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무릎 소리는 안심…통증이나 덜걱거리는 느낌 받을 때가 ‘위험’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9 15:05
  • 호수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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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인대·힘줄 움직이면서 나는 소리, 무릎 건강에 큰 문제 안 돼…오히려 소리 없는 무릎 질환에 주의를”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오래 유지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최근 추위도 한풀 꺾이면서 야외활동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움츠렸던 몸을 갑자기 움직이다가 여기저기 부상을 입는 시기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부상 부위 중 하나가 무릎이다. 

스키나 테니스 같은 과격한 운동을 즐기다가 넘어질 때 무릎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난다면 이상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이후 무릎이 붓고 통증까지 생기면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십자인대는 무릎관절을 연결하는 조직으로 무릎의 앞뒤 움직임을 제어하며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전방십자인대는 축구·농구·테니스·달리기 등과 같은 운동을 즐길 때 갑자기 정지하거나 잘못된 착지 동작 또는 뒤틀리는 동작 등으로 파열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앉았다가 일어날 때 무릎에서 ‘뚝뚝’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이는 대부분 무릎 건강과 무관하다. 이동훈 이동훈연세정형외과 원장은 “무릎에서 소리가 나는 원인은 정확하지 않으나 대부분은 뼈·인대·힘줄이 움직이면서 소리가 난다. 이는 무릎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소리가 나지 않는 무릎 질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의사가 만져봐서 이상한 점이 있거나 환자가 통증이나 덜걱거리는 느낌을 받을 때”라고 말했다.

무릎에 통증이나 이상한 느낌이 발생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흔한 탓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를 미루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 무릎이 불안정해지면서 다른 조직(무릎 연골 또는 반월상 연골판)이 추가로 손상될 수 있다. 따라서 과격한 활동 후 무릎에 통증이나 이상한 느낌이 생기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동훈 원장은 “무릎 연골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 대부분은 자신의 근육 능력, 체중, 활동 사이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다. 근육 능력은 그대로인데 체중이나 활동량이 늘었을 때 또는 체중이나 활동량은 그대로인데 근육이 많이 빠진 상태일 때”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뻣뻣한 느낌, 통증 유발하는 연골연화증

무릎 건강의 위험 신호는 소리보다 통증과 느낌이다. 예를 들어 극장에서 장시간 영화를 보거나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자동차나 비행기를 탈 때 무릎에서 뻣뻣한 느낌이나 통증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증상은 안정을 취하면 사라졌다가도 무릎을 꿇거나 쪼그리고 앉을 때, 계단을 오르내릴 때, 달리기 등 체중이 실리는 활동을 할 때 다시 나타난다. 무릎을 움직일 때 걸리적거리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무릎 연골연화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들이다. 

무릎 연골연화증은 단단해야 할 무릎 연골(물렁뼈)이 약해지거나 손상된 것을 의미한다. 무릎 연골은 무릎뼈의 충격을 흡수하고 뼈가 마찰 없이 움직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무릎을 심하게 부딪히거나 골절 또는 탈구 같은 외상을 입으면 연골연화증이 생길 수 있다. 외상이 아니더라도 무릎을 갑자기 무리하게 사용할 때도 발생한다. 운동을 활발하게 즐기는 청장년층과 연골이 약하고 주변 근육량이 적은 여성에게 주로 발병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무릎 연골연화증 환자 9만1000여 명 가운데 여성이 62.5%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남성은 20~24세가 가장 많았고 여성은 50~54세, 25~29세 순이다. 

뻣뻣한 느낌이나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으면, X선 검사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로 연골연화증을 진단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연골연화증은 2~3개월 무리한 무릎 활동을 자제하면서 스트레칭, 요가, 근력 운동 등으로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면 증상이 개선된다. 이런 보존적 치료의 효과가 없고 만성화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양익환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부장은 “통증이 있을 때는 병원을 즉시 방문해 연골 손상도를 파악하고,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물리치료·주사치료·약물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릎 연골연화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는 등산, 과격한 달리기, 체중 증가 등은 무릎에 무리가 되는 요인이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자세도 중요하다.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거나 양반다리처럼 관절에 압박을 주는 자세는 삼갈 필요가 있다. 실내자전거 타기, 평지 걷기, 수영 등과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면 무릎 주변 근육이 강화돼 무릎 연골연화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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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걱거리는 느낌 드는 반월상 연골판 손상 

무릎 통증이 갑자기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반월상 연골판 손상도 있다. 시쳇말로 ‘무릎도가니’라고 표현하는 반월상 연골판은 무릎 관절 내 대퇴골(넓적다리의 뼈)과 경골(종아리의 뼈)의 관절면 사이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연골판이다. 이 연골판은 체중 전달, 외력 분산, 관절연골 보호, 관절 안정성 등 중요한 기능을 하는 조직이다.

반월상 연골판은 본래 말랑말랑하고 탄력이 좋으나 나이가 들수록 탄력을 잃고 쉽게 찢어진다. 특히 무릎이 살짝 구부러져 있는 상태에서 뒤틀리면서 파열되므로 과격하게 운동할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미세한 손상으로 시작하지만 좋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인해 손상 부위가 차츰 커지고 결국에는 반월상 연골판이 파열된다. 이처럼 노화 외에도 무리한 충격을 받아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반월상 연골판 손상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되거나 찢어지면 무릎을 구부리거나 펼 때 통증이나 무언가 걸리는 느낌을 받는다. 무릎이 붓거나 관절 운동에 제한이 생기기도 한다. 또 계단을 내려가거나 내리막길에서 무릎이 무기력해지는 불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기고 방치하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그 전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월상 연골판 손상 여부는 MRI 검사로 알 수 있는데, 손상 정도가 약하다면 약물치료·주사치료·물리치료로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무릎을 구부리지도 펴지도 못하는 잠김 현상이 있거나, 걸을 때 다리 힘이 풀리거나, 방향을 바꿀 때 통증 때문에 걷기를 멈출 정도라면 수술이 필요하다. 최종혁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파열 정도가 작고 무릎에 다른 병변이 없을 경우에는 무릎 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면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등 보존적 치료를 통해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보존적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파열이 심하면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손상된 연골을 절제하고 다듬어주는 부분절제술과 손상된 연골을 꿰매주는 봉합술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발 빈도 높은 무릎 염증질환 점액낭염

무릎에는 연골뿐만 아니라 점액낭이라는 조직도 있다. 점액낭은 관절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점액이 있는 일종의 기름 주머니다. 무릎 외에도 팔꿈치·어깨·엉덩이·발목 등 관절 부위에는 점액낭이 있다. 이 점액낭에 염증 질환(점액낭염)이 생기면 통증이 발생한다.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외상 또는 반복적인 만성 외상이 점액낭염의 주요 원인이다. 결핵이나 통풍으로 유발되기도 한다. 테니스·골프·스키와 같은 운동 또는 단단한 바닥에 무릎을 꿇고 걸레질하거나 반복적으로 양반다리를 취하는 자세도 점액낭염 발병과 관련이 있다. 

점액낭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통증이다. 통증 이외에 부어오름, 벌게짐(발적), 열감, 운동 범위 감소와 같은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퇴행성 관절염과 유사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초음파 검사 또는 MRI 검사로 무릎 점액낭염 여부를 진단받아야 한다. 점액낭염 치료는 단순 염증 또는 세균성 염증인지에 따라 다르다. 가장 흔한 단순 점액낭염은 보존적 치료로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세균성 염증이라면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부종이나 통증이 심하면 소염제나 냉찜질로 가라앉힐 수 있다. 점액낭염은 초기에 치료받으면 쉽게 완화된다. 그러나 재발 빈도가 높다. 같은 관절을 반복적으로 무리하게 사용하면 만성 점액낭염으로 발전할 수 있고, 점액낭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무릎을 꿇는 행동 등을 최대한 피해야 점액낭염을 예방할 수 있다. 부득이하게 무릎을 꿇고 작업할 일이 생긴다면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팔을 어깨높이 이상으로 올린 상태에서 장시간 작업할 때도 어깨 점액낭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발판을 이용해 작업 위치를 높이거나 작업 물체를 낮추는 것이 좋다. 박기범 세란병원 정형외과장은 “점액낭염은 염증 부위의 자극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을 꿇거나 팔을 어깨높이 이상으로 올려서 하는 작업 시간을 줄여야 한다. 점액낭염이 생기면 해당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쉬어야 한다. 점액낭염을 장기간 방치하면 만성 염증이 되고 재발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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