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김기현 대세론, 거칠어지는 與전당대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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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혼전 양상에…너도 나도 “내가 당선”
‘어대명’ 野전대보단 흥행 기대 속…‘분열’ 우려도

“이제 험지를 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 (안철수 후보)

“김 후보야 말로 ‘윤핵관 아바타’ 아니냐.” (천하람 후보)

“선당후사 정신으로 용기있게 사퇴하라.” (황교안 후보)

친윤석열계 당권 주자인 김기현 후보를 향한 경쟁 후보들의 견제가 점차 거칠어지는 양상이다. 한때 ‘김황연대(김기현+황교안 연대)설’까지 일었던 황교안 후보는 급기야 김 후보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어대김’(어차피 대표는 김기현) 구도가 깨지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로 치러졌던 민주당 전당대회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국민의힘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1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촬영 전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황교안·천하람·안철수·김기현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1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촬영 전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심’은 알겠는데…오리무중 ‘당심’

지난 1월까지는 분명 ‘김기현의 시간’이었다. ‘윤심 후보’로 부상하며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렸다. 컷오프(예비경선) 이후에도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1강 체제를 굳히진 못했다. 안철수 후보와 1, 2위를 다투는 가운데 친이준석계 후보인 천하람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이른바 ‘태극기 당심’을 앞세운 황교안 후보까지 가세했다.

16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김 후보와 안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월13일~15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안 후보가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는 응답이 2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김 후보와 천 후보가 11%로 그 뒤를 이었고, 황 후보는 5%였다.

국민의힘 지지층 395명으로 한정했을 때에도 안 후보 30%, 김 후보 26%, 황 후보 8%, 천 후보 6% 순으로 안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를 지켰다. 안 후보와 김 후보의 양자 대결이 치러진다는 가정 하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역시, 안 후보 43%, 김 후보 39%로 비슷한 격차를 보였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안 후보 31.9%, 김 후보 30.2%, 천 후보 17.8%, 황 후보 5.6% 순으로 안 후보와 김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박빙을 벌였다. 국민의힘 지지층 492명으로 한정했을 경우, 김 후보 44.2%, 안 후보 29.3%로 집계돼 김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안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 후보는 13.2%, 황 후보는 7.2%로 뒤를 이었다.

2022년 8월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왼쪽부터), 박용진, 강훈식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8월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왼쪽부터), 박용진, 강훈식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흥행엔 청신호…단합에 적신호?

이는 지난해 8월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대명’ 구도였다. 대항마로 나선 박용진 후보는 친문 비명계의 지원사격에도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으로까지 불린 이재명 대세론을 뒤집지 못했다. 결국 이재명 대표는 총 77.77%의 득표로 22.23%를 얻는 데 그친 박 후보를 제치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이후 민주당은 큰 분란없이 이재명 체제로 전환됐다. 다만 전당대회 흥행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를 두고 “원사이드(일방적인) 게임이었다. 결과가 정해진 상황에서 경쟁 후보들이 거친 네거티브를 할 이유도, 명분도 없던 상황”이라며 “드라마도 결말을 알고 보면 재미가 없지 않나. 아쉬웠던 점”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엎치락뒤치락’ 하는 주자 간 경쟁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이에 당 지도부는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당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를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후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역(逆)컨벤션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후보들의 토론 과정에서 당무개입 논란, 계파 갈등이 언급되면 여당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민심’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들이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전당대회가 끝나는) 한 달 동안 이 문제가 토론회 등에서 계속 거론될 수 있는데 대통령실에서도 일일이 입장을 내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전당대회에선 경쟁자지만 결국 같이 손 잡아야하는 동지들”이라며 “마치 평생 안볼 것처럼 ‘분열의 언어’를 사용하는 건 당원의 입장에서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응답률은 21.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4.9%포인트다. 여론조사 공정 조사는 무선 100% 자동응답(ARS) RDD 방식으로, 응답률은 3.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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