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전라도 촌놈~PD파 대학생~열혈 평검사~‘이재명 수사’ 총지휘까지
  • 김현지·조해수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4 11:05
  • 호수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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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속영장’ 청구로 제1야당의 표적 된 이원석 검찰총장 인물 탐구
“제주에서 들개떼 습격, 등 안 보이고 째려보자 물러가”

검찰이 마침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와 동시에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면에 나섰다. 이 총장은 구속영장을 청구한 당일인 2월16일 ‘검찰총장 명의’의 입장문과 퇴근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역토착 비리로서 극히 중대한 사안”이라며 “특정인에게 별도의 기준이 있을 수 없고, 모든 국민에게 일반적·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구속영장 기준을 따랐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야(對野) 전선의 선봉에 있었고, 이원석 총장은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이재명 대표 사건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인 22대 총선(2024년 4월10일) 역시 ‘이원석 검찰 체제’에서 치러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 총장의 최근 행보는 의미심장하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022년 10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이원석 검찰총장이 2022년 10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DJ를 존경하는 전라도 촌놈”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인 이원석 총장은 ‘윤석열 라인 특수통 검사’ 정도로 알려져 있다. 2017년 ‘국정농단 특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맡았다. 사법연수원 27기로 한동훈 장관과 동기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한 장관에 비해 이 총장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시사저널은 이 총장의 중동고-서울대 정치학과 동문, 검찰 전·현직 고위 관계자 등을 다각도로 접촉해 ‘인간 이원석’을 조명해 봤다.

“원석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전학 왔다. 전라도 사투리를 그렇게 진하게 쓰는 사람을 처음 봤다. 자기소개를 하는데 (전라도 사투리로) ‘아그들아 나가 이원석이여’라고 하는데 반이 뒤집어졌다. 이때 중동고가 공부를 꽤 잘했다. 더군다나 우리 반이 공부를 제일 잘해서 우리 반에서만 50명 중 10명이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갔다. 그런데 촌놈이 오자마자 1등을 하더라.”

이원석 총장과 중동고-서울대 정치학과 87학번 동기인 김동규씨는 이 총장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이 총장은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 동산초를 거쳐 광주 동성중을 졸업했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이한열 열사가 이 총장의 중학교 선배다. 전학 간 서울 강남구의 중동고에서는 ‘아인슈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Eins(1)+Stein(돌))과 원석(one+石)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돌’이라는 뜻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원석은 광주 출신답게 정치적으로 조숙했다. 원석이가 직접 경험했던 5·18 광주에 대해 이야기해줘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 원석이가 국민학교(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어떤 대학생 한 명이 피를 흘리며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군인들에게 막 쫓기니까 살려 달라고 도망쳐 온 거였다. 그래서 숨겨줬다’고 말하더라.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원석은 또래보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우리 둘 다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과 신민당을 지지했는데, 원석은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를 엄청 존경했다.” 

이원석 총장은 그 시대 또래처럼 민주주의를 열망했다. 피 끓는 대학생으로서 독서와 철학, 운동에도 힘을 쏟았다.

“87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우리는 매일같이 정치토론을 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원석은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정치적 관점은 민주주의파, 평등파(PD파)였다. 원석은 문학을 좋아했고 정확한 표현을 찾기 위해 국어사전, 유사어사전 등을 늘 꼼꼼히 읽었다. 중국사에 특히 관심이 많았고 사기열전, 공자, 맹자, 한비자도 즐겨 읽었다. 가끔 나에게 성철 스님이 번역한 불교 서적을 선물로 사주기도 했다(편집자주: 이 총장은 독실한 불교 신자임). 원석은 독일어를 잘했다. 우리나라 법체계가 독일 영향이 커서 그랬는지, 법무부 연수 나갈 때도 연수지로 독일을 선택했다. 원석은 대학 시절 검도에도 열심이었다. 검사가 되려고 그랬나 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치밀한 논리로 조곤조곤 설득하는 스타일”

이원석 총장을 묘사할 때는 ‘선비’ ‘외유내강’이라는 단어가 붙곤 한다. 계속해서 김동규씨의 말이다.

“원석은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이다. 너무 큰 이야기, 큰 명제를 내놓기보다는 치밀한 논리를 가지고 설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의 많은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낸다. 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운동권 친구들과도 잘 지냈고, 일찍부터 고시공부를 하고 있던 친구들과도 허물없이 지냈다. 원석은 수사하던 피의자들도 합리적으로 다뤄, 이들도 담당검사인 원석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정치학과 87학번 동기인 A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꺼냈다.

“당시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민정당 청와대(5공 전두환 정부) 쪽으로 들어갔다. 학생들이 교수를 엄청나게 질타했었다. 당시 시대 분위기가 그랬다. 이때 원석이가 ‘선생님의 의견을 우리가 흥분하지 않고 들어본 뒤 따질 것을 따지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다. 이 총장은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보다 먼저 주변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는 그런 스타일이다.”

이원석 총장은 대검 수사지원·지휘과장, 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해외불법재산환수합동조사단장을 지내며 특수통 검사의 길을 걸었다. 2003년 불법 대선 자금 사건, 2006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담당했고,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이끌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수사도 맡았다. 김동규씨는 평검사 시절의 이 총장을 이렇게 기억했다.

“원석이가 서울중앙지검에 있을 때 한번 놀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사무실을 잠깐 구경시켜줬는데, 침낭이었는지 간이침대 같은 걸 구석에 갖다 놨더라. 중요한 수사가 있는데 너무 바빠서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한다고 하더라. 그때 원석이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애 보고 싶지 않냐’ 그랬더니, 주말에 와이프가 속옷 빨아가지고 애를 데리고 와서 그때 잠깐 얼굴 본다고 하더라. 이 친구가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했던 수사가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에서 추락해 10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원석이는 팩트를 중시하니까 현장으로 달려갔지. 산에서 시체들도 다 보고…거기에다 항공사 협조를 받아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비행기 조종하는 걸 배우기까지 했다.”

특수통 검사의 전통인지, 젊은 시절에는 폭탄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고위 간부 출신 B 변호사의 말이다.

“이원석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있을 때 폭탄주를 굉장히 많이 마셨다. 그때는 다 그랬다. 그러나 2차까지는 안 가고 1차에서 항상 마무리했다. 그런데 검찰총장 되고 나서는 친구든 누구든 개인적인 친분으로 저녁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더라. 업무 관련해서도 저녁 자리는 거의 하지 않고 점심을 활용한다고 했다. 골프도 전혀 안 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회 출석 모습, 한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27기 동기다.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회 출석 모습, 한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은 사법연수원 27기 동기다. ⓒ연합뉴스

한강변 ‘산책광’의 서훈·박지원 기소

이원석 총장은 ‘산책광’으로도 유명하다. 매일 수km를 걷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규씨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했다.

“원석이가 제주지검장을 갔을 때다. 너무 멀리까지 산책을 가다 보니, 한번은 들개들이 떼거지로 이 총장을 쫓아왔다고 하더라. 자기를 뺑 둘러쌌다고 했다. 들개들에게 등을 돌리면 안 된다고, 등을 보이면 들개들이 공격한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등을 안 보이고 들개들을 정면으로 째려봤다고 하더라. 다행히 들개들이 먼저 갔다고 했다.”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 정치학과 87학번 동기인 C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피살된 공무원이 30~40km를 헤엄쳐 북한 해역으로 갔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기소했는데, 당시 이원석 총장이 ‘내가 많이 걸어봐서 안다. 산책하는 것처럼 걸어서 40km를 가는 것도 불가능한데, 헤엄쳐서 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들었다. 지금도 밤에 한강변 산책을 나가면, 이 총장과 우연히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산책광이다.”

이원석 총장은 검찰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D씨는 한마디로 “아는 사람이라 더 무섭다”고 말했다. 특수통 출신에 대검 기조부장·차장을 모두 거쳤기 때문에 검찰 사무를 꿰뚫고 있다는 뜻이다.

“(이원석 총장은) 조회는 기존대로 하고, 다만 석회를 없앴다. 수시 보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례 보고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매주 하고 다른 재경 지검장은 격주로 한다. 이 총장이 특수통이라 수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대면보고 때 이 총장이 질문했는데 대답을 제대로 못 하면 말 그대로 ‘작살’난다. 보고서도 엄청 꼼꼼히 보는데, 자간·양식 등을 항상 체크한다. 징계 이력이 있는 직원들은 승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운 대검 감찰부장(이성희)과 코드가 잘 맞는다고 들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깐깐’하고 ‘엄격’하다. 대검 차장 인사를 아직 안 내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이 총장이 모든 일을 직접 챙기고 있어 차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원석 총장은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총장이 직접 나서 유관 부서를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 다음은 D씨의 말이다.

“이원석 총장의 공식 첫 외부 일정은 경찰청 방문이었다. 피의자들의 해외 도피로 수사가 쉽지 않다는 보고를 받자 주한 캄보디아 대사, 주한 중국 대사, 베트남 공안부 수석 차관, 주한 태국 대사 등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최근에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미팅을 가졌다. 검찰총장이 이렇게까지 광폭 행보를 보인 적은 없다.”

ⓒ시사저널 박정훈
곽상도 전 의원은 ‘대장동 사업’에 조력한 대가로 5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2월8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시사저널 박정훈

‘곽상도 50억 사건’ 1심 무죄 판결은 큰 부담

서울대 정치학과 87학번 E 변호사는 이원석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고민을 전했다.

“이원석 총장이 한 얘기가 ‘누워있는 사람을 앉히기가 힘들고, 앉아있는 사람을 서게 하는 건 더 힘들다. 지금 조직 자체가 수사권 조정 이후 동기부여가 약해지고 있다’는 거였다. ‘수사권이 조정되고 나서 검사들이나 수사관들이 좀 속된 말로 편해진 면이 있다’고 하면서 ‘수사권을 일부 놓으면서 조직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해졌겠지만 어떻게 보면 편해진 거다. 요즘 정시 퇴근하는 검사들도 많다’고도 하고. 그러면서 ‘민생사범·생활범죄에 대해 일반 형사부 검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특수 사건 같은 경우에는 워낙 팀이 잘 꾸려져 있어 걱정이 없다. 수사팀이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수사해, 보고를 살펴봐도 잘못된 판단인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그러나 일반 형사 사건의 경우, 검사 한 명이 다 처리하다 보니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 검사들이 좀 더 소명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내가 일반 형사 사건을 더 많이 챙기려고 한다’고 했다. 정치적인 사건이 검찰총장 거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총장이 이런 얘기를 해서 솔직히 놀랐다.”

이원석 총장의 임기가 1년6개월여 남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먼저 ‘50억 클럽’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첫 번째 고비가 시작됐다. 이 총장은 선고 이튿날인 2월9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1심 판결 분석 내용과 향후 계획 등을 대면 보고받고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공판팀장인 유진승 국가재정범죄합수단장에게도 공판 업무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조직 개편도 필요하다. 법무부는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정식 기구로 승격하는 안을 행정안전부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문재인 정부 때 폐지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복원과 검찰청 내 범죄수익환수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확대 신설 등도 대부분 무산됐다.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제시카법’ 신설도 급선무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한 이후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과 같은 보육시설 등으로부터 500m 이내에 살지 못하도록 거주를 제한하고 주간 등 특정 시간대 이외에는 외출을 금지한다.

‘정치적 중립’은 이원석 총장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대한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 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이원석) 검찰총장이 영장 청구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권 차원의 결정임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 이원석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지난 정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상황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모든 사건에 있어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기준과 원칙을 따를 것이다. 수사팀이 그런 원칙을 갖고 수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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