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돈이 없다”…‘국가부도’ 스리랑카, 선거까지 연기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2.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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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선거용지 인쇄 등에 자금 지원 거부
야당 의원·시민들 선거 개최 요구 시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정부의 선거 연기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는 모습 ⓒ AP=연합뉴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정부의 선거 연기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는 모습 ⓒ AP=연합뉴스

국가부도 상황에 빠진 스리랑카가 돈이 없어서 선거조차 치를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스리랑카 재무부는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 용지 인쇄, 치안 병력 동원 등을 위한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매체가 21일 전했다.

니말 푼치헤와 선거관리위원장은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풀어주지 않기 때문에 선거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대법원에 알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내달 선거 개최가 어렵다고 보고 연기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우편투표를 위한 선거 용지 배포는 이미 연기된 상태다. 이번 선거에는 약 100억 스리랑카 루피(약 360억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라닐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공무원 급여·연금을 지급하고 필수 서비스를 유지하기에도 국고가 부족한 상황이라 선거 개최는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선거 연기 움직임에 대해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 의원과 지지자들은 이날 수도 콜롬보의 의회 앞에서 선거 개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한 혼란 때문에 의회는 정회됐다.

선거 관련 시민운동가 로하나 헤티아라치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며 이미 의회가 관련 자금을 배당하기로 결정한 상태라 대통령이 선거 연기와 관련해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전임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사임한 후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가 이끄는 통합국민당(UNP)의 의석은 1석에 불과할 정도로 지지기반이 매우 취약한 편이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 사태로 관광 등 주력 산업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빠졌다.

지난해 5월 공식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든 스리랑카는 지난해 9월 국제통화기금(IMF)과 29억 달러(약 3조77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에 대한 실무진급 합의를 했으며 IMF 이사회 승인 등을 위해 각종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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