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대마법’ 처리 불발에 오·남용 우려 커져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2.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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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합법화 이후 관련 규정 미비로 단속에 어려움
대마 재배실 내부의 모습 ⓒ UPI=연합뉴스
대마 재배실 내부의 모습 ⓒ UPI=연합뉴스

대마가 합법화한 지 8개월이 넘은 태국에서 ‘대마법’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해 대마 관련 규제를 차기 의회에서 처리하게 됐다.

24일 방콕포스트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하원은 전날 이번 회기 마지막 회의를 열었지만 합법화에 따른 새로운 규정을 담은 대마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그동안 대마 규제 공백 상태가 지속되어 의료계 등에서 법안 처리를 촉구해왔지만, 대마법은 결국 다음 의회에서 다뤄지게 됐다.

태국 차기 총선거는 5월7일로 예정돼 있다. 현 의회 임기는 다음 달 23일까지이지만,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다음 달 초 의회를 해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현 의회는 이대로 임기를 마치게 됐다. 

대마 합법화를 주도하고 대마법 처리에도 앞장섰던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장관이 이끄는 품차이타이당도 다음 의회를 기약했다. 수빠차이 짜이사뭇 의원은 “대마법이 이번 회기에서 통과되기 어려워졌다”며 “다음 의회가 개원하면 대마초 법안을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권 최초로 2018년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태국은 지난해 6월9일부터는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가정 재배도 허용했다. 이후 관광지나 유흥가 등지를 중심으로 향락용 소비가 늘어났고 대마 성분을 포함한 음료, 과자 등도 속속 출시됐다.

그러나 오남용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의료용 대마 사용만 허용된다며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대마 합법화에 맞춘 법 개정이 늦어져 사실상 규제 공백 상태가 이어졌다.

대마 합법화에 따른 새로운 규정을 담은 대마법은 몇 달간 하원에 머물렀다. 야권은 대마의 향락용 사용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법안 개선을 요구했고, 대마를 다시 마약류에 포함해야 한다며 대마 합법화 자체를 백지화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대마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일단 자체 규칙을 정비했다. 20세 미만이나 임신부 등에 대마를 판매할 수 없게 하고 공원, 호스텔 등에서의 판매를 금지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한 대마 판매와 광고도 제한했다. 그러나 여전히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마 합법화와 대마법 처리는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정치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마 합법화를 주도한 품차이타이당은 “대마 합법화를 유지하려면 우리 당에 투표하라”고 외치고 있다. 반면에 야권에서는 “적절한 규제를 마련하지 않고 대마를 합법화한 것은 실수였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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