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 급증’ 칠레, 국경지대 병력배치 검토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2.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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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대다수 베네수엘라 출신…원주민과 갈등 이어져
“추방 확대 美 대신 칠레 택한다” 분석도
칠레 북부 타라파카주(州) 이키케에서 주민들이 지역의 치안 강화를 요구하며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 ⓒ EPA=연합뉴스
칠레 북부 타라파카주(州) 이키케에서 주민들이 지역의 치안 강화를 요구하며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 ⓒ EPA=연합뉴스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 행렬이 끊이지 않으면서 칠레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26일(현지 시각) 엘메르쿠리오와 라테르세라, 비오비오칠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는 이번 주부터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 지대 보안 강화를 위해 육군 군병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카롤리나 토하 내무장관은 “월요일(27일)에 병력을 배치하기 위한 장소들을 둘러볼 것”이라며 타라파카주, 안토파가스타주, 아리카이파니라코타 주 등 북부 국경 지역이 그 대상지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급증세를 보이는 불법 이주 행렬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 조처다.

볼리비아와 맞닿은 국경도시인 콜차네의 하비에르 가르시아 시장은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승인되지 않은 통로를 통해 매일 최대 400명의 불법 이민자가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에서 비교적 경제·사회적으로 안정된 칠레엔 볼리비아와의 육로 국경을 통한 밀입국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 이민자 상당수는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이민자는 최근 1년 새 지속해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입국자 즉각 추방을 확대한 미국 정부 방침 속에 멕시코까지 가기를 포기하고 차선책을 선택하는 기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민자들은 칠레 접경에 도착하자마자 천막촌을 세우는가 하면 거리를 다니며 먹거리를 얻거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굶주림이나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부 지역으로의 이주민 행렬 증가가 칠레 사회의 문제가 된 지는 이미 수년째다.

지난 2021년 9월에는 급증하는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들에 분노한 칠레 북부 주민 수천 명이 이민자들의 천막과 소지품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인권단체 등 국제사회에서는 이들의 반(反)이민 시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정권 말기 세바스티안 피녜라 정부의 방관 속에 불법 이주자에 대한 원주민 불만이 폭증하고 불법 이민 반대 시위가 이어지던 중 지난해 2월에는 이주민 3명이 현지인 화물차 운전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칠레 정부는 그제야 북부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600m 길이 도랑을 팠지만, 마약 카르텔과 밀수꾼들이 다리를 지으면서 이 같은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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