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부터 기울었다”…건조 1년도 안된 청보호, 왜 뒤집혔나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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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 작업 시작…조류 심하면 안전지대로 이동 후 인양
5일 낮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해상에서 해군과 해경 수색·구조대가 청보호 전복사고 실종자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5일 낮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해상에서 해군과 해경 수색·구조대가 청보호 전복사고 실종자를 찾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신안 해상에서 전복된 '청보호 어선' 인양을 위한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아직 찾지 못한 6명의 실종자가 선체 내에서 발견될지 주목된다. 또 전복사고 원인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 밝혀질지도 관심을 모은다. 

김해철 목포해양경찰서장은 6일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전 9시부터 인양 사전작업을 위한 전문 잠수사를 투입했다"며 "사고 선박 인양 후 선내 실종자 수색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석간만의 차가 커지는 대조기여서 조류 흐름이 강한 만큼 구난업체가 물때에 맞춰 인양 작업을 할 계획이다. 

김 서장은 "대조기임을 고려해 현 위치에서 인양이 어려우면 임자도 남쪽 안전지대로 청보호를 옮긴 후 인양하고 선내 수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청보호는 조류 흐름에 따라 물이 오를 때는 북동쪽, 빠질 때는 남서쪽으로 3해리(약 5.5km)가량 이동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 중이다. 통상 2노트(시속 3.7km) 이상의 조류일 때는 잠수사들의 수중작업이 곤란한데, 이날 오전 현재 3노트(시속 5.5km)로 상당히 빠른 수준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승선원 12명 중 3명이 구조되고, 3명은 숨진 채 발견됐으며 6명이 실종상태다. 이날 오전 수중수색 도중 청보호 내부 선실에서 기관장과 실종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다른 실종자들도 선체 내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생존 선원의 증언에 따르면 어선이 전복되기 직전, 기관장 A씨는 다른 외국인 선원과 함께 기관실에서 물을 퍼내던 중이었다. 전복 당시 뱃머리에 있던 3명은 전복 후 바다에 빠졌다가 뒤집힌 선체 위로 기어올라와 구조됐지만, 나머지 선원들은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선원의 말대로 선미 쪽에 있던 6명도 어구 등에 가로막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선원들이 배 안에 물이 찬 것을 발견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전복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생존 선원들에 따르면, '기관실에 물이 찼다'는 기관장의 다급한 고함이 들려온 이후 급격히 기울기 시작한 청보호는 10분여 만에 뒤집혔다. 배터리까지 잠기면서 불이 모두 꺼진 상태에서 기관장 등 3명이 랜턴에 의지에 수분간 물을 퍼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원 누구도 구명조끼를 입지 못했고 선박이 침몰할 경우 자동으로 펴져야 할 구명 뗏목도 작동하지 않았다. 보다 일찍 배를 포기했어야 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이유다. 

구조당국은 남은 실종자에 대한 광범위한 수색과 함께 사고원인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을 선박 인양 등을 통해 밝힐 계획이다. 우선 생존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기관실 파공(구멍뚫림)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선박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고, 사고 당일에도 왼쪽으로 5도 가량 기운 채 출항했다는 증언이 나와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고 당시 암초 등과 충돌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청보호가 출항 전 선체 하부 도색을 하기는 했지만, 파공이나 파손에 따른 수리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신안 청보호 전복사고와 관련해 6일 현장지휘함인 해경 3015함에서 김종욱 해양경찰청장과 이종호 해군 참모총장이 수색·구조 관련 상황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신안 청보호 전복사고와 관련해 6일 현장지휘함인 해경 3015함에서 김종욱 해양경찰청장과 이종호 해군 참모총장이 수색·구조 관련 상황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조당국은 통발 과적이 전복에 영향을 줬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청보호는 전국 근해에서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 통발을 이용해 여러 수산물을 포획할 수 있는 근해통발어선인데, 사고 당일 침몰 선박에 통발을 과적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소라와 문어를 잡는 통발을 당초 2500~2700개 가량 싣고 있다가, 바다에 쳐놓은 통발을 걷어 올리면서 3000개가 넘는 통발이 실렸다는 것이다. 

배 자체의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보호는 건조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의무검사를 받지 않았다. 개인 소유 어선인 24t 청보호는 지난해 3월 건조돼 그 다음 달인 4월 인천시 중구청에 어선으로 등록됐다. 어선은 현행법에 따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나 한국선급(KR)에서 2년 6개월마다 중간 검사, 5년마다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청보호는 검사 시점이 되기 전에 사고가 났다. 청보호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졌는데, FRP 소재 어선은 건조비가 저렴해 어선 건조에 자주 활용되지만 외부 충격과 화재 등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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