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28명 잡아낸다”…‘표 단속’ 시작한 ‘개딸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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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의원에 “가결 찬성하면 가만 안 둘 것” 협박성 문자
강성 팬덤 논란에…이재명 “상처 받는 분 多, 균열 멈춰야”

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선 체포동의안 부결을 확언하긴 어렵다. 민주당 내 이탈표가 28표 이상 발생하면 체포동의안은 가결된다. 이에 이 대표를 비판해왔던 비이재명계 의원들에게 ‘경고성’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에 하나 있을 ‘가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이 대표 지지층이 조직적 ‘표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검찰 소환 조사가 예정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인근에서 이 대표 지지단체와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검찰 소환 조사가 예정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인근에서 이 대표 지지단체와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단일대오 없다? 의원들도 확신 못하는 ‘부결’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면 가결된다. 사실상 169석을 보유한 민주당에서 이탈표만 발생하지 않으면 사실상 투표 결과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100% 부결을 장담할 수는 없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 시대전환(1석)을 모두 더하면 122석이다. 현재 전체 의석은 299석이고, 민주당에서 28석의 이탈표가 나오면 체포동의안은 가결된다.

‘부결을 확신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당내에선 미묘한 불안감이 감지된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검찰의 정치 행태를 보면서 정치 탄압이고 정적 제거라고 분명하게 규정을 해놓았기에 토론하는 과정에서 부결시키는 쪽으로 뜻을 모으지 않을까 한다”며 “현재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부결로 뜻이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명계 의원들은 ‘부결 당론’을 반대하고 있다. 정당 민주주의에 반하는 처사이자, ‘이재명 방탄’에 당이 나설 경우 총선에서 ‘역풍’이 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의원들 마음 속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가결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며 “무기명 투표를 하도록 국회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당론으로 정해봤자 효과도 없고 오히려 의원들의 반발심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친이낙연계 의원은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대표와 관련된 사건)이 당의 데미지를 주면 (당선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체포동의안 부결 여부는) 여론의 향배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체포동의안에 적시된 이 대표의 혐의, 이 대표의 입장 등을 살핀 뒤 찬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체포동의안을 일단 받아보고 찬반을 결정하겠다는 의원들이 훨씬 더 많다”며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나아가 이 대표가 자진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스스로 영장실질짐사를 받는 방안을 언급하며 “(본인이) 걸어가겠다는데 저 검찰은 왜 갑자기 체포영장을 보내느냐는 뜻을 강조할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국민들의 눈높이와 상식에서 호소할 건 호소하고 선택할 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결되면 네 표로 알 것”…쏟아지는 협박문자

당내 이견이 발생하는 가운데 이 대표의 구속을 우려하는 ‘개딸들’(개혁의딸‧이재명 지지층)은 ‘표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에게 ‘부결에 투표하라’는 문자와 전화를 집중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에겐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에 가까운 문자까지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많으면 하루 200건도 넘게 문자가 온다. ‘(가결에) 투표하면 가만 안 두겠다’, ‘이번 기회에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은어)들 걸러내겠다’, ‘수박 28명 리스트 확보했으니 (가결되면) 도망갈 생각마라’ 등의 내용들”이라며 “의원님은 개의치 않는다고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압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계파를 떠나 검찰의 수사, 기소가 무리하다는 건 의원들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고, 이에 반대한다고 협박성 문자가 날아드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공산주의와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당 지도부도 극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표까지 직접 나서서 ‘수박 문자폭탄’을 멈춰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14일 오후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이소영 의원을 초청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였던 이 대표 현장대변인을 맡았으나 이후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만류해 ‘개딸들’에게 ‘수박’이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저한테 ‘찢’이라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똑같은 것이다. 그 단어(수박) 이제 그만 썼으면 좋겠다”면서 “거기에 상처받는 분들이 너무 많다. (나도 찢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상처받더라. 그러니까 그분들이 저한테 기분이 좋겠느냐”고 했다. ‘찢’은 ‘형수 욕설’ 논란에 휩싸였던 이 대표를 조롱하는 표현이다.

이 대표는 “상대(국민의힘)의 작전은 이미 명확하다. 잘할 생각보다는 지배하기로 작정했고, 장애가 되는 것은 없앤다. 이게 기본 작전”이라면서 “그럼 우리 작전도 분명하다. 단합과 대오 유지가 제일 중요하다. 내부 균열은 절대 안 된다. 좀 부족해 보이고 달라 보여도 용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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