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인사검증 3단계 책임자 모두 검찰 출신…‘상호 견제’ 의문
국가수사본부장(이하 국수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25일 낙마했다. 대통령 임명 단 28시간 만이다. 경찰청은 자녀와 관련된 사생활이라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 최종 후보로 추천한 경찰청은 아들의 학폭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미 2018년 관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고 이듬해 대법원 판결도 나왔던 만큼, 경찰청의 해명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 변호사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번지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인사검증은 경찰청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법무부→공직기강비서관실→대통령…檢·檢·檢 검증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1차 검증은 한동훈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이 책임지고 있다. 정부 출범 한 달 만인 지난해 6월7일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검증’을 내걸고 전격 신설된 조직이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밀실’에서 진행하던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양지’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당시 정부가 밝힌 신설 배경이었다.
하지만 인사정보관리단은 출범 이후 줄곧 검증 기준과 능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이곳의 검증을 거친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과거 교수 시절 성희롱 논란으로 낙마하면서 한 장관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관련 논란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인지하고도 문제 삼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지만 한 장관은 이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고위공직자 자리에 검찰 출신들이 다수 임명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1차 검증을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검찰 출신들로 채워져 있어 논란이다. 실질적인 수장 한동훈 장관을 비롯해 조직 내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파견 검사가 다수 재직하고 있다. 당초 약속했던 ‘투명하고 공정한 검증’에 대해 우려가 드는 지점이다.
이번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인사검증을 진행했는지에 대해 법무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극도로 답변을 아끼고 있다. 인사정보관리단이 고위 공무원을 무조건 검증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실의 의뢰가 있을 때마다 개별적으로 검증하고 있다는 게 이번 사태에 대한 법무부의 답변이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1차 검증이 이뤄지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2차 검증을 실시한다. 이곳의 책임자는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역시 검찰 출신의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이다. 이 비서관은 2014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대구고검으로 좌천됐고, 그 때 윤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왔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검증을 마친 후보자는 윤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돼 임명 여부가 결정된다.
이처럼 정부의 인사검증 과정 전반이 ‘검찰 일색’이다 보니,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라는 기존 취지와 달리 오히려 검증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검증 책임자들이 몸 담았던 검찰 조직은 상명하복 분위기가 강한 만큼, 윤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으로 측근 인사를 추천하더라도 이들이 제대로 견제하고 검증하지 못할 거란 시각도 제기된다. 바로 이러한 특성 탓에 인사 실패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