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저감기능 담합한 벤츠·BMW 등 과징금 423억원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2.0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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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소요량 줄이려 질소산화물 저감 성능 제한
ⓒ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4개사에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423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기술(SCR)을 개발하면서 일부 성능 제한에 합의한 사실이 드러나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4개사에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423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벤츠에 207억원, BMW에 157억원, 아우디에 60억원의 과징금(잠정)이 부과될 예정이다. 폭스바겐의 담합 관련 자동차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시정명령만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연구개발(R&D)과 관련한 사업자들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최초 사례이자 외국에서 이뤄진 외국 사업자 간 담합이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위법성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회사들은 2006년 6월 독일에서 개최된 SCR 소프트웨어 기능 회의 등에서 질소산화물(NOx)을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이중 분사 방식을 통해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SCR 시스템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공급해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정화하는 장치다. 독성 가스인 질소산화물은 오존, 산성비 등의 원인이며 호흡기 이상, 폐 질환, 천식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사되는 요소수량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달라지는데, 정화를 위해 많은 양의 요소수를 분사하려면 요소수 보충 주기가 짧아진다. 4개사는 한 번 요소수를 넣어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같은 합의에 이르렀다.

공정위는 이를 더 뛰어난 질소산화물 저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유 승용차의 개발·출시를 막은 경쟁 제한적 합의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상품의 종류·규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혁신 유인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4개사의 합의 결과로 탄생한 SCR 소프트웨어 기본기능은 일명 '디젤게이트'가 발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디젤게이트는 폭스바겐 등이 환경부 규제 인증을 위한 주행시험에서는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도록 하고, 실제 주행 때는 저감 장치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아 질소산화물이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되도록 한 사건이다.

신동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연구개발(R&D)에 관한 각사의 합리적 경영 판단으로 볼 수 있지 않나' 등 질문에 "개별적으로 판단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 다같이 하지 말자'라고 합의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담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환경부가 아니기 때문에 '왜 최대치로 배출가스를 저감하지 않았느냐'를 문제삼는 게 아니라 '왜 최대치 저감을 위한 경쟁을 하지 않았느냐'를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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