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전쟁’, 삼성 주도·中 추격에 애플도 참전 준비 
  • 이호길 시사저널e. 기자 (always@sisajournal-e.com)
  • 승인 2023.02.28 10:05
  • 호수 17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 침체에도 프리미엄폰 자리매김하며 고속 성장
중국 업체 신제품 출시…애플은 내후년 가세 전망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폴더블폰 경쟁’이 뜨겁다. 삼성전자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데다, 조만간 애플의 참전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요 제조사들이 폴더블폰 출시를 서두르는 이유는 고성장 전망 때문이다. 폴더블폰 시장은 불황 속에서도 매년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출하량 전망치는 2270만 대로 전년(1490만 대) 대비 5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의 경우 출하량이 2021년(910만 대) 대비 63.7%나 늘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가 줄면서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이 2021년(13억9100만 대) 대비 13% 이상 줄어든 것과 대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신제품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4’(폴드4) 등의 사전예약 개통이 시작된 2022년 8월23일 서울 종로구 한 대리점에 개통 관련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삼성 폴더블폰 점유율 전망치 63%

실제로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2019년 처음으로 제품을 선보인 이후 매년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전자업계가 추산하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출하량은 2019년 30만 대 후반, 2020년 200만 대 초반, 2021년 800만 대 안팎, 지난해 900만 대 중후반 수준이다. 1000달러(약 130만원)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올해는 점유율 2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단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폴더블폰의 가장 큰 장점은 휴대성이다. 폴드 제품은 펼쳤을 때 디스플레이 크기가 7.6인치로 ‘갤럭시S23’ 기본형(6.1인치)보다 큰 화면을 갖췄다. 플립 제품은 디스플레이 크기가 6.7인치지만, 반으로 접으면 주머니에 쏙 들어가 휴대성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폴더블 스마트폰은 새로운 폼팩터와 함께 카메라 스펙 등을 갖추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며 “폴드형의 경우 스펙 업그레이드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플립형은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해 폴더블 제품에 대한 수요자 선택의 폭이 더 넓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폴더블폰 급성장 배경으로는 가격 인하가 꼽힌다. 삼성전자가 2019년 출시한 ‘갤럭시 폴드’(512GB 단일 기종) 출고가는 239만8000원이었지만, 지난해 공개된 ‘갤럭시Z폴드4’(256GB 기준)는 199만8700원으로 15% 이상 낮아졌다. 플립 제품의 경우 2020년 256GB 모델 가격이 165만원이었으나 지난해 동일한 용량의 내장 메모리를 갖춘 ‘갤럭시Z플립4’는 135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폴더블폰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갤럭시Z폴드5’와 ‘갤럭시Z플립5’를 출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중국 업체들은 신제품을 선보였거나 공개를 계획 중이다. 애플은 내후년 시장 진입이 예상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폴더블폰 시장에서 중국 판매 비중이 2021년 12%에서 지난해 25%로 상승했다. 중국 수요가 증가하면서 화웨이, 아너,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지난해 980만 대를 출하해 78%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올해는 1230만 대를 출하해 63%의 점유율을 지킬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플립5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힌지(경첩) 구조를 바꿀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립 모델에는 내구성이 높은 나선형 구조의 힌지가 적용된다. 전자부품 업계는 올해 신제품부터 디스플레이가 기기 안쪽에 말려 물방울 형태로 주름이 생기는 형태로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제품 주름 개선과 함께 밀착도가 올라간다. 폴드5에 S펜을 내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폴드 제품은 2021년 모델부터 S펜 기능이 적용됐지만, 펜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없어 별도로 휴대해야 한다. 이에 내장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스마트폰 두께가 더 두꺼워진다는 점에서 S펜 경량화 등 기술적 해결책을 찾는 단계다.

중국 업체들은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 점유율 제고를 노리고 있다. 오포는 최근 가격이 849파운드(132만원)인 ‘파인드 N2 플립’을 유럽 시장에 선보였다. 이 제품은 5000만 화소의 메인 카메라와 4300밀리암페어(mAh)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삼성전자 플립4(후면 카메라 1200만 화소·배터리 3700mAh)보다 사양이 높다. 샤오미와 비보 등도 폴더블폰을 출시한 바 있고, 화웨이는 2월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신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SK텔레콤 매장에서 한 고객이 폴더블폰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 가세로 경쟁 가속화 전망

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2월14일 폴더블폰과 태블릿PC 도면에 ‘랩어라운드 스크린’을 포함한 기기 특허를 취득했다. 이는 접이식 기기에 활용되는 기술로 애플이 폴더블폰 출시를 위한 사전 준비 단계를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업계는 애플이 2025년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내년에 폴더블 아이패드를 먼저 선보여 시장 반응을 살핀 뒤 폴더블 형태의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란 예측이다.

애플은 폴더블 디스플레이 내구성 향상과 전용 특수 광학필름의 수율을 높여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준비 기간을 고려한다면 폴더블폰은 2025년 이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현재 폴더블폰보다 아이패드에 가까운 제품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같은 업계의 경쟁 구도 강화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폴더블 제품을 예년보다 더 매력적인 가격에 접할 수 있게 점진적으로 수요를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