한 결과, 여당 의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비롯한 친윤석열계 의원들 대부분이 불참했다. 윤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정치개혁을 여당, 특히 친윤계에서 지원사격할 것이란 예상과 반대되는 결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윤심’과 반대? 친윤계 참여 저조

31일 기준 모임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40명(31%)이다. 76명(59%)이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의 약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정의당은 6명(4%)으로 당원 전원이 참석했다. 무소속 5명(3%), 기본소득당 1명(1%), 시대전환 1명(1%) 순으로 확인됐다.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을 선수(選數) 별로 분석해보면 초선이 72명(56%)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재선 28명(21%), 3선 17명(13%), 4선 8명(6%), 5선 4명(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단에서 친윤계 의원들이 거의 전멸한 점도 눈에 띄었다. ‘윤핵관’ 4인방인 장제원·권성동·윤한홍·이철규 의원은 물론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을 이끄는 김정재·박수영·배현진 의원 등도 명단에서 모두 빠졌다. 친윤계에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상범 의원만이 모임에 합류했다. 또 범친윤계로 불리는 이용호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모임에 불참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친윤계 의원들끼리 호흡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각자 선택에 따라 결정을 했는데 공교롭게 이런 결과가 나왔더라”고 밝혔다. 이어 “의원님이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사유는 특별히 없었다”며 “가입해야만 논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본격 논의는 원내대표들끼리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비윤계는 모임에 대거 참여한 모양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유의동·김병욱·류성걸 의원에 이어 계파색이 옅은 조경태·조해진·하태경·김도읍·김상훈·서병수·이태규·최재형 의원 등도 참여했다. 비윤계가 국민의힘 참여 의원 40명 중 약 절반에 달한다. 친윤계 참여 의원 수와 대조적이다.

이는 당초 윤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정치개혁을 여당, 특히 친윤계에서 지원사격할 것이란 예상과 반대되는 결과다. 모임을 주도한 정의당의 공보실 관계자는 “모든 의원들에게 친전을 전달했다”며 “특히 조해진 의원 등이 친윤계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에게 주도적으로 모임 참여를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친윤계 차기 공천 리스크 의식했을 것”

친윤계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선거제 개혁’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전문가들은 의원들이 차기 공천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윤계 의원들의 지역구 대부분이 영남권에 집중된 만큼 중대선거구제가 시행됐을 때 불리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모임에 참여한 조경태 의원은 “친윤계 의원들이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차기 공천 때문에 불안할 수 있다. 그래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에서 참여한 의원들을 살펴보니 지역구 경쟁에서 어렵거나 지역구 변화를 바라는 의원들이 많다”며 “반면 친윤은 이미 당의 주류가 됐는데 굳이 선거판을 흔들 이유가 없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정치개혁 화두만 던져놓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화두로) 띄웠다고 이걸 (친윤계가) 따르고 안 따르고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도 정치개혁 과제를 한번 띄워놓고선 그 뒤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끈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의원들 관심사나 우선순위가 다 똑같을 수는 없다”면서도 “아직 참여를 안 하신 의원님들도 생각이 같으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친전을 모든 의원들에게 돌렸지만, 저만 해도 친전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며 “운영위원들이 더 열심히 뛰면서 (의원들에게) 홍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선거제 개편 전망에 대해선 “장담하긴 어렵다”면서도 “예전에 비해 확실히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국회 안에서 굉장히 확대되고 있다”며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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