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인사 참사’, 검찰 출신들이 검증 라인 장악한 탓?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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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부장, ‘아들 학폭 의혹’으로 임명 28시간 만 사의
尹 정부 인사검증 3단계 책임자 모두 검찰 출신…‘상호 견제’ 의문

국가수사본부장(이하 국수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25일 낙마했다. 대통령 임명 단 28시간 만이다. 경찰청은 자녀와 관련된 사생활이라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 최종 후보로 추천한 경찰청은 아들의 학폭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미 2018년 관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고 이듬해 대법원 판결도 나왔던 만큼, 경찰청의 해명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 변호사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번지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인사검증은 경찰청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2월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해 있다. ⓒ박은숙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2월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해 있다. ⓒ박은숙 기자

법무부→공직기강비서관실→대통령…檢·檢·檢 검증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1차 검증은 한동훈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이 책임지고 있다. 정부 출범 한 달 만인 지난해 6월7일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검증’을 내걸고 전격 신설된 조직이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밀실’에서 진행하던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양지’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당시 정부가 밝힌 신설 배경이었다.

하지만 인사정보관리단은 출범 이후 줄곧 검증 기준과 능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이곳의 검증을 거친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과거 교수 시절 성희롱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한 장관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관련 논란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인지하고도 문제 삼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한 장관은 이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검사 출신인 정순신(5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지난 24일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연합뉴스
검사 출신인 정순신(5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지난 24일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연합뉴스

특히 현 정부 들어 고위공직자 자리에 검찰 출신들이 다수 임명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1차 검증을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검찰 출신들로 채워져 있어 논란이다. 실질적인 수장 한동훈 장관을 비롯해 조직 내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파견 검사가 다수 재직하고 있다. 당초 약속했던 ‘투명하고 공정한 검증’에 대해 우려가 드는 지점이다.

이번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인사검증을 진행했는지에 대해 법무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극도로 답변을 아끼고 있다. 인사정보관리단이 고위 공무원을 무조건 검증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실의 의뢰가 있을 때마다 개별적으로 검증하고 있다는 게 이번 사태에 대한 법무부의 답변이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1차 검증이 이뤄지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2차 검증을 실시한다. 이곳의 책임자는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역시 검찰 출신의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이다. 이 비서관은 2014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대구고검으로 좌천됐고, 그 때 윤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왔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검증을 마친 후보자는 윤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돼 임명 여부가 결정된다.

이처럼 정부의 인사검증 과정 전반이 ‘검찰 일색’이다 보니,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라는 기존 취지와 달리 오히려 검증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검증 책임자들이 몸 담았던 검찰 조직은 상명하복 분위기가 강한 만큼, 윤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으로 측근 인사를 추천하더라도 이들이 제대로 견제하고 검증하지 못할 거란 시각도 제기된다. 바로 이러한 특성 탓에 인사 실패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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