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때와 다르다?…‘무임승차’ 승부수 던진 오세훈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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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서울시, 연일 정부와 대립각 세우며 ‘재정지원 결단’ 촉구
윤상현 “자멸적 스모킹건” 언급하며 ‘무상급식 시즌2’ 경계
오세훈 서울시장이 1월3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월3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오 시장 개인과 여권 전체에 깊은 상흔을 남겼던 '무상급식 사태' 연장선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오 시장은 연일 화력을 더하는 모양새다. 서울에 이어 다른 지자체도 동시다발적으로 중앙정부의 무임승차 손실분 지원을 압박하고 있고, 야당도 큰 틀의 방향에 공감하는 입장을 내면서 오 시장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6일 서울시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조정과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두고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논의 및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하철 무임수송과 관련해 "2050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손실 지원에 부정적인 기획재정부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오 시장이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논의에 불을 당긴 이후 시는 중앙정부와 공개 설전을 주고 받으며 기재부의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오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임승차 논란 관련 게시물을 잇달아 올리고 "이제는 기재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무임승차 연령과 범위는 중앙정부가 결정하면서 비용 부담은 지자체가 지고 있는 상황이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무임승차 기준이 되는 '65세'는 정부가 법률로 정해두고 있는데, 이로 인한 운영 적자는 지자체가 모두 떠안는 구조여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2020년 이후 매년 1조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8년 전을 끝으로 요금 인상에 손을 못댄 상황에서 무임승차로 발생하는 손실분이 커지며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는 게 오 시장 판단이다.  

오 시장은 서울교통공사의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오 시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를 필두로 이와 관련한 논의에 본격 발을 담궜다. 오 시장은 오는 4월로 예고된 지하철·버스요금 300~400원 인상에 대한 조정 필요성이 거론되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조정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기재부가 입장을 바꾸는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입장 변화가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공전하는 무임승차 연령 조정 논의 해결의 열쇠는 지자체가 아닌 정부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오 시장이 거듭 기재부를 압박하는 것은 지난해 여야 합의로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 예산 확보 시도가 있었지만, 기재부 반대로 결국 무산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방 공기업이 운영하는 도시철도는 지방의 사무이므로 주요 결정 사항과 비용 부담 모두 지자체가 주체라는 이유에서다. 

2월6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월6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상현 "무상급식 사태처럼 자멸적 스모킹건 될 수도"

오 시장이 무임승차 연령 조정 및 요금 인상을 두고 정부와 파열음을 내자 여당 내에서는 '무상급식 시즌2'가 될 것이란 경고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오 시장이 무임승차 연령 상향 명분으로 내세운 '지하철 적자 해결'을 위해서는 지하철공사 경영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지하철공사) 고액 연봉과 인력은 그대로 놔둔 채 노인분들 때문에 적자 난다고만 하면 누가 수긍하겠나"고 오 시장을 비판했다. 이어 "이런 전제 위에서 시간대별로 유상·무상을 달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는 유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무임으로 하는 방안"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인 빈곤율·자살률 1위인 상황에서 노인분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발을 묶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조정 논의는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이라는 논의가 다시 한번 서울시 무상급식 사태와 같이 우리 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자멸적인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다"고 오 시장의 '과거'를 언급했다 해당 부분을 수정하기도 했다. 

다만, 오 시장의 가장 큰 정치적 패착으로 꼽혔던 무상급식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상급식 때와는 달리 야당도 무임승차 연령 조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를 내면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중앙정부 지원 필요성에는 오 시장과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무임승차 기준을 70세로 높이는 등 연령 조정 필요성에는 동일한 입장을 냈다. 부산시는 지하철 운영 손실분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을 요구하며 오 시장 주장과 궤를 같이 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문제와 관련해 "오랜 기간 반복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중앙정부가 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을 보전·지원하는 'PSO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며 "폭탄 돌리기 게임에서 패자가 폭탄을 떠안는 방식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서 지자체와 국회,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들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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