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尹대통령, 책임질 일 안 하면서 당무개입하려니 더 문제”
  • 김종일·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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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上)]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상승세 천하람, 아직 범개혁보수 표도 다 흡수 안 해”
“‘윤심’ 김기현, 당선돼도 국민들이 인정하겠나…떨어지면 정계은퇴로 몰릴 것”

이준석계 ‘천아용인’(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후보들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천 후보의 후원회장이자 네 후보를 전폭 지원하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2월2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천아용인 후보들의)인지도가 매일매일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천 후보의 상승세와 관련해 “아직 소위 말하는 범(汎)개혁보수 진영의 표도 다 흡수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의 주요 화두인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과 관련해서도 본인의 생각을 상세히 풀어놨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정면 겨냥해 “공천 학살이라고 해서 공천개입을 하는 경우는 봤지만, 전당대회에서 후보 학살을 하는 건 처음 봤다”며 “본인(윤 대통령)이 책임질 만한 일은 안 하면서 당무에 개입하려고 하니 더 문제”라고 맹폭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월20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월20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3·8 전당대회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판세는 어떻게 보고 있나.

“당원투표제라는 걸 시행하면서 사실 모든 결과가 미궁 속에 있다.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당원 80만 명 시대에 누가 누구를 보고 당원 가입을 했는지도 불명확한 상황 속에서 이런 판을 벌인 건(당원투표 100%로 룰 변경) 일반적인 선거(기존의 민심 30%+당심 70%룰)는 자신이 없어서 전환한 것일 텐데, 거꾸로 본인들이 여기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고 이 판을 벌인 건지 궁금하다.”

천아용인 후보들이 지도부에 들어가는 게 왜 보수의 변화고 혁신인가.

“정상인들이지 않나. 정상인이라 함은 들은 걸 듣는 대로 듣고, 현상을 현상대로 분석해야 한다. 정치라는 게 정상인만 돼도 하기 쉽다. 지금 전당대회에 나온 사람 중에 80% 이상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으로 들었다는 것 아닌가. 애초에 본인들이 물리적으로 들은 걸 들었다고 주장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슨 제대로 된 정책을 하고 지도를 하나. 적어도 천아용인은 일관되게 본인들이 들은 걸 들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다. 그게 시작이다.”

네 후보 모두 지도부에 입성할 거라고 예상하나.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매일매일 높아지고 있다. 이제 대부분 천아용인이라는 단어는 다 안다. 이제는 ‘아’가 누구냐, ‘용’이 누구냐 그것만 매칭되면 된다. (결과는) 거기에 달려 있다고 본다.”

‘당심 100%’ 룰이 천아용인 후보들에게는 불리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당대표 선거 여론조사들을 보면 지지층 대상 조사보다 당원이라고 응답한 이들을 추려서 실시한 조사에서 지지율이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안철수 후보는 당원 조사에서 지지율이 더 낮은데 논리적으로 이해해보면 결국 조직적인 당원 가입은 저희 쪽에서 있던 거라고 볼 수 있다. 김기현 후보 쪽은 전통적인 당원 중심이고 안 후보는 항상 모든 선거에서 그랬던 것처럼 인지도로 인해 한번 올라가는 시기가 있던 것일 뿐 그렇게 강한 경쟁자는 아니라고 본다.”

천하람 후보 상승세가 상당히 가파른데.

“이준석을 바라보고 새롭게 가입한 당원들에게 이준석이 보증 선 후보라는 게 영향이 있었을 거다. 다만 아직 소위 말하는 범(汎)개혁보수 진영의 표도 다 흡수하지 않았다. 과거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당원 표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두 집단(이준석 지지층과 유승민 지지층)이 조금씩 다르다. 천 후보가 이 모든 개혁 보수 세력을 품는 단계를 잘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준석계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허은아 최고위원·천하람 당대표·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준석계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허은아 최고위원·천하람 당대표·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예상을 깨고 2월10일 컷오프에서 천아용인 후보들은 모두 본선에 올랐고, 친윤(親윤석열)계 최고위원 주자들이 상당수 떨어지는 이변이 있었다. 원인이 뭘까.

“윤석열 정부 초기 지지율이 50% 중반 정도였고, 가처분 사태 등을 겪으면서 30% 중반대로 떨어졌다가 지금도 회복이 안 되고 있다. 그 20%가 보수를 안 찍다가 찍은 중도 표심이다. 이걸 냉정하게 봐야 한다. 정작 본인을 찍었던 표에는 관심이 없다는 거다. 최근에 보면 갑자기 휴대전화 데이터를 30기가(GB)씩 뿌려서 국민의 표를 받겠다는, 보수의 가치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정책을 펴서 지지율을 올리려고 하는데 제일 한심한 방법이다.”

이번 선거 최대 화두가 ‘윤심’이다. 김기현 후보가 윤심 후보로 꼽히는데.

“김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나. 김 후보 본인 능력으로 당선됐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없을 거다. 멋진 연설이 있었나, 멋진 정책이 있었나. 기억나는 건 ‘꽃을 든 남자’(김연경 배구선수, 가수 남진과의 사진 촬영 논란)뿐이다. 아무 관심도 못 받는 대표가 될 거다. 반면에 만일 김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이 되지 못한다면 정계은퇴를 해야 할 정도로 몰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기현 후보의 울산역 인근 부동산 관련 의혹이 큰 변수로 떠오른 듯하다. 해당 사안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나.

“김 후보가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이런 논란이 지금에서야 튀어나왔다는 건 그가 얼마나 무색무취하고 중앙에서 아무 의미 없는 지방정치인이었는지를 입증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2016년에 울산시장이었던 김 후보가 박 전 대통령 탄핵 한 달 전에 갑자기 인터뷰를 자청해서 탄핵을 해야 한다고 말할 때부터 중앙 정치 욕구가 굉장히 강했던 듯싶다. 그때 대통령이 되는 꿈이 있다고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는데 그동안 준비를 너무 안 한 것 같다. 울산시장 선거 때 다 검증됐다고 하는데 서울에서 누가 그걸 알겠나. 본인만 검증됐다고 생각하는 거다.”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 압박 사태 등으로 인해 대통령의 당무개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천 학살이라고 해서 공천 때 당무개입을 하는 경우는 봤지만, 전당대회에서 후보 학살을 하는 건 처음 봤다. 내가 주권자로서 내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선거권과 누구나 지도자로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이 민주주의 핵심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저도 첫 번째 징계가 끝났으면 이번에 (당대표에) 출마할 수 있었는데 징계를 두 번이나 때려서 못 나오게 했지 않나. 이런 건 처음이다.”

진짜 대통령의 의중이 맞느냐, 측근들이 윤심을 왜곡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내부 총질 당대표’ 문자로 가면이 벗겨지지 않았나. 이제 많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의 집요함을 보기 시작할 것 같다. 2019년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윤석열 검사가 보였던 집요함이 지금에 와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집요함으로 쓰이는 걸 보는 거다. 윤 대통령 통치 철학을 보면 책 한 권 읽은 게 너무 티가 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확실하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훌륭한 통치자가 되느냐가 아니라 권력을 향유하는 것에 대한 내용인데 그걸 통치에 활용하고 있는 티가 난다. 앞으로 그러한 면들이 더 드러날 거라고 본다.”

‘대통령은 1호 당원이기에 당무에 관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는데.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년 형을 선고받았었는데 그중 2년이 공천 관련 개입 때문이었다. 그 수사를 한 게 윤석열 검사팀이다. 설마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까 싶다. 주변에 참모들이 워낙 정무적인 감이 없어서 그런 이상한 메시지까지 나온 거라곤 생각한다. 대통령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기 부정이다.”

참모들이나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측근들을 통해 윤심이 자주 전달되는 듯한데.

“제가 지방선거 공천 때나 이럴 때 얘기를 해보면 윤 대통령은 당에 영향을 끼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본인이 박 전 대통령 수사 검사였기에 어떤 게 문제가 되는지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피해서 하려다 보니 오히려 정무가 꼬인다. 본인이 책임질 만한 일은 안 하면서 당무에 개입하려고 하니 더 문제인 거다. 역설이다. 이런 정치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나. 모호함을 무기로 대통령이 대충 방향만 얘기하면 알아서 충성 경쟁해서 누가 더 열심히 막말하나, 이런 장을 열어둔 것이라고 본다.”

나 전 의원을 향한 초선 의원들의 연판장도 논란이 됐다.

“행동대, 전위대로 가입해 활동하는 초재선 의원들은 저러다 국민들의 지탄을 받으면 가장 먼저 버려질 거란 걸 본인들만 모른다. 본인들은 유명해졌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이 어렵다고 한다면 ‘윤핵관 호소인’ 하던 사람들 먼저 날아갈 거다.”

김기현 후보나 친윤계에선 대통령과 총선 승리를 위해 마음이 맞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가 당대표 때 내부 총질을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준석이 내부 총질한 게 구체적으로 뭔지 윤핵관들에게 한번 묻고 싶다. 없다. 국민들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는데 혼자 꽁한 게 있었다는 거다. 저는 김 후보가 당대표 돼도 무조건 트러블이 생길 거라고 본다. 김 후보 입장에선 여당 대표 돼서 총선에서 지면 정치 인생이 끝난다. 반드시 이겨야 할 텐데, 이기기 위해 생각하는 방법들이 용산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이상한 소리가 나오면 반발할 수밖에 없고, 갈등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이 전 대표 때문이기에 이준석계가 선출되면 안 된다는 친윤계의 주장도 있다.

“거의 주술적이다. 대선 때도 ‘이준석 때문에 20대 여성 표가 떨어졌으니 쫓아내면 20대 여성들이 우릴 지지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됐나. 지금 20대 여성 지지율이 역대 최저다. 애초에 20대 여성은 한 번도 보수당을 지지한 적이 없다. 정치를 전혀 분석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얘길 하는 거다. 심각하다고 본다. 윤핵관의 가장 큰 문제다. 데이터를 전혀 안 본다.”

☞ 계속해서「이준석 “신당 창당할 이유 없어…윤핵관은 반란군, 몰아낼 것”」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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