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동지들’에 ‘정치 절벽’ 내몰린 이재명
  • 박성의·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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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139명, 반대 138명…李 체포동의안 ‘가까스로’ 부결
비명계 일각 ‘사퇴 요구’ 목소리…“당내 분화 심화될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부결됐다. 이로써 이 대표는 ‘야당 대표 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다만 민주당 내 미묘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던 것과 달리 상당수의 이탈표가 발생하면서다.

야권 일각에선 향후 비이재명계가 이 대표의 ‘당 대표직 사퇴’를 촉구할 수 있단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비명계 의원 일각에선 검찰이 새로운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경우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단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당내 ‘계파 갈등’의 우려도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소환 조사를 받기 앞서 입장 표명을 마친 뒤 검찰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소환 조사를 받기 앞서 입장 표명을 마친 뒤 검찰 청사로 들어가는 모습 ⓒ 연합뉴스

뜻 모았다더니…‘이탈표’ 단속 실패한 민주당

이날 체포동의안 표결 전까지 민주당은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표결 전날(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사독재 정권의 야만과 사법 사냥에 단호히 맞서겠다. 검찰의 정치 영장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민주당은 단독으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힘’이 있었다. 체포동의안은 국회 재적의원(299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민주당 의석은 169석으로 단독 부결이 가능하다.

이 대표도 이날 표결에 앞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신상발언에서 “수사가 사건이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다. 목표물을 잡을 때까지 하는 사법 사냥”이라며 “주권자를 대신해 국회가 내릴 오늘 결정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달려있다.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대해 여러분께서 엄중한 경고를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기대와 사뭇 다른 개표 결과가 발표됐다.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무효표는 11표다. 민주당 의석수를 고려하면 최소 32석의 이탈 표가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상정에 대한 신상발언을 마친 뒤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상정에 대한 신상발언을 마친 뒤 민주당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당후사 정신 되새겨야”…李 결단 바라는 비명계

민주당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압도적 부결’에 실패하면서 이 대표 리더십에도 금이 갔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명계 의원 일각에선 검찰이 새로운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경우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단 전망도 나온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표결 결과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당장 입장을 말하기도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다른 의원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라며 “연루된 혐의를 이 대표가 깨끗하게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정치 절벽’에 몰렸다는 우려 섞인 평가도 나온다. 압도적인 ‘당심’으로 당대표에 당선됐지만, 당내 비명계 의원들의 신임을 얻진 모양새여서다. 이에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가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선당후사(先黨後私·개인의 안위보다 당을 위해 희생한다)의 정신으로 당대표직을 스스로 내려놓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민주당에 외풍이 세게 불었다면 앞으로는 내풍이 세게 불어 닥칠 것”이라며 “원래 내부 분열이 제일 어려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친명‧비명 간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이 훨씬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갈등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비명계에서 (체포동의안에) 반대해 준 이유가 공소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만약 부결시켜주면 이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란 희망도 있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그런데 또 다른 건이 터져 나온다면 당내 분화가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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