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오디션이 띄워올린 10대 스타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5 11:05
  • 호수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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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 정동원이 ‘트로트 신동’의 시작점
김다현·김태연·황민호·안율 등 계속 배출

트로트 오디션 전성시대는 가요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켰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10대 스타들의 등장이다. 과거에도 《스타킹》 같은 곳에서 미성년 출연자들이 화제를 모았지만, 주로 일회성이었고 그 내용도 귀여움이나 신기함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하지만 TV조선 《미스터트롯》 때부터는 미성년 출연자들이 순수하게 실력으로 사람들을 경악시키면서 어른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기 시작했다. 어른도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긴장하는 무대에서 어린아이가 의연하게 노래하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트로트는 중년 이상 국민이 주로 즐기는 음악인데, 그걸 어린아이가 소화하는 게 더욱 놀라움을 안겼다. 더군다나 실력이 기성 가수에 견줄 정도였다. 그리하여, 단순히 중년 시청자들의 귀여움을 받는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팬덤이 태동하고 콘서트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런 흐름이 《미스터트롯》 이후 현재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에 그대로 이어졌다. 이제 10대 스타의 등장은 트로트 오디션의 뉴노멀이 됐다. 

ⓒMBN 제공
ⓒMBN 제공

정동원, 10대 도전자계의 임영웅 

《미스터트롯》은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화제를 일으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때 화제가 됐던 것 중 하나가 미성년 도전자들이었다. 일단 당시 9세였던 홍잠언이 귀여운 외모와 우렁찬 발성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트로트 오디션 10대 도전자계의 ‘시조새’이자 ‘끝판왕’인 정동원이 등장했다. 첫 등장에서 부른 노래가 진성의 《보릿고개》였다. 노래를 듣던 원곡자이자 마스터인 진성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그 정도로 호소력이 컸다. 보릿고개를 겪어본 적 없는 아이가 누구보다도 그 정서를 애달프게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아픈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울었다.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즉시 열혈 팬덤이 터졌다. 

《전국노래자랑》 같은 곳에서 아이들이 어른 흉내를 내며 트로트 꺾기 같은 기교를 소화하는 모습이 나오곤 한다. 그러면 어른들이 감탄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식의 감탄으론 오디션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없다. 초반에 화제를 모으다가 중반에 자연스럽게 탈락하게 된다. 반면 정동원은 그런 식의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노래를 정직하고 정확하게 불렀는데 그게 큰 울림을 줬다. 당시 12세였는데도 어른들과의 팀 활동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낼 정도로 실력이 빼어났다. 팀 미션 당시 정동원의 《희망가》에 전국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경연 후 《미스터트롯》 톱7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국민손자라 할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을 정도다. 최근엔 드라마, 영화에도 출연하며 영역을 넓혀갔다. 가히 트로트 오디션이 배출한 최고의 10대 스타라 할 만하다. 이러니 10대 도전자계의 임영웅인 것이다. 정동원의 엄청난 성공을 보며 많은 어린이, 10대들이 트로트 오디션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정동원 키즈’의 등장이다. 부모들도 자녀의 트로트 오디션 도전에 적극적이다. 처음엔 미성년자들의 경연 출연이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추세다. 정동원이 이 모든 흐름의 출발점이고 정점이다. 

《미스트롯2》에서 미성년 도전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일단 전유진이 당시 15세의 나이로 출연해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국민 응원투표에서 1위를 독차지했을 정도다. 전유진이 중도 탈락하자 거센 반발이 일어 프로그램에 타격이 컸다. 웬만한 성인 도전자보다도 더 영향력이 컸다. 전유진 하차 관련 음모론이 퍼지고, 포항 지역에서 민란이 일어날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10대 가수로서의 한계를 뚫고 스타덤에 오른 김다현(왼쪽 사진)과 정동원 ⓒ연합뉴스·뉴스1

10대 돌풍 본격화한 《미스트롯2》  

김다현은 이미 MBN 《보이스트롯》에서 준우승까지 한 상태에서 《미스트롯2》에 도전했다. 지금은 타 오디션 프로그램 수상자의 도전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당시엔 비난이 컸다. 과도한 기대감에 따른 부담감도 컸고 너무 어른처럼 불러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들었다. 하지만 김다현은 모든 논란을 실력으로 돌파해 최종 3위에까지 올랐다. 김다현이 《회룡포》 등에서 표현한 감성은 어른 이상이었다. ‘어른처럼’이 아닌 자신의 음악성을 선보였다.  

김태연도 《미스트롯2》에서 주목받았다. 만 8세로 참가했는데 너무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이미 전유진과 김다현이 인기몰이를 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미성년자가 주목받긴 어려웠다. 하지만 김태연은 상상초월의 실력으로 승승장구를 이어나가 최종 4위에까지 올랐다. 특히 《바람길》의 감정 표현은 원곡자인 장윤정이 감탄할 정도로 놀라웠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미스트롯2》 경연에 참여했다는 비화가 최근 알려져 또 충격을 안겼다. 이 밖에 정동원을 좋아한다며 도전한 임서원도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10세 나이로 참가했는데 퍼포먼스 감각이 놀라웠다. 《오라버니》 무대가 큰 화제였다. 

그 후 요즘엔 트로트 오디션에서 미성년 또는 10대 스타들이 으레 탄생한다. 시청자들도 처음부터 어린 도전자들이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일 거라고 기대하면서 시청할 정도가 됐고, 《미스트롯2》 때까지만 해도 크게 일었던 미성년자 출연 부적절 논란도 거의 사라졌다. 아이들이 어른 흉내를 내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놀라운 실력으로 음악세계를 펼치는 아이가 많이 등장하자 어른 흉내라는 비판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최근 《미스터트롯2》에선 성인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가운데 아이들이 세 명이나 본선 4차에 진출했다. 아이가 많으면 프로그램 진행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선 아이들의 과다 진출이 반갑지 않을 것이다. 심사위원도 너무 많은 아이의 존재를 버거워한다. 아이는 귀여운 마스코트 정도로만 있어주길 바랄 텐데 그런 비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세 명이나 진출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오디션에서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역시 실력자 탈락 논란이 거세게 일어났다. 왜 뛰어난 누구누구는 떨어뜨리면서 그보다 못한 누구누구는 올려줬느냐는 비판이다. 그 때문에 《미스터트롯2》 시청률이 주춤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아이들 세 명의 진출에 대해선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을 정도로 이들의 실력은 이미 공인받았다. 

돌풍의 첫 번째 주인공은 만 9세 황민호다. 리틀 싸이로 유명한 황민우의 동생이다. 황민우가 MBN 오디션에 출연했을 당시 황민호가 귀여운 마스코트처럼 등장했었다. 그랬던 꼬마가 그새 성장해 《미스터트롯2》에서 엄청난 가창력을 발휘했다. 

예선에서 《님이여》를 불렀는데 선곡부터 의외였다. 이 정도 나이면 발랄한 노래로 귀여움을 어필할 줄 알았는데, 어른도 소화하기 힘든 깊은 감성의 정통 스타일의 노래였다. 그게 1차 충격이었는데 그 노래를 열창으로 모자람 없이 소화해 2차 충격을 안겼다. 믿을 수 없는 감성 표현과 가창력이었다. 본선 무대에선 《천년바위》를 불러 또다시 시청자를 경악에 빠뜨렸다. 심사위원도 관객도 모두 입을 벌리고 볼 정도로 놀라운 무대였다. 구성지면서 폭발적인 가창력, 무대에서의 여유 등이 이미 대가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 팀 미션 무대도 놀라웠다. 보통 아이가 오디션에서 미리 준비한 노래는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과 함께 팀 미션을 하며 생소한 노래들을 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미숙함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황민호는 어른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였다. 기적적인 재능의 발견이다. 

ⓒYoutube 화면캡처
왼쪽부터 황민호, 박성온, 송도현ⓒYoutube 화면캡처

건강한 성장 잘 뒷받침해주는 것이 숙제 

두 번째 주인공은 박성온이다. 13세 박성온은 JTBC 《히든싱어》 송가인 편에서 송가인을 누르고 우승한 주인공으로, 《미스터트롯2》 시작부터 주목받았다. 예선 때 《어매》를 부른 장면이 21.2% 순간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하지만 그 후 약간 부담감을 느끼는 듯한 모습도 있었는데 팀 미션에서 다시금 본실력을 발휘했다. 감성 표현뿐만 아니라 퍼포먼스의 끼까지 장착된 모습이었다. 박성온의 목소리를 들으면 초등학생의 소리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세 번째 주인공은 12세 송도현이다. 처음부터 큰 주목을 받진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성온과의 ‘초딩 트로트 대첩’ 데스매치가 결정적이었다. 무대 전엔 박성온이 우세해 보였는데 송도현이 깜짝 승리를 거두며 다크호스로 우뚝 섰다. 잔뜩 긴장한 것 같다가도 막상 반주가 시작되면 접신이라도 한 듯 트로트 흥을 폭발시키는 모습이 포인트다. 《망부석》을 부를 때 독설 박선주 마스터가 벌떡 일어났다. 팀 미션에선 모든 노래를 걸쭉한 트로트 느낌으로 부르며 ‘찐’ 트로트 DNA가 내장돼 있음을 과시했다. 이들이 모두 성인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 이견 없이 본선 4차에 진출한 것이다. 

한편 MBN 《불타는 트롯맨》에선 13세 안율이 주목받았다. 이미 MBN 《보이스킹》을 통해 인기몰이를 하면서 팬덤까지 형성된 상태였다. 아이 같지 않은 안정되고 부드러운 가창력과 의젓한 분위기로 리틀 임영웅이라고까지 불린다. 《불타는 트롯맨》을 통해 더욱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다. 12세 홍성원도 《배 띄워라》를 완벽하게 불러 또 다른 소년 스타 탄생을 알렸다. 정통 국악을 한 성인과의 1대1 대결에서 승리했을 정도다. 

놀라운 재능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잇따라 충격과 즐거움을 안기고 있다. 정동원 이후 트로트 오디션 10대 스타 탄생은 대세가 됐다. 다음 오디션에선 또 어떤 천재가 나타날 것인가? 지금 등장한 천재들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이런 부분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잘 뒷받침하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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