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파는 펫숍, 한국에서도 사라질까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8 13:05
  • 호수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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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처럼 반려동물 사고파는 행위 제한하는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야

이제 우리나라도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울 정도로 정말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맞이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 여전히 펫숍일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 애완동물 문화가 들어오고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시골에서 보던 믹스견이 아닌, 작고 다양한 품종의 동물들을 펫숍을 통해 사고팔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펫숍은, 지금은 반려동물로 불리는 개, 고양이를 데려오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뉴욕주에서 펫숍을 통해 반려동물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돼 눈길을 끌고 있다. 2024년부터 이 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예전부터 문제시됐던 강아지 공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들이 드디어 빛을 본 것인데, 과연 이런 변화는 미국 뉴욕주에 국한된 것일까? 

미국에서 펫숍을 통한 반려동물 판매가 금지된 것은 뉴욕주가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51개 주 중 처음으로 펫숍 판매를 금지했다. 이어 2020년과 2021년 메릴랜드주와 일리노이주가 반려동물의 상업 목적 판매를 금지했다. 사실 이런 배경에는 미국 내 극심한 유기동물 안락사 문제가 있었다. 미국이 선진국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반려동물 문화도 이미 성숙해 유기동물 문제에서 자유로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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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역으로 퍼져 나가는 ‘펫숍 판매’ 금지 법안 

미국은 오래전부터 극심한 유기동물 문제로 몸살을 겪어왔고,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안락사로 연간 100만 마리에 가까운 유기동물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공립 동물보호소는 신고된 동물을 반드시 구조해 보호해야 하지만, 보호할 수 있는 여력에 비해 구조되는 유기동물 숫자가 너무 많아 불가피하게 안락사를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해 왔던 것이다. 이런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변화가 미국 전반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나머지 주에서도 펫숍 판매 금지 법안이 추가적으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이런 변화는 빠른 편이 아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한 역사가 오래된 유럽의 많은 국가가 이미 반려동물을 상업적으로 파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금지하거나, 사육과 관련된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반려동물 복지가 잘돼 있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경우 1933년 동물보호법이 최초로 제정되고, 2002년 동물권을 세계 최초로 헌법에 명시하는 등 동물 복지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만큼 일찍부터 펫숍을 통해 반려동물을 구매하는 것보다 유기동물 보호소인 티어하임을 통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고, 보호소 입양률은 90%에 달한다. 이 밖에 오스트리아,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캐나다 등 많은 국가에서 펫숍을 통한 반려동물 매매는 점점 사려져 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 펫숍을 통한 반려동물 매매가 금지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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