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연대 없다” 선 긋지만 ‘전략적 제휴’ 열어둬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레이스가 절반을 지났다. 4명의 당 대표 후보들은 남은 2주의 시간 동안 치열한 혈투를 예고했다. 셈법은 복잡하다. 지금으로선 4명 후보가 각자 레이스를 완주할 가능성이 크지만, 후보 간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어떤 연대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특정 후보의 과반 득표 가능성이나 결선 투표 향배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명의 후보 앞에 놓인 경우의 수는 4가지다.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시나리오는 ‘김황(김기현-황교안) 연대’와 ‘안천(안철수-천하람) 연대’다. 두 연대가 모두 이뤄지지 않거나, 하나의 연대만 이뤄질 수도 있다. 이 경우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도는 어떻게 출렁이게 될까.
시나리오1. 김기현-황교안 vs 안철수-천하람
‘김황연대’와 ‘안천연대’가 거론되는 이유는 각 후보들이 서로 지지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황교안 후보는 전통적 보수층을, 안철수-천하람 후보는 개혁 보수층을 유세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결선 투표가 처음으로 도입된 만큼, 각 지지층의 결집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략적 연대를 고려하는 것이다.
‘김황연대’와 ‘안천연대’가 동시에 이뤄진다면 양자 대결로 좁혀지고, 사실상 결선투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여론조사 흐름대로라면 유리한 편은 ‘김황연대’에 가깝다. 김기현-안철수 후보 간 양자 대결을 가정했을 때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진 상태여서다. 23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21~22일, 국민의힘 지지층 413명 대상), 김 후보는 양자 대결에서 50.1%를 얻어 안 후보(37.6%)를 12.5%포인트차 앞섰다.
시나리오2. 김기현 vs 황교안 vs 안철수-천하람
다만 ‘김황연대’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황 후보가 레이스 내내 ‘김기현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어, 두 후보의 사이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평가를 듣고 있어서다. 김 후보를 둘러싼 울산 KTX 땅 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도 황 후보다. 황 후보의 지지층은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강성 보수층인데, 이들 사이에선 김 후보에 대한 비토 기류가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김황연대’가 물 건너가고 ‘안천연대’가 이뤄질 경우 판도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앞선 리얼미터 4자 조사에서 후보별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안 후보(22.6%)와 천 후보(15.6%) 지지율 합이 김 후보(44.0%)와 비등한 수준이다. 반윤(반윤석열)계 표심이 천 후보나 안 후보 중 한 명으로 쏠리게 되면 일단 김 후보의 과반 득표는 저지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남은 레이스 동안 반윤 표심이 결집한다면 결선투표에서 역전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나리오3. 김기현-황교안 vs 안철수 vs 천하람
반대로 ‘김황연대’가 이뤄지고 ‘안천연대’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황 후보가 ‘몸값 띄우기’ 전략으로 김 후보를 집중 공격한 것이라면 전당대회 레이스 막판 단일화 협상에 임할 것이란 분석이 나와서다. 김 후보 측은 반윤 표심이 분산될 경우 과반 득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나리오4. 김기현 vs 황교안 vs 안철수 vs 천하람
일단 후보들은 연대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황 후보 측은 시사저널에 “연대는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천 후보도 전날 한 라디오에서 “천-안이든 안-천이든 연대는 없다”고 말했다. 사안에 따른 ‘전략적 제휴’는 이뤄질 수 있으나, 네 명의 후보 모두 ‘레이스 완주’ 의지를 다진 상태다.
결국 관건은 결선투표 여부가 될 전망이다. 결선투표가 진행되면 3~4위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은 투표를 포기하거나 1~2위 양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때문에 후보 간 ‘연대 선언’이 최종 표심을 가를 결정적 변수로 꼽힌다. 네 후보 모두 “연대는 없다”면서도 ‘느슨한 연대’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라, 결선투표가 가시화할 경우 후보 간 이합집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