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무효 최종 승소한 EBS 전 부사장…“노조와 사측에 희생됐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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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특위 다큐 반대” 명목으로 쫓겨난 박치형 전 부사장, 대법원에서 해임무효 확정

2019년 노조와 사측의 압박 끝에 ‘공정방송 훼손’ 당사자로 지목돼 쫓겨난 박치형 전 EBS 부사장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송을 낸 지 2년여 만이다. 그동안 EBS 측은 해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항고를 거듭했지만 재판부는 한 번도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박 전 부사장은 “노조와 사측이 정치적 목적으로 결탁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법원은 2월23일 EBS(사장 김유열)가 제기한 박치형 전 부사장 해임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과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모두 살펴보았으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상고심법)‘ 4조 1항 각 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상고심법 4조 1항에 따라 원심판결이 헌법에 부합하거나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지 않는 경우, 대법원은 따로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할 수 있다.

박치형 전 EBS 부사장
박치형 전 EBS 부사장

 

EBS, 1~3심 모두 패소…”상고이유 이유 없다”

EBS는 원심에서도 줄곧 해임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박 전 부사장은 지난해 2월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해임무효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EBS는 항소했지만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은 “해임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의 존재는 인정되지 않고, 해임사유에 해당하는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 기각했다. EBS는 "박 전 부사장이 정권의 눈치를 살펴 특정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시킨 혐의가 확인된 이상 해임 사유가 성립한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았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송사의 시작은 2019년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EBS 노조는 박 전 부사장을 “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로 몰아가며 퇴진을 촉구했다. 박 전 부사장이 2013년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사태의 책임자라는 이유에서다. 이 다큐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 관한 내용을 다뤘는데, 노조는 “박 전 부사장이 반민특위에 부정적인 박근혜 정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큐 담당 김진혁 PD(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전보 조치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결국 박 전 부사장은 임명 6개월 만인 2019년 10월 해임됐다.

박 전 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2019년 당시 EBS 노조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김진혁 교수를 내세워 퇴진을 부당하게 요구했다”며 “이에 사옥설계용역 및 인사청탁 등 비리 의혹을 받고 있던 김명중 사장이 자신의 자리 보전을 위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불법 해임을 자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은 2019년 10월 EBS 간부 A씨의 카카오톡 대화 등을 근거로 김명중 전 사장의 해당 의혹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2019년 10월12일 “취업·수주청탁에 인사청탁까지…의혹 휩싸인 EBS 사장” 참조)

김명중 EBS 사장이 2020년 10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김명중 EBS 사장이 2020년 10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노조가 정치적 목적으로 사장 압박”…추후 배임 가능성도

이후 EBS는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의혹은 허위”라고 반박했다. 또 “박 전 부사장은 지방노동위원회에 해임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며 해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박 전 부사장이 해임무효확인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해임이 위법, 부당하여 무효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박 전 부사장은 노조위원장과 김 전 사장을 거론하며 “서로의 비위를 덮고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EBS의 연이은 패소는 향후 법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소송 비용을 모두 피고인 EBS 측이 부담하게 됨으로써 금전적 손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부사장에 대한 대응이 방만했다고 판단되면 공기업의 업무상 배임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심지어 공공기관이 승소하고도 소송비를 회수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351개 공공기관이 승소 후 돌려받지 않고 방치한 소송비가 약 369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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