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적자 막은 파운드리…결국 답은 비메모리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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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현 사장 “파운드리 덕분에 겨우 흑자 이어가”
불황 안 타는 TSMC…지난 4분기 영업이익률 52%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직원들 ⓒ삼성전자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직원들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인 DS부문이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이 분기 및 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업계에선 파운드리의 선전이 없었다면 반도체 사업 적자 전환도 불가피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기에 덜 민감한 파운드리 사업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지난해 4분기 총매출 70조4600억원, 영업이익 4조3100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95% 감소한 수치로,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이다.

실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효자 노릇을 했던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인 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0조700억원, 영업이익은 2700억원을 거뒀다. 적자를 간신히 면한 끝에 영업이익은 2021년 4분기 대비 96.9%가 줄었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재고가 쌓인 영향이다.

이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성과는 있었다. 미래 먹거리로 결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파운드리’의 성장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는 주요 고객사용 판매 확대로 최대 분기 및 연간 매출을 달성했고, 첨단 공정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고객처를 다변화해 전년 대비 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실적 호조 덕분에 반도체 사업은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 역시 지난 1일 사내 경영설명회에서 “지난해 4분기 메모리 사업에서 적자를 냈다. 그나마 파운드리 덕분에 반도체 사업부문이 겨우 흑자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DS부문의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개별 사업부의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과 업계의 추산으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연간 매출 20조원과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을 55억8400만 달러(7조4881억원)로 추정한 바 있다.

메모리 사업이 적자 수준에 다다르는 상황에서도 파운드리가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기 변화에 덜 민감한 산업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파운드리는 메모리에 비해 적용 분야가 광범위하고 다품종 소량 생산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고객사와 장기간에 걸친 계약을 맺고 제품을 제조한다는 측면에서 경기 변동에 대해 비탄력적인 특성이 있다.

더구나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내건 이유이기도 하다. 메모리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야만 안정적인 매출 신장을 이뤄낼 수 있어서다.

지난해 9월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미디어 투어에서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7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미디어 투어에서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TSMC 독주 속 미·일도 참전…격화되는 파운드리 시장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의 TSMC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최근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255억 대만달러(약 25조4500억원), 3250억 대만달러(약 13조2242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 78% 증가한 액수다. 영업이익률은 52%에 달한다. 글로벌 경기 위축 속 다른 메모리 업체들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성장을 이어나간 것이다.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6.1%를 기록했다. 삼성전자(15.5%), UMC(6.9%) 등이 뒤따랐다. 사실상 TSMC 중심의 독과점 시장인 셈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경계현 사장은 지난 1일 임직원들에게 “TSMC의 성능과 수율을 따라가보자”며 “2024년 3나노(2세대)를 해야 하는데 TSMC와 유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이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위협 요인이다. 2021년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미국의 인텔은 미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소니, 키옥시아, 소프트뱅크 등 8개 기업이 출자, 반도체 신설 기업 ‘라피더스’를 지난해 11월 출범시켰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약 68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최근 ‘미래전략산업’ 보고서를 발표한 김종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구도는 2025년경 대만한국-미국, 2027년 후에는 대만-한국-미국-일본 구도로 전환될 전망”이라며 “우리의 강점인 반도체 제조 분야에 미국과 일본의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어 세계 파운드리 경쟁구조 변화에 선제적 대응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차세대 GAA 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3나노 2세대 공정의 신규 고객 수주를 확대하는 한편, 2나노 1세대 개발에 집중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고 밝혔다. 아울러 “평택 첨단 공정 생산 능력 확대와 미래 수요 대응을 위한 3나노 초기 생산 능력 및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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