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효과 있을까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1 12:05
  • 호수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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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부동산] 과거 시행했거나 예상했던 정책이어서 효과 제한적
자산과 투자로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 생리부터 알아야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대출이 확대되고 각종 규제도 완화됐다. 시장 원리에 맡기겠다고 이야기했던 정부는 가격 하락을 우려하면서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정책에 대한 당위적 판단을 넘어 우리에게 중요한 건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집값 하락을 막고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느냐일 것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은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과거 정책을 보면 가격이 상승하면서 과열 현상을 보이면 규제가 강화되고, 반대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규제가 완화되고 적극적인 부양 정책이 실행됐다.

ⓒ국토교통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월3일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에서 열린 전세 사기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 정책은 왜 시장과 반대로 가나

이런 정책이 본질적으로 시장의 변화를 일으켰을까. 답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아니다’에 가깝다. 주택 가격이 급등할 때 수많은 규제책이 나왔지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08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집값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부동산 부양책을 냈지만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원인에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부동산 시장이 투자화돼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제약이 존재한다. 한국 부동산은 투자 수요로 움직이는 시장이다. 수많은 사람이 전세를 이용해 갭투자를 한다. 이렇게 투자로 움직이는 시장에서 사람들은 피드백으로 행동하게 된다. 투자화돼 있는 시장에서 참여자들은 되먹임(피드백)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행동한다.

되먹임은 과거의 어떤 일이 현재의 일에 영향을 주거나 어떤 한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일종의 도미노 현상이다. 예를 들어 퇴근해 집에 가는 데 1번 도로로 갔더니 항상 막혔다면 오늘은 2번 도로로 가자고 마음을 바꿀 수 있다. 과거 정보를 현재의 의사 결정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투자시장에서 되먹임 현상은 현재의 가격 추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상승하면 계속 상승하게 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지속 하락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매물을 늘리기 위해 보유세를 강화하면 오히려 매물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투자화돼 있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이 시장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되먹임 현상을 압도하는 일종의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충격 조건으로는 ①예상치 못한 내용 ②예상치 못한 시점 ③과거에 없던 내용이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감안할 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떨까. 대출 확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은 대부분 예상됐거나 과거 시행됐던 정책이다. 가격이 하락하면서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온다는 것도 대부분 예상하고 있다. 되먹임으로 움직이는 한국 부동산 시장을 정책으로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 과정도 문제다. 정책이 검토되는 과정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도입되는 정책은 미리 알려진 정책과 비교해 변질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진 정치집단이 타협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과거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던 시기에 다주택자에게 높은 세율이 적용됐지만, 실제로 도입된 종부세는 처음 안보다 상당히 완화된 상태로 법이 통과됐다. 정치적 과정을 통해 부동산 정책이 변질되면서 시장 영향을 적게 만든 것이다. 관료조직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정책을 수행하는 공무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공익보다 사익을 먼저 고려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일종의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정책 효과를 이야기할 때 정책의 기본적인 속성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정상적인 경우 정책 방향은 부동산 시장 흐름과 반대로 나타난다. 즉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고, 불황이면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쓴다. 많은 사람이 과거 경험을 통해 진보 정부는 부동산을 규제하고, 보수 정부는 부동산을 부양하는 정책을 사용했다고 규정한다. 정책과 정치이념을 동일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잘못 파악한 전형적인 오류다. 공교롭게도 진보 정부일 때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고, 보수 정부일 때 주택시장이 불황이었을 뿐이다.

노태우 정부 때는 보수 정부임에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실시했다. 토지공개념 3법이 대표적이다. 서울을 비롯한 6대 도시의 소유 택지 면적을 약 200평으로 제한하는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제’, 토지 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이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지초과이득세법’ 등이 이때 도입됐다. 또한 토지 가격을 공시하는 공시지가 제도를 도입해 정부 주도로 시장을 관리하는 제도의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결국 항상 시장 상황과 반대되는 정책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치와 달리 부동산 시장이 움직였던 이유이기도 했다.

최근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많은 정부 정책이 나오고 있다.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불가피한 측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중요한 건 이러한 부동산 정책이 실제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냐는 점이다. 투자화돼 있는 시장과 정책의 한계를 볼 때 지금의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든다.

ⓒ연합뉴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처음으로 100만 건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월1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연합뉴스

가격 하락기가 내 집 마련 기회 될 수도

2023년 한국 부동산은 투자 수요가 감소하고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서 가격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 정책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본질적인 시장 변화를 읽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집은 부동산이 된 지 오래다. 많은 사람은 거주할 집을 찾지만 누군가는 부동산을 자산으로 본다. 중요한 건 집값은 부동산을 자산과 투자로 보는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을 읽을 때나 효과를 분석할 때도 투자로 움직이는 시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집값이 하락하고 있고 더 하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가격이 하락할 때 무주택자들은 시장 변동 원인을 고민하고 능력 안에서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보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 보유가 증가할수록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에 흔들리지 말고 내가 살아야 할 집을 찾아야 할 때다. 내가 산 집에 스스로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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