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분간 “아무 것도 없다”…‘결백’ 격정 쏟아낸 이재명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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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자간담회서 檢 구속영장 내용 조목조목 반박
불체포특권 포기, 대표 사퇴 요구엔 사실상 ‘거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체포동의안 보고를 하루 앞둔 23일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한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에 대해 “주어진 권력을 국민이나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적 이익, 정적제거, 권력 강화를 위해 남용하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66분간 검찰의 구속영장 내용을 일일이 거론하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이미 5~7년 전 벌어진 일이고 사건 내용은 바뀐 게 없다. 바뀐 게 있다면 대선에서 패배했고 검사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사건은 안 바뀌고 판단이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과거 대선 기간에 대장동 문제가 불거져서 그때도 정말로 검찰이 열심히 수사했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검사 수사 인력이 늘어나더니 갑자기 구속 사안으로 바뀐 것”이라고 반발했다.

구체적으로 이 대표는 검찰 구속영장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구속영장을 두고 ‘이재명이 없는 이재명 구속영장’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냥 이재명이 A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말을 B가 들었다, 이게 영장 내용”이라며 “야당 대표라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대통령 부인은 구속해야 할 이유가 더 커지나”라고 했다.

또 이 대표는 검찰이 자신을 세 차례나 소환한 것을 두고서는 “소환을 했으면 새로 소환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하루 종일 불러다놓고는 했던 질문 또 하고 시간을 질질 끌었다. 새로운 증거는 없었다”면서 “있으면 한 번 제시해보라고 했는데도 여전히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하고 싶은 일은 아마도 영장심사 후 구치소에 갇혀서 대기하고 있는, 또는 수갑을 찬 이재명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내용이 적힌 메모장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내용이 적힌 메모장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대부분의 혐의들이 소명됐다고도 설명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어디 갔나. 그렇게 몇 년 동안 팩트가 하나도 없는 의혹을 온 세상에 도배 했는데 지금은 대체 어디 갔나”라며 “조폭 연루설도 수개월 동안 돈다발까지 흔들면서 난리를 쳤지만 아무 것도 없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가장 쟁점이 되는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선 “이재명이 민간개발 허가 안하고 공공개발도 안하고 민관 합동개발을 했는데 5500억원 밖에 환수 못했냐는 건데, 제가 민간개발 했다면 배임죄가 됐을까, 논란이 생겼을까”라며 “100% 민간에 주고 한 푼도 환수 안했다면 배임죄라고 문제 삼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영장을 보면 제가 대장동 일당들하고 공모해서 일부러 복잡하게 절차를 만들어가면서 실상은 사업권 줘서 돈 벌게 만들어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때 제일 좋은 방법은 개발업자들이 원하는대로 민간개발 허가내주는 것이다. 그런데 저는 공공개발을 추진했고 100% 개발 이익을 환수하려고 추진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의 배후가 곧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보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가고 있는 폭력의 시대다.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시·도지사 할 것 없이 국민에게 고용된 일꾼이지 국민을 지배하는 통치자가 아니다. 주어진 권리를 국가가 아니라 사적 이익을 위해, 정적 제거를 위해 남용하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이 대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당 안팎에서 불체포특권 포기와 대표직 사퇴 요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고 언급했다.

또 당 대표직 수행 여부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엔 “당이나 정치 세계엔 생각 다양한 사람이 많다. 단일한 생각을 한다면 정상적 사회가 아니다”라고 하거나 “경기도지사일 때 4가지 혐의로 기소됐지만 전부 무죄를 받았다. 약 2년 간 재판에 시달렸다. 그 사이에 경기도정은 꼴찌 평가에서 1등 평가로 바뀌었다는 점을 상기해달라”며 대표직 사퇴 생각이 없다는 점을 에둘러 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24일 본회의 보고 후 27일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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