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철수’는 없다”…‘尹 눈 밖’ 안철수의 독기
  • 이원석·구민주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3 11:05
  • 호수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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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경쟁력 강조 포지티브 전략…‘윤심 대 非윤심’ 구도 속 균형 잡기
친박·친이 핵심 원로들이 물밑 조력…‘불화설’ 있던 이태규와도 소통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밖’ 주자는 안철수 의원이다.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혔던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의 노골적인 견제를 받았고, 용산으로부터 연일 경고장을 받았다. 불과 한 달이 채 안 된 ‘나경원 사태’의 데자뷔였다. 그러나 안 의원은 불출마를 선택한 또 다른 윤심 밖 주자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과는 다른 선택을 한 모습이다. 지금까지 여러 선거에서 단일화 등으로 한발 물러나곤 했던 안 의원이 이번에도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의구심에 대해 안 의원은 “1위 후보가 사퇴하는 것 봤느냐”고 일축했다. 김영우 ‘안철수 경선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원장도 시사저널과 만나 “절대 철수는 없다”고 공언했다.

이제 전대까지 약 3주 남짓, 남은 기간 여권 주류의 압박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치고 올라오는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이준석계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의 기세도 위협적이다. 숱한 변수 속에 이번엔 정말 철수 없이 완주해 당권을 쥘 수 있을까. 안 의원의 승부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유승민과는 다른 安, 완주 의사 확고

윤핵관들에 이어 대통령실 참모들까지 이례적으로 나서 안 의원에게 집중 공세를 가하자 구석에 몰린 안 의원은 2월6일 하루 동안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당대표 도전 여부 자체에 대해 고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안 의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정을 재개했다. 전대 비전발표회 무대에 서서 “저를 총선 압승의 도구로 써달라”며 자신의 수도권 경쟁력을 어필했다. 표정에선 여유가 드러났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잠시 전열을 재정비한 뒤 새롭게 승부수를 띄웠다는 관측이 나왔다.

애초부터 불출마 등은 선택지에 없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일정 잠정 중단을 알린 날에도 안 의원은 비공식 일정을 모두 수행했다. 숨고르기이자 전략 수정을 위한 공개 행보 자제에 불과했다. 사실 안 의원 측 입장에선 대통령실 등의 전방위적 압력은 악재가 아니라 호재에 가까웠다. 한 캠프 관계자는 “우리에 대한 집중적인 공세가 쏟아질수록 여론은 우리 편으로 더 돌아서는 분위기였다”며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안 의원을 향한 집중포화가 이뤄진 뒤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의 상승세는 더욱 커졌다. 

안 의원 측은 앞으로도 출마 포기나 단일화는 결코 없을 거란 입장이다. 김영우 선대위원장은 “지금까지 안 후보가 단일화를 하거나 사퇴했던 건 저마다 명분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포기하거나 단일화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위기는 기조를 다잡는 기회가 됐다. 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남은 선거 기간에 안 의원 측의 전략은 정책과 경쟁력 강조에 방점을 둔 포지티브 행보다. 앞으로 안 의원 측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당의 무기가 될 IT·과학·의학 등 전문 분야와 관련한 정책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또 수도권 경쟁력 등을 확실히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안 의원은 2월7일 비전발표회에서 자신의 수도권 경쟁력을 강조하며 “수도권을 탈환해 170석(으로) 총선 압승하겠다”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안 의원 측은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을 ‘화합’으로 가져갈 전망이다. 비윤(非윤석열) 이미지 부각은 애초부터 안 의원 측에 일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었다. 그동안 안 의원은 단일화, 인수위원장으로서의 역할 등을 강조하며 꾸준히 윤 대통령과의 호흡을 강조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윤 이미지가 오히려 지금의 ‘안풍’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안 의원 측은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당대표’를 남은 기간 계속 강조하면서 통합 행보를 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당대표는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앞서 ‘이준석 당대표 트라우마’를 지켜본 당원들의 걱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 부분에서 (당원들을) 안심시켜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양강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2월7일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3·8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安측 “당대표, 대통령과 보조 맞추는 것 당연”

그러나 상황이 뜻대로 순탄하게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눈에 보이는 변수들만 해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우선 친윤계와 대통령실 등에선 계속 안 의원에 대한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안 의원 측은 그럴 경우 메시지를 이원화해 안 의원이 아닌 김 위원장 등 다른 스피커를 통해 대응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지금까지 나 전 의원, 안 의원을 둘러싼 일련의 장면들로 인해 기본적으로 윤심 대 비(非)윤심 구도가 담겨 있기에 그 표심을 가져오는 것도 안 의원 측 입장에선 중요하다. 캠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안철수 캠프는 네거티브와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공격이 들어올 때 아예 무시하거나 회피하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그러한 조직적 움직임에 대한 반감도 당심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걸 끌어안을 만한 대응들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아슬아슬한 줄타기’ 전략이 안 의원 측에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불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전 의원이 최근 김기현 의원에게 힘을 실어준 것도 안 의원 입장에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나 전 의원은 2월7일 김기현 의원과 회동한 뒤 카메라 앞에 서서 “성공적인 국정운영과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나 사실상의 연대 선언으로 풀이됐다. 당장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윤심에 반감을 가진 표심이 다시 김 의원에게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나 전 의원과 김 의원이 손을 맞잡은 다음 날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해 발표한 가상 양자대결(2월6~7일 조사,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 402명 대상,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9%p)에선 김 의원(52.6%)이 안 의원(39.3%)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전 의원과 김 의원의 기자회견 효과뿐만 아니라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고, 나 전 의원도 크게 거부하지 않았던 과정들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안 의원 캠프는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영우 위원장은 “바닥에선 이미 안철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며 “김 후보에게 고스란히 플러스로 작용할 것 같진 않다. 나 전 의원이 입장을 선회하는 과정도 부자연스러웠고, 그 과정을 국민이 고스란히 지켜보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이 앞선 결과의 조사가 나온 같은 날 정반대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가상 양자대결(2월4~6일 조사,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 527명 대상,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8%p)에서는 안 의원(35.5%)이 김 의원(31.2%)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다수의 여론조사들을 볼 때 흐름은 확실히 안 의원이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두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천하람 변수에 “安-金 양강 구도로 끌고 갈 것”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을 받는 비윤계 당권 주자 천하람 위원장 변수도 위협 요소다. 천 위원장은 출마선언 1주일여 만에 여론조사에서 3위를 기록하는 등 양강 전대 판도에 돌을 던졌다. 천 위원장의 존재감이 커질 경우 안 의원에게로 향해 있는 비윤 표심이 흔들릴 수 있다. 이에 안 의원 측은 선거를 안 의원과 김 의원의 양강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안 의원은 김 의원을 상대로 나왔지 다른 사람을 상대로 나오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양강 구도를 조금 더 분명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과반을 저지해 결선투표에 나란히 올라가는 게 관건이다.

안 의원의 약점이자 한계로 보수진영 내 약한 뿌리와 세력이 꼽힌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하며 안 의원이 보수진영에 합류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안 의원이 강조하는 확장성은 반대로 말하면 약한 보수 정체성으로도 해석된다. 김 의원 측에서 최근 안 의원을 향해 색깔론 등의 전략을 펴는 것도 이러한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안 의원 측에서 계속 강조하는 것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안 의원이 가진 중도·2030세대를 향한 확장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안 의원도 1월27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저에겐 언제나 중도층, 2030세대의 고정 지지층이 있다. 제가 국회의원 3선을 하는 동안 수도권에서 20~30%포인트 차로 이겨온 것도 그 때문”이라며 “특히 강북 지역의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제게 기대를 건다. 결국엔 그 척박한 곳에서 한 표라도 더 보태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세력에서는 김 의원 측과 안 의원 측이 상반되는 풍경을 보이고 있다. 나 전 의원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측 인사들을 캠프에 영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세를 불리고 있는 김 의원 측과 달리 안 의원 측은 세 결집에선 다소 약세로 평가된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애초부터 우리의 선거 전략은 과거 방식처럼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슬림하게 실무형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안 의원은 꾸준히 정치권의 원로들, 현역 의원 등과 폭넓게 만나 소통하고 있으며 물밑 조력들도 활발하다”고 부연했다.

실제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친박(박근혜)·친이(이명박)계 핵심 원로 몇 명이 안 의원에게 여러 간접적인 조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과거 당의 상황보다 최근의 갈등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문제의식 속에 안 의원과 직접 만나 조언하거나 여러 충고를 담은 메모를 전달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안 의원은 지난해 4월 인수위원직에서 사퇴한 뒤 ‘불화설’이 돌던 최측근 이태규 의원과도 최근 소통을 재개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최근에도 안 의원과 만난 이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현역 의원으로서 전대에 공식적으로 관여하거나 역할을 할 수는 없다”면서도 “제가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안 의원과 거리를 뒀지만, 최근 정권교체의 견인차였던 대선 단일화를 폄훼하거나 도를 넘는 네거티브 형태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전대가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의견 교환을 (안 의원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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