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뉴스타트’ 참여 중단 선언에 “핵군비경쟁 재연되나”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2.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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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핵무기 수 제한하는 핵군축 조약
“나토 압박 수단일 뿐”, “냉전 시기처럼 불안정 생길 것” 의견 분분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시험발사 되는 모습 ⓒ AP=연합뉴스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시험발사 되는 모습 ⓒ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강대국들의 핵군비 경쟁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상당수 전문가는 핵전쟁 위험이 즉각적으로 커지는 건 아니라고 평가했지만,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국정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2010년 체결된 뉴스타트는 냉전 종식 이후 우호로 돌아선 미·러 관계를 상징하는 조약으로 여겨져 왔다. 1991년 7월 미국과 옛소련 간에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스타트·START)의 맥을 잇기 때문에 뉴스타트로 불린다.

미국과 러시아 각각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개로 제한하고, 운반체와 폭격기도 800개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이 조약의 골자다. 2021년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2026년까지 연장됐고, 2031년까지로 다시 한 차례 기한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조약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뉴스타트 참여 중단에도 핵탄두 수 제한은 계속 준수한다면서 미국의 태도에 따라 복귀가 가능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 소속 전문가 에마뉘엘 메트르는 “뉴스타트는 사망한 게 아니라 인위적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핵군축 관련 협회인 IDN 부회장 마르크 피노는 러시아의 뉴스타트 참여 중단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자금을 원조하는 서방을 압박할 목적으로 핵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이용하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뉴스타트에 복귀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윌리엄 앨버크 전략·기술·군축 국장은 러시아가 뉴스타트를 사실상 탈퇴하면서 미국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은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5428개와 5977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한다. 앨버크 국장은 “양측은 실전 배치한 핵탄두 수를 즉각 1550개에서 4000개 수준으로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정치학부 산하 ‘오슬로 핵 프로젝트’ 소속 연구원인 제임스 캐머런은 뉴스타트가 완전히 무력화하면 미·소 냉전 당시처럼 과도한 군비경쟁과 불안정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상대방의 전력을 어림짐작으로밖에 알 수 없는 탓에 양측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에 바탕을 두고 더욱 정교한 (핵무기) 체계와 계획을 도입하면서 큰 불안정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시 중단됐던 상호 핵시설 사찰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재개되지 않으면서 이미 체계가 흔들리던 상황이었다.

미국 국제안보 싱크탱크 수판 그룹의 연구 담당자 콜린 클라크는 뉴스타트 중단은 “미러 관계가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액턴은 “(이미) 중국과 러시아, 미국은 3자간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었다”면서 러시아의 뉴스타트 중단 결정이 이런 경쟁을 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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