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버틸 힘 없다” 경산시 버스회사들 경영악화 ‘절규’
  • 최관호 영남본부 기자 (sisa523@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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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 준준공영제 만이라도”...확실한 재정지원 ‘절실’
경산시청ⓒ경산시
경산시청 전경 ⓒ경산시

경북 경산시 소재 버스회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인근한 대구시, 영천시와 환승제로 통합됐지만 지자체의 지원면에서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고 승객까지 감소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다. 

2009년 1월17일부터 대구-경산 간 첫 환승제가 시행됐다. 그로부터 10년 후, 2019년 8월13일부터 그 범위가 영천까지 확대됐다. 이에 대구-경산-영천은 버스환승제로 통합됐다.

대구시와 영천시 사이에 있는 경산시는 도·농 복합도시로 시내버스와 농어촌버스가 합쳐진 형태로 29개 노선에 200여대 차량이 운행 중에 있다. 그 중 일부 노선은 대구 시내버스와의 공동 배차를 통해 농촌 깊숙한 곳에서 도심까지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이처럼 경산지역 버스는 대구·영천과 동일 요금에 또 대구와 지하철 통합 환승 체계도 함께 적용하는 등 환승제의 한 축을 맡아 도시와 농촌을 잇는 서민들의 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경산은 대구·영천과 큰 차이점이 있다. 대구시는 버스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고 영천시는 준준공영제를 도입했지만 경산시 버스회사는 민영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는 시내버스회사의 수익금은 지자체로 귀속되고 운행 시내버스의 수에 따른 임직원과 운영경비를 제한하며 운송원가에서 수익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액 보전해 주는 ‘수입금 공동 관리형’ 방식이다. 수입금 공동 관리형 방식은 버스운행은 각 버스회사가 맡되, 의사결정이나 책임은 지자체가 지게 된다. 2023년 현재 서울시와 광역도시 및 제주도가 도입해 시행 중인데, 광역시 중 유일하게 미 시행 중인 울산도 올해 하반기부터 전격 도입할 예정이다. 

최근 일부 중소도시에서는 준준공영제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포항시와 경주시·영천시가 이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준준공영제는 민간버스회사에 일정 금액을 먼저 보전하고 연말 회계감사 및 정산을 통해 손실이 나면 지원하고 넘치면 환수하는 방식이다. 임금협상을 노조와 회사가 진행하는 것이 준공영제와 다른 점이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대구와 영천과 달리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경산시 버스회사들의 재정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경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2023년 경산시에 운행하는 버스 205대에 126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임금은 항목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산지역 버스 관계자는 “현재 기사들의 근로시간은 주 52시간으로 월 평균 급여는 300만원 수준”이라며 회사 경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의 하나인 인건비에 대한 시의 재정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2023년 대구시의 총 운영 버스 1561대이며 준공영제 예산의 인건비 예산은 2900억원이 책정돼 있다. 이를 월 평균 세전 임금으로 환산하면 459만원을 받는 셈이다. 또한 영천시는 올해 총 73대의 버스 예산은 89억원으로 월 평균임금은 350만원 정도다. 

이처럼 민영으로 운영되는 경산시 버스회사 운전 종사자들은 타 지역보다 임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경산시 버스기사들은 경산에서 2~3개월 일을 하다가 대구의 버스회사로 이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바로잡지 못하면 경산은 대구 소재 회사로 옮겨가는 도로 연수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그치지 않는 이유다. 

대구, 영천과 환승제 통합 이후 경산 버스회사들은 노선취약지역과 10개의 지역 대학을 포함 도농지역 곳곳을 누벼왔다. 하지만 경산시 소재 대학교는 학생 지원 감소로 폐교가 잇따랐고, 이에따라 버스의 주요 승객이었던 대학생들까지 줄어들면서 경영악화로 연결됐다.

반면 지자체는 버스회사들에게 노선취약지역 운행 확대와 지하철·버스 환승 체계를 요구하고 저상버스와 친환경 버스 증차 등과 같은 시민교통편의 제공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경산시 버스회사들은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호소하며 시의 특성과 현실에 부합하는 버스 재정지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노선취약지역인 경산 남천을 운행하는 경산지역버스의 모습ⓒ시사저널 최관호
노선취약지역인 경산 남천을 운행하는 경산지역버스의 모습 ⓒ시사저널 최관호

경산시 버스회사들은 “현재 경산 시내버스 운수 종사자들의 경우 하루 16시간 근무하고, 다음날 쉬는 전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며 “16시간씩 운전을 하는데 더 나은 서비스까지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버스 회사는 시의 보조금을 받고 운영하는 만큼 단순히 개인회사를 넘어서 준공영제로서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경산시 행정은 버스 이동권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간단히 버스요금 인상을 하면 재정 극복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여러 지자체와의 환승제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역 행정에서 지시한 대구·영천과의 환승제와 노선 취약지에 대한 버스운행에 지차제의 실질적은 지원을 원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조현일 경산시장은 “시민의 발이 되는 버스회사의 안정적인 경영 안정화를 위해 시에서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며 “준준공영제 도입 또한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사저널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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