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규 “與전당대회, 尹대통령이 각본‧촬영까지 맡은 드라마”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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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신인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대표
“‘윤핵관’ 尹대통령 수족으로 전락…당무개입 우려 커져”
“尹대통령, 공정‧자유 뜻 오염…연대 의미 되새겨야”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의 대표를 맡고 있다. 뒤집어 말해 그가 진단하는 국민의힘은 기울었다. 국민의힘은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지난해 20대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3연승을 거뒀다. 그런 호기(好期)에도 당이 기울고, 바로 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3일 국회에서 만난 신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개입”을 원인으로 짚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 일명 ‘체리따봉 문자’, 최근 전당대회에서의 ‘윤심(윤 대통령 의중) 논란’ 등의 배후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아닌 윤 대통령이라는 게 신 대표의 주장이다.

신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은 그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의 진심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최근 모습을 보면 대통령 스스로가 공정과 상식, 연대의 정의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핵관’은 대통령의 수족으로 전락했다”며 “전당대회도 윤 대통령이 각본, 촬영, 연기까지 맡은 1인 드라마처럼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8월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법률사무소 청직에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대표 신인규 변호사가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2022년 8월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법률사무소 청직에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대표 신인규 변호사가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국바세’는 무엇을 바로 잡고 싶은 건가.

“이준석 전 대표 가처분 사태 당시 언론은 ‘권력투쟁’이라 묘사했다. 그런데 본질은 당내 기반이 없던 합법적 당대표를 임의로 추출한 것이다. 정당민주주의의 가치를 짓밟은 당내 쿠데타가 발생한 것이다. 한 마디로 ‘미움 죄’다. 당권 다툼이 아니라 당권 찬탈(簒奪)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누가 찬탈했고, 왜 찬탈했다고 보나.

“처음엔 ‘윤핵관’과 윤 대통령을 분리해서 봤다. 특히 윤 대통령을 의심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은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약속했다. 본인을 헌법주의자라고 말했다. 헌법을 이해한다면 당무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약속이 다 깨진 것이다. ‘체리따봉‧내부총질 문자’, 전당대회 룰(rule) 변경,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 사례를 보라. 모든 게 ‘윤심’으로 이어진다.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이고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기현 후보 등은 ‘당무개입’이 아닌 ‘당정일체’를 말한다. 대통령이 1호 당원으로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김 후보는 판사 출신이다. 당무개입은 위법이다. 그걸 모를 리 없다. 결국 윤 대통령에 대한 충성경쟁 내지는 지지율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다. 헌법에는 ‘법과 양심’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법은 양심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김 후보는) 법을 이용해서 욕망을 이루려 악용하고 있다.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을 수사한 게 윤 대통령이다. 이 상황(당무개입)이 어색하고 의아할 뿐이다.”

대통령실은 ‘당무개입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진의가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윤핵관’ 그룹이 ‘대통령은 당무개입 안 한다’고 말하면 국민들이 조소할 것이다. 당내 모든 상황이 윤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다. 전당대회도 보자. 윤 대통령이 각본, 촬영. 연기까지 하는 1인 드라마 아닌가. 모든 걸 대통령의 뜻대로 통제한다. 이준석 전 대표도,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도 모두 속았다.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한 셈이다.”

이 전 대표와 ‘국바세’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가장 열렬히 도왔던 그룹이다. 윤 대통령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공범(共犯)이란 주장도 나온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당 경선을 통과한 후보였다. 당원으로서 경선에 승복할 의무가 있다. 이재명과 윤석열, 두 사람 중 선택해야 했고 과거의 제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런데 그 지지를 받은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먼저 배신하고 뜻을 거슬렀다. 그런데도 눈 감는다면 그게 간신이다.

특히 집권 초에 대통령을 비판하려면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말(비판)에 진정성이 있는 것이다. 과거 윤 대통령의 ‘조국 수사’ 진심을 믿은 것도 그가 불리한 일을 감수하며 수사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바른 길을 가길 바란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신이 읽힌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선 비윤계가 ‘대통령 탄핵 추진 세력’으로 전락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전 국민의 비극이었다. 그런데 다시 탄핵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탄핵으로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은 ‘나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이제 윤 대통령 집권 1년차다. 헌법과 법률을 지키고, 국민을 배신하지 않으면 탄핵할 수가 없다.”

신 대표 주장대로 ‘당무개입’이 사실이라면 헌법을 어긴 것이다.

“물론 위험한 상황이다. 그래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지 말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탄핵을 시키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애초에 탄핵이 거론될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경찰을 두려워하는 것은 도둑밖에 없다.”

같은 당인데 친윤계와 비윤계의 입장 간극이 너무 커 보인다.

“비윤, 친윤, 반윤 이런 계파 분류부터 잘못됐다. 정치권과 언론 모두 반성해야 한다. 사안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대통령실과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윤이란 계파로 묶인다. 나경원 전 의원은 친윤을 자처했는데 저출산대책 이견을 말했다고 갑자기 반윤으로 몰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소신을 밝히긴 어려워지고 ‘줄’만 찾게 된다.”

그럼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지금의 정치는 공존하는 법을 모른다. 공화(共和)가 모래사장에서 돈 찾는 것과 같아졌다. 300명의 의원 중 공적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으로 집권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 두 가치가 훼손됐고, 그 반사이익으로 집권한 셈이다. 그러면 최소한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지금은 공정과 상식의 의미를 오염시키고 있다.

결국 정치 본령을 회복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되, 통합의 정치를 회복시켜야 한다. 분권도 중요하다. 지금은 제왕적 대통령제다. 마지막으로 연대다. 윤 대통령은 당내 이웃인 우리와도 연합하지 못한다. 연대라는 단어가 얼마나 오염된 건가. 결국 자기(윤 대통령)만 자유롭다. 이런 식의 연대와 상식, 자유는 공허하다. 대한민국 사회가 후퇴하는 느낌이 든다.”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만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신인규 대표가 정당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며 돌아오는 3.8전당대회가 국민의힘을 바로 세우는 날이 될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만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신인규 대표가 정당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며 돌아오는 3.8전당대회가 국민의힘을 바로 세우는 날이 될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당내 화합만큼 중요한 게 여야 협치다. 여야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습이다.

“야당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데 실력이 없다. 정치투쟁으로만 몰고 간다. 단적으로 이재명 대표 영장실질심사를 막아버리려 한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겠나. 물론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얘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체포동의안 부결) 검찰뿐 아니라 사법부까지 못 믿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과거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한 사람이다. 본인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 정서와 동 떨어진 행동을 하면 (여야를 불문하고) 지지를 받지 못한다.”

‘50억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한 입장은.

“특검이 남발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검찰 조직을 신뢰하지 못하면 국가 운영을 할 수 없다. 다만 ‘곽상도 판결’ 문제가 커졌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든 김 여사든 권력자에게 관대하면 안 된다. ‘주가 조작’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데 김 여사만 수사를 안 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나. 여당이 수세적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떳떳하면 수사 받으면 된다.”

민주당의 위기는 국민의힘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아니, 우리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민주당은 저력 있는 당이다. 우리(보수정당)가 산업화를 이뤘다면 저쪽(진보정당)은 민주화의 공이 있다. 서로 보완해야 하는 사이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면 높은 점수라는 절대 목표를 세워야지, 옆 자리 친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상대 목표를 세워선 안 된다. 민주당의 실정에만 기대려하면, 당내 개혁보수 동력은 오히려 떨어질 것이다.”

정치인 신인규의 목표는 무엇인가.

“계획했던 타임테이블보다 빨리 (정치를) 시작했다. 천하람 후보처럼 저도 당내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 가처분 사태 이후) ‘국바세’가 당내 세력화되면서 여기까지 왔다. 정치를 한다면 책임있게 해야한다. 그게 의무다. 총선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자리하나 받으려 정치 공학을 생각하진 않는다. 바르게 소신있게 정치하고 싶다. 지방분권과 정당개혁, 교육개혁 등에 두루 관심이 깊다. 정치는 도구다. 제가 가진 역량이나 아이디어가 대한민국에 필요다면 빠르게 소진시키고 빠르게 은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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