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앞에 놓인 ‘권성동의 길’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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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는 물론 비명계 일각서도 ‘권성동 모델’ 언급
“이재명, 떳떳하면 자진 영장심사 받아야” 압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자진해 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을 기대하는 여권은 물론 비명(비이재명)계 일각에서도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재명이 없어도 민주당은 망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이제라도 이재명을 풀어주고 사법재판에 전념하게 하라”고 말했다. 무기명 자유 투표로 진행되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민주당의 ‘이탈 표’를 이끌어내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가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에 응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정점식 비대위원은 “이 대표가 의연하게 맞서는 길은 하나뿐이다. 죄 짓지 않은 청렴한 정치인에게는 불체포특권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던 이 대표는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에 응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자당 권성동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 대표의 ‘자진 출두’를 촉구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권성동 의원이 ‘임시국회를 열지 말아 달라, 내가 스스로 법원 가서 심사 받겠다’고 하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며 “이 대표는 판사 앞에서 정당하게 왜 영장 심사를 못 받나”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문재인 정권 시절이던 지난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바 있다. 권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는 자신의 결백을 믿는다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 실질심사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뿐만 아니라 야권 내부에서도 이 같은 ‘권성동 모델’이 언급된다. 민주당 내 대표적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은 지난 1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권성동 모델을 따르는 게 깔끔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도 “지금까지 수사가 진행된 상황을 보면 이 대표가 영장심사를 받더라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체포특권 폐기를 약속했기 때문에 그 입장이 일관되려면 영장 심사를 받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이 대표가 ‘자진 출석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야당 탄압 정적 제거’의 일환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영장실질심사를 할 사법부의 판단도 “믿을 수 없다”는 기류가 일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일단 오는 27일로 예고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이탈 표’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부 단속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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