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된 與전대…도마 위 정진석 리더십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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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분열 필패” 경고에도 캠프 간 네거티브 공세 범람
원내‧원로그룹 일각 “당 운영 이대로는 안 돼” 우려도

“우리의 적은 분열이다. 보수는 분열로써 패배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에서 “반목과 갈등의 시대를 종식하고 단결과 전진의 국민의힘을 만들자”며 이같이 강조했다. 후보 간 경쟁이 분열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정 위원장의 이 같은 당부에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당대표 후보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갈등에 선을 긋고 단결을 강조한 정 위원장. 그러나 정 위원장의 거듭된 요청에도 캠프 간 경쟁이 과열될 조짐이다. 김 후보를 둘러싼 ‘울산 땅투기 의혹’부터 안 후보를 겨냥한 ‘민주당 DNA’ 논란 등으로 전당대회가 얼룩지면서다. 이에 당 일각뿐 아니라 국민의힘 원로그룹에서도 전당대회 후유증, 나아가 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野 저리가라? 심화된 ‘金-安 갈등’

당권 경쟁은 늘 치열하다.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전당대회는 특히 더 과격하다. 지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로 치러졌음에도, 박용진 후보 등이 ‘사법리스크’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논란이 일었다.

다만 전당대회의 전례를 감안해도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선을 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어대김’(어차피 대표는 김기현) 대세론을 흔들기 위해 안철수‧천하람‧황교안 캠프의 ‘총공세’가 시작되면서다. 이 과정에서 마치 대통령 선거 본선을 방불케 하는 ‘네거티브’(음해성 발언)가 줄을 잇는 모양새다.

도화선은 황 후보가 쏘아올린 이른바 ‘김기현 울산 땅 투기 의혹’이다. 황 후보는 김 후보가 ‘권력형 토건비리’에 연루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KTX 연결도로가 원안과 달리 김 후보가 소유한 땅 쪽으로 변경됐는데, 그 배경에 ‘김 후보 권력’이 의심된다는 게 황 후보 측의 주장이다.

황 후보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2007년 8월2일 착수보고를 할 때 김 후보의 땅은 노선 검토대상이 아니었지만, 같은 해 10월에 김후보 땅에 터널 입구 설치 노선을 제시했고, 11월30일 중간보고 시 김 후보 땅 노선이 기본노선으로 바뀌었다”며 “결국 12월12일 최종보고 시 이 같은 변경안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의 KTX 역세권 연결도로 변경 문제는 땅 투기 문제가 아니라 권력형 토건비리 문제”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 후보 측이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안 후보와 천 후보도 해당 의혹에 불을 댕기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김 후보가 (의혹을) 털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이기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고, 천 후보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게 분명하다”며 검증을 예고했다.

경쟁 후보들의 집중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색깔론 공방’까지 벌어진 모양새다. 김 후보가 안 후보에게 ‘사상 검증’을 요구하면서다. 안 후보가 이른바 ‘민주당 DNA’를 버리지 못하고 당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게 김 후보 측의 주장이다.

김 후보는 지난 19일 기상청 국가지진센터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에 대해 “민주당 DNA를 계속 가지고 계시면 곤란하다”면서 안 후보의 정체성을 공격했다. 이어 “단일화를 한다고 과거 모든 행적이 지우개로 지워지는 건 아니다. 우리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명쾌하게 설명하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원로그룹도 “이대로는 총선 위험”

후보들 간 ‘네거티브 공방전’이 이어지자 당내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된다. 특히 전당대회를 발판삼아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노렸던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여당을 향한 ‘민심’이 되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당을 이끌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당을 수렁으로 몰고 있다”며 “모두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1명의 승리를 위해 모두가 제물이 되는 ‘엔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 원로그룹 일각에선 정진석 비대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전당대회 룰(rule‧개정) 개정을 밀어붙인 비대위가 정작 전당대회 운영에는 미숙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국민의힘 원로 정치인들은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정 위원장을 만나 “당 융화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당 운영이 이렇게 되서는 안 된다”, “지도부가 전대 이후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달라”는 고언을 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친윤계 일각에선 비대위가 임시 지도부인터라 권한과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항변도 나온다. 동시에 당내 최다선인 정 위원장이 후보들의 경쟁 과열을 막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임시 리더’라 ‘미래 리더’를 통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당의 최고 어른으로서 각 캠프에 강한 경고를 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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