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발언’ 역풍? 코너 몰린 김기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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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사과하라”…친윤계‧대통령실에서도 “선 넘었다” 비판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9 국민의힘 전당대회 화두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등장했다. 김기현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겨냥 “대선욕심이 있는 분이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면서다. 이후 안 후보뿐 아니라 천하람 후보, 이준석 전 대표 등 비윤석열계가 일제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친윤석열계 일각과 대통령실에서도 김 후보 주장이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는 11일 경기 용인시 강남대에서 열린 경기 중남부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대선 욕심이 있는 분은 (당 대표로) 곤란하다”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차기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안 후보가 당권을 잡으면 윤 대통령에 대한 ‘내부총질’을 넘어 ‘탄핵’까지 추진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어떤 후보도 대통령을 핍박·비난하면 당 안정에 결정적 결함이 올 것”이라며 “대통령께 쓴소리나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과 바깥으로 시끄럽게 하는 것은 다르다”고 밝혔다. 안 후보와 이준석 전 대표의 지원을 받는 천하람 후보를 싸잡아 비판한 셈이다.

이후 당내 ‘후폭풍’이 이는 모습이다. 당장 김 후보의 저격을 받은 안 후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 후보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여당 당 대표 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아마도 전략적으로 당원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 한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이 두 사람(김 후보와 신평 변호사)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저는 김기현 후보의 대통령 탄핵 발언에 대해 사퇴 요구까지 할 생각은 없다”며 “사퇴는 신평 변호사 한 명이면 된다. 그러나 김기현 후보는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는 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친이준석계 주자들도 김 후보 비판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김 후보가 울산시장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앞당겨야 한다’고 발언한 기사를 게시하면서 “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할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정작 김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 때 ‘탄핵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김 후보가 2014년 울산시장에 당선된 뒤 “대통령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기사도 공유한 뒤 “쉰넷의 김기현이 꾸던 대통령 꿈을 서른일곱의 천하람이나 예순의 안철수가 꾸면 안 되는 건가”라고 적기도 했다.

같은 날 천하람 후보도 SNS에서 “김 후보는 급기야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담나. 본인이 안 되면 당이 결딴난다고 우리 당원들을 협박해서는 안 된다”며 “아무리 당 대표 선거가 급하고 지지율에 조급해도 그렇지, 이게 여당의 전당대회에서 할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윤계 일각과 대통령실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감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의 탄핵 발언은 대통령실이 그간 밝혔던 ‘전당대회에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경고와 위배된다는 주장에서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평론가도 아닌 당 대표 후보가 직접 탄핵과 레임덕을 운운하는 것은 결코 대통령을 위한 발언이 아니다”라며 “(김 후보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분명 선을 넘은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한 핵심관계자도 “(김 후보의 발언은) 일방의 주장”이라며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이용하지 말라는 게 대통령실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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