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 거부·인천공항 노숙 4개월’ 러시아인들 난민심사 받는다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2.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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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회부 거부되자 행정소송 내…3명 중 2명 승소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모습 ⓒ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모습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조국의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온 러시아인들 중 일부가 난민심사를 받게 됐다.

14일 인천지법 행정1단독 이은신 판사는 A씨 등 러시아인 3명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2명에게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이 지난해 10월 A씨 등 러시아인 2명에게 내린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에 취소 명령이 내려졌다.

나머지 러시아인 1명이 같은 이유로 낸 청구 소송은 원고 패소로 기각됐다.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A씨 등 3명은 지난해 10월 전쟁동원령이 내려진 러시아를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난민심사를 신청했다. 법무부 산하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심사 회부를 거부했다. 단순 병역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A씨 등은 현재 4개월째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사실상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영화 ‘터미널’과 비슷한 상황이 된 이들의 사연은 지난달 미국 CNN에 보도됐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종찬 변호사는 CNN을 통해 “A씨 등은 하루에 점심 한 끼만 받을 뿐 나머지는 빵과 음료수로 때우고 있다”고 전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국내 인권단체는 법무부가 이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CNN은 이 소식과 관련해 “18∼35세 사이의 모든 건강한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에서 복무해야하는 한국에서 징병제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이번에 소송 결과를 받아든 A씨 등 3명 말고도 징집을 피해 우리나라에 와서 인천공항에 체류 중인 러시아인은 2명이 더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마찬가지로 난민심사를 거부당해 따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러시아에서 범죄 전력이 없는 60세 이하의 남성은 모두 징집 대상이다.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을 선언한 이후 1주일간 약 20만 명이 조지아(그루지야)나 카자흐스탄 등지로 도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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