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개입’ 진흙탕싸움…‘逆컨벤션 효과’에 불안한 대통령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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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이재명 호재에도 尹대통령 지지율은 하락
“대통령실 선택적 당무개입…역컨벤션 효과 우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선 레이스가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김기현 후보의 ‘탄핵 우려’ 발언이 후보 간 치열한 난타전을 촉발하면서다. 여기에 대통령실도 ‘선택적 당무개입’이란 비판을 받게 되면서, 전당대회 갈등으로 인한 흙먼지가 여의도를 넘어 용산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선 “이러다 총선 필패”라는 자조가 흘러나온다.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이 불거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통상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정부여당 지지율이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만, 이번엔 논란의 중심에 ‘윤심(尹心)’이 있는 만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8일 윤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과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각각 임명장과 위촉장을 수여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8일 윤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과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각각 임명장과 위촉장을 수여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모습 ⓒ 연합뉴스

호재 줄줄인데 尹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역컨벤션 효과 우려”

14일 복수 여당 인사들 말을 종합하면, 당내 화두는 ‘역(逆)컨벤션 효과’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율이 오르기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선방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흐름이다.

13일 발표된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조사(6~10일, 2506명 대상)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4%포인트 하락했다.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7~9일, 1002명 대상)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각각 1.5%포인트와 2%포인트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조사 기간 내 발생한 정치적 이벤트만 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엔 물음표가 붙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소환 정국 등 정부여당에 호재로 여겨지는 이벤트가 줄줄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데엔 다수 요인이 거론되지만, 그 중에서도 정치권에서 눈여겨보는 대목은 ‘당무개입’ 논란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로 ‘당무개입’을 꼽은 응답자만 5%다.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천하람·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며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연합뉴스

‘내부총질’ 문자파동부터 ‘당무개입’ 논란마다 지지율 ‘뚝뚝’

윤 대통령은 당무개입 논란의 정중앙에 서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해 전당대회 불출마를 압박했다는 평가를 듣는가하면, 비공개 석상에서 안철수 후보를 ‘국정운영의 훼방꾼’이라고 언급했다고 알려지면서다. 대통령실도 노골적으로 나 전 의원과 안 후보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당무개입’ 논란을 진화하기보다 참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당무개입을 ‘선택적’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데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당권주자로 자리매김한 김기현 후보는 지난 11일 ‘안 후보가 당권을 잡을 경우 윤 대통령의 탄핵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도마에 올랐는데,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은 이틀 뒤에야 나왔다.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원론적 발언이었다. 나 전 의원이나 안 후보에게 공개 경고장을 날렸던 태도와는 비교된다.

과거 여론 흐름을 보면,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있을 때마다 지지율은 휘청거렸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지난 나 전 의원 불출마 국면 때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2%포인트(1월1주차 37%⟶ 1월2주차 35%) 하락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 국면이 촉발된 지난해 7월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20%대로 추락했다(7월3주차 32%⟶7월4주차 28%).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로 지칭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천하람·김기현·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 및 최고위원 후보들이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공약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천하람·김기현·안철수·황교안 당대표 후보 및 최고위원 후보들이 13일 제주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공약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정 동력 잃을라…대통령실 “윤심 경쟁 자제 당부”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당무 개입’ 논란에 우려가 쏟아진다. 이준석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전당대회 기간엔 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게 일반적인데, 그 와중에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무리한 탈당‧탄핵 발언이 부담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언주 전 의원은 “전대가 컨벤션이 아니라 역컨벤션 효과를 야기하고 있다. 당이 사당화 돼가는 것도 모자라 무능하고 부족한 자들이 당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단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의중에 대한 해석을 자제해달라”고 연신 당부했다. ‘윤심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경계하는 양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들이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한 달 동안 이 문제가 토론회 등에서 계속 거론될 수 있는데 대통령실에서도 일일이 입장을 내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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