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결국 ‘학교민주시민교육 조례’ 폐지…1년 2개월 만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0 15: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표결 처리
진보 진영 “제정된 지 1년 만에 폐지, 옳지 않다”
국민의힘 “조례에 편향적 이념 들어있다”
대전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 등 대전시당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대전시의회 앞에서 국민의힘 시의원들 주도로 발의된 ‘대전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조례 폐지 조례안’ 철회를 주장하며 공동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 등 대전시당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대전시의회 앞에서 국민의힘 시의원들 주도로 발의된 ‘대전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조례 폐지 조례안’ 철회를 주장하며 공동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인권·민주교육 등을 놓고 몸살을 앓던 ‘대전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조례’가 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발에도 결국 폐지됐다.

대전시의회는 10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조례 폐지안을 원안 가결했다. 대전시의회가 지난 2021년 12월29일 조례를 제정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이날 전체 시의원 22명 중 21명이 본회의에 출석한 가운데 16명이 전자투표에 참여해 찬성 15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4명은 모두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전시의회는 앞서 2021년 12월 학교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체계적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교육과정과 연계해 학교 민주시민교육 사업 등을 실시한다는 내용으로 이 조례를 제정했다. 당시 시의회 22석 가운데 민주당이 21석을 차지하면서 조례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18명과 민주당 4명으로 다수당이 바뀌면서 조례는 폐지됐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14명은 지난달 20일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이미 교육기본법으로 교육과정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조례가 필요하지 않고, 조례에 편향적 이념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투표에 앞서 민주당 소속 송대윤 시의원은 “조례를 폐지하려는 이유에 타당성과 구체성이 결여됐다”며 반대의견을 냈고, 민주당 시의원들이 반대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발언권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상래 의장은 송 시의원의 발언만 허가하곤 전자투표를 강행했다.

이날 시의회 장외에서도 찬반 집회가 열렸다. 민주당 대전시당·정의당 대전시당 등 야권과 대전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대전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에서 “교육은 특정 집단의 욕망과 이익을 재생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교육 조례를 폐지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바로 인근에서 조례 폐지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대전시의회는 학교민주시민교육 조례를 철회하라’, ‘가짜인권 가르치는 민주시민교육’ 등 피켓을 들고 맞불 집회를 벌였다.

이날 조례 폐지 표결을 놓고 정치권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진보 진영은 “제정된 지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은 조례의 실효성과 효과성을 평가하기도 전에 폐지하는 건 옳지 않다”며 “편항적인 정치 이념을 내용으로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고, 자유의 정신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보수진영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시민교육 조례는 민선 7기 당시 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로 통과된 악법”이라면서 “관 주도로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알려주겠다는 운동권 세력의 선민의식이 담긴 오만한 시도였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