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고도’ 흑산도에 비행기 뜬다…서울까지 ‘1시간’
  • 정성환·배윤영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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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면 예리 일원 ‘국립공원서 해제’…흑산공항 건립 본격화
1833억 원 투입 연내 착공, 2026년 개항…50인승 항공기 이착륙
교통편의개선·지역관광활성화 ‘전망’…환경보전·안전성 보완 과제

전남도와 신안군의 숙원사업인 ‘흑산공항’ 건설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흑산공항 건설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공항 예정 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기로 하면서다. 순조롭게 추진되면 3년 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섬 흑산도에서 소형 비행기가 이착륙하며, 서울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흑산공항 조감도 ⓒ전남도
흑산공항 조감도 ⓒ전남도

1일 전남도와 신안군에 따르면 흑산공항 예정부지의 국립공원 해제를 위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이 전날(1월31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변경계획에 따르면 흑산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 예리 일원 0.675㎢ 구역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제외됐다. 대신 국립공원위원회는 해제되는 면적보다 8배 넓은 신안군 비금면 명사십리 해수욕장 인근의 5.5㎢ 구역을 국립공원에 새로 편입했다. 국립공원면적 총량제에 따른 일종의 ‘대토(代土)’ 개념이다.

신안 흑산면 예리 일원에 대한 국립공원 지정이 해제됨에 따라 2011년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공항 건설이 탄력을 받게 됐다. 흑산공항 건립 최종 결정은 행정절차가 시작된 지 11년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을 계기로 중단됐던 실시설계를 재개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는 실시설계와 연내 착공 등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올해 하반기 착공해 3년 뒤인 2026년 완공·개항할 것으로 예상한다. 흑산공항은 2026년까지 1833억 원을 들여 68만 3000㎡ 부지에 길이 1200m 폭 30m의 활주로와 계류장, 터미널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50인승 프로펠러 항공기가 이착륙한다.

흑산공항 건설 예정 부지인 신안 흑산면 예리 대봉산 일대 ⓒ신안군
흑산공항 건설 예정 부지인 신안 흑산면 예리 대봉산 일대 ⓒ신안군

신안군 흑산도는 한반도 서남쪽 끝에 있는 ‘절해고도(絕海孤島)’다. 목포에서 97.2㎞ 떨어져 쾌속선으로 2시간여 걸린다. 빼어난 풍광으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흑산도와 홍도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56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하지만 흑산도는 강풍과 풍랑으로 여객선 결항이 잦아 주민 3500여명과 관광객들의 발이 묶이곤 했다. 결항률이 11%에 달해 대체수단이 꼭 필요하다는 게 전남도와, 신안군, 주민들의 주장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의 경우 온종일 여객선 운항이 불가능했던 날이 52일, 하루 1회 이상 운항이 통제된 날이 115일이나 됐다. 또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헬기 이송 외에는 마땅한 이동 수단이 없는 응급의료서비스 사각지대였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부터 공항건설을 추진했지만 예정부지가 국립공원구역 안에 있는데다 철새들의 이동 경로로 확인되면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는 등 13년째 난항을 겪어왔다. 

흑산공항은 2011년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 계획 발표 후 애초 2020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이 추진됐었다. 하지만 환경단체가 철새 서식지 및 환경 훼손 등의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자 2016년부터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환경성·경제성·안전성 문제에 대한 위원 간 이견으로 난관에 부닥쳤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실시설계까지 발주해놓고도 첫 삽을 뜨지 못하는 등 13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흑산공항 건설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에 포함되고 전남도, 신안군, 신안군민들이 흑산공항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환경부 등 정부 분위기가 흑산공항 건설에 호의적으로 변했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그동안 국립공원면적 총량제 제도를 활용, 흑산도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하고 보존 가치가 높은 갯벌지역을 국립공원에 편입시키는 ‘국립공원 대체 편입지역 변경안’을 환경부에 건의하고 지역사회도 흑산공항 건립 여론조사를 실시해 청와대 등 12개 기관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주최로 2018년 9월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흑산공항 건설 찬반 종합토론회’에서 박우량 신안군수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주최로 2018년 9월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흑산공항 건설 찬반 종합토론회’에서 박우량 신안군수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도는 흑산공항이 건설되면 현재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6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1시간대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교통약자인 오지·도서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이동권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역관광 등 산업 활성화로 인한 연간 1535억원의 생산유발효과, 645억원의 부가가치와 1189명의 고용이 창출돼 지역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철새 서식지인 흑산도에 대한 환경파괴 우려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어 논란도 예상된다. 이날 국립공원위원회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앞에는 피케팅을 진행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작은 면적이더라도 한 곳에서 시작된 개발이 다른 국립공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제성 입증도 아직이라는 점에서 흑산공항은 반려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활주로 1000여m에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과정에서 사고위험이 있다”(이상돈 전 국회의원)는 등의 안전성 논란도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이에 대해 신안군은 공항 개발 예정지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병해충, 태풍 등으로 90% 이상의 소나무가 고사한 곳이어서 환경 피해가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공항 규모가 작아 흑산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안전성과 관련, 전남도는 5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과정에서 사고위험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흑산공항이 건설되면 도서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 이동권 개선으로 지역경제 발전과 응급의료서비스 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2026년 흑산공항이 차질없이 개항되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도 “신안군의 오랜 숙원사업인 흑산공항 건설이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2026년 개항을 목표로 국토부와 긴밀히 협의해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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