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교 파티에 도촬, 미성년자 성매수까지…日 자위대 골머리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2 10:05
  • 호수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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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대원들 일탈로 내부 곪아···기시다 내각의 방위력 증강 드라이브 불구, 위기 직면

지난해 12월16일, 일본 정부는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선언하며 국가안전보장전략(NSS)을 비롯한 3대 안보문서(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를 개정했다. 이를 통해 적 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했으며,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또한 급변하는 동아시아 안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 GDP의 1% 수준에 그치던 방위예산을 2%까지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약 43조 엔(약 414조원)의 방위예산이 필요하며, 연간 약 4조 엔(약 38조5000억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위비의 역사적 증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시다 내각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본의 국가안보전략 개정과 대폭적인 방위예산 증액으로 미·일 군사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개정된 국가안보전략에는 자위대의 인적 기반 강화를 위해 자위대 내 각종 괴롭힘을 일절 허용하지 않도록 조직 환경을 정비하는 한편, 여성 대원이 활약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자위대원의 처우를 개선할 것도 명시되었다. 최근 자위대 내부 성범죄, 대원의 강도 및 살해 사건 연루, 기밀유출 등 각종 논란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기시다 일본 총리가 2021년 11월27일 도쿄의 일본 육상자위대 캠프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뉴시스

여성 자위대 대원, 실명 걸고 부대 내 성폭력 폭로

먼저 지난해 6월, 전직 육상자위대 여성 대원 고노이 리나가 2020년 가을부터 약 1년간 다수의 남성 대원으로부터 성희롱 및 성폭행을 당했다며 유튜브 비디오를 통해 피해를 호소했다. 자위대 내부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들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자 본인의 실명을 공개하고 해당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방위성은 특별감찰을 실시하고 9월에 고노이의 성폭력 피해를 인정하며 사죄했다. 

가해자 남성 대원 5명은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징계면직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고노이는 올해 1월30일 일본 정부와 가해자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노이가 피해를 신고했음에도 당시 중대장이 이를 묵살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는 등 자위대 내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가해자들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자위대 내 성폭력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정에서 국가 및 가해자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방위성은 고노이의 피해 조사 이후 지난해 9월부터 전 자위대를 대상으로 특별감찰을 실시해 부대 내 성폭력 및 괴롭힘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올해 1월말 기준 약 1400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되었다. 40대 해상자위대 남성 대원이 동일 부대 소속 여성 대원의 숙소에 몰래 침입해 속옷을 훔치거나 도촬(몰래 촬영)하는 행위를 일삼아 징계면직처분이 된 사례 등이 포함되었다.  

자위대원의 성범죄는 비단 부대 내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50대 남성 자위대원이 시즈오카현 숙박시설에 불특정 남녀 120명을 모아 집단난교 파티를 주최한 것으로 밝혀져 큰 파문이 일었다. 12월에는 항공자위대 소속 44세 남성 대원이 취침 중인 일반인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올 1월31일에는 자위대 수륙기동단의 30대 남성 육군하사(3등육조)가 파친코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치마 속을 도촬한 혐의로 징계면직을 받았다. 해당 하사는 이전에도 동일한 수법으로 도촬을 시도하다 발각되어 징계처분을 받은 바 있다. 

2월6일에는 자위대 센다이병원에 근무하는 40대 군무원(지관)이 SNS을 통해 만난 여고생에게 현금 4만 엔(약 38만5000원)을 건네고 성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지난해 4월에도 20대 육상자위대 남성 대원이 SNS를 통해 만난 남고생과 성관계를 맺고 이를 촬영해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위대원에 의한 성매수 및 미성년자 성착취 문제가 수차례 반복되자 방위성 및 자위대 내에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PA 연합
일본 전 육상자위대 여성 대원 고노이가 2022년 12월 19일 성폭행 피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

“방위비 증액 위한 국민 동의 얻기 어렵다”

자위대원이 기타 범죄행위에 연루되거나 기밀을 유출한 사건 등도 화제가 되고 있다. 1월12일, 행방불명 중이던 20대 자위대원 A씨가 지바현 지바시에 위치한 중고물품 판매점에 침입해 점주를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A씨를 체포해 휴대전화를 확인한 결과, 1월19일 도쿄도 고마에시에 거주하던 90대 여성이 자택에 침입한 강도에게 살해된 사건과 관련된 정보가 발견되었다. 검찰은 A씨가 두 사건 모두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강도상해 및 건조물침입죄로 기소했다. 

또한 2월1일에는 육군자위대 소속 남성 대원 2명의 은행계좌가 사기 범죄에 사용돼 경찰이 수사한 결과, 해당 대원 2명이 대포통장을 만들어 이를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위대 간부가 중요 군사정보를 외부에 유출해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25일, 해상자위대의 작전정보를 분석하는 정보전문부대 간부가 중국의 선박 동향 및 미군 정보 등 ‘특정비밀’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져 징계 면직됐다. 

이처럼 자위대를 둘러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1월21일자 마이니치신문 사설에는 ‘일본 정부가 모양새에만 신경 쓰며 내실을 다지지 않아 자위대 내 각종 괴롭힘 피해와 대원의 범죄 사건 연루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방위비 증액을 위한 증세에 대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게재되었다. 이 사설은 철저한 부대 교육과 현장 개혁을 통해 구태의연한 조직문화를 타파할 것을 강조했다. 

자위대원에 대한 처우 개선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4월, 50대 항공자위대 간부가 아침식사 메뉴로 나온 빵과 쌀밥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둘 다 먹었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정직 3일)을 받은 사건은 일본 국민의 실소를 자아냈다. 이 과정에서 아침식사 메뉴 사진이 공개되면서 부실 급식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열악한 처우로 인해 자위대원들이 대포통장을 판매하거나 강도 행각을 벌이는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내부 비리에도 기시다 내각이 “안보정책의 대전환”을 위한 증세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 자위대 간부는 시사주간지 ‘아에라’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자위대 개혁 및 재발 방지 노력을 통해 자위대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한편 예산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증세에 대한 국민의 반대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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