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부결? 나쁠 게 없다”…정부여당의 ‘이재명 셈법’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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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일각, 체포동의안 정국 장기화 전망에 “총선서 질 자신이 없다”
‘이재명 없는 민주당’엔 위기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정치권엔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민주당 내 ‘무더기 이탈 표’로 상처 난 이 대표의 리더십을 두고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어서다. 초침은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내년 총선에 맞춰졌다. 야권이 이 대표 거취 논란에 휩싸인 사이, 여권은 민심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여의도 정치권은 전날 이뤄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의 후폭풍을 겪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압도적 부결’을 공언했던 것과 달리, 실제 표결에선 대규모 이탈 표가 확인됐다. 민주당 의석수(169석)를 고려하면 최소 31석의 이탈 표가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기권(9표)과 무효표(11표)까지 합치면 찬성표(139표)는 가결 기준인 150표를 넘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효표 논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로선 최상의 결과”…‘함박웃음’ 못 숨기는 與

표결 직후 포착된 모습에서 여야의 상반된 처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함박웃음을 짓는 표정이 다수 관측된 반면, 민주당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국민의힘은 부결 결과에 “민주당이 범죄자 방탄에 앞장섰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물밑에선 “우리로선 최상의 결과”라며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는 체포동의안 정국이 장기화할 것을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쪼개기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게 거론돼서다. 당장 법조계에선 검찰이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정자동 호텔부지 특혜 의혹 등으로 추가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체포동의안 정국이 길어지면 여권이 상대적 수혜를 입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체포동의안 정국 속에선 부결을 당론으로 정할지, 기소 시 당직 사퇴를 규정한 당헌80조를 어떻게 해석할지 등을 두고 민주당 내 계파 싸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체포동의안 정국이 장기화하는 게 우리로선 나쁘지 않다. 민주당에 ‘이재명 방탄’ 프레임이 씌워질수록 여론전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野 이재명 거취 논란 속 與일각 벌써부터 ‘총선 압승’ 자신

특히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야권보다 2024년 총선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갖출 전망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심(尹心) 논란으로 일부 파열음이 일었으나, 국민의힘은 오는 3월까지 총선에 대비한 지도 체제를 빠르게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야권은 체포동의안 표결로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이 가시화하면서, 이 대표의 거취와 오는 4월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를 두고 진통이 예상되는 상태다.

때문에 여권에선 일부 자신감이 읽힌다. 국민의힘 대변인 출신 관계자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속에선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질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당 사정에 밝은 당협위원장 출신 관계자도 “윤심 논란으로 국민의힘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게 사실이지만 전당대회 이후 빠르게 수습할 수 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있는 한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이 우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긴장을 놓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이 이 대표 거취 논란을 매듭짓고 비명계 중심으로 체제를 재정비한다면 확장성 측면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없는 민주당, 친명(친이재명)이 주도하는 민주당이 아니라 비명계가 주도하는 훨씬 확장성 있는 민주당과 총선을 치러야 한다면 그게 훨씬 더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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