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흠 있는 인물을” 정읍시, 시장 측근 정책협력관 채용 논란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2.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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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협력관직 신설…갑질·비리 전력의 전직 전북도의원 채용
‘내사람 심기 인사’ 입살…정읍시 “채용 과정에서 하자 없어”

전북 정읍시가 최근 단행한 별정직 인사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읍시가 정책협력관직을 신설한 뒤 갑질과 비리 전력의 전 전북도의원 출신 인물을 채용하면서다. 시는 민선 8기 역점시책 추진을 위한 ‘대외협력 기능 강화 목적’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역정가 안팎에서는 정읍시가 조례까지 바꿔가면서 ‘시장 측근 챙기기’를 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전북 정읍시가 최근 단행한 별정직 인사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읍시가 정책협력관직을 신설하고 갑질과 비리 전력의 전 도의원을 임명하면서다. 정읍시청 전경 ⓒ시사저널
전북 정읍시가 최근 단행한 별정직 인사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읍시가 정책협력관직을 신설하고 갑질과 비리 전력의 전 도의원을 임명하면서다. 정읍시청 전경 ⓒ시사저널

28일 정읍시에 따르면 A 전 전북도의원은 2월 1자로 5급 별정직인 정책협력관에 임명돼 총무과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책협력관은 민선 이후 처음이다. 민선 8기 역점 시책에 대해 선제적이고 정책적으로 대응하고, 국비 확보 등을 위해 전북도나 중앙부처와의 가교 역할을 맡기기 위해 신설했다는 것이 정읍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도의원 시절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 정책협력관에 임명되면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A협려관은 지난 2015년 해외연수 중에 수행 직원에게 밤중에 컵라면을 끓여오라 했는데 말을 듣지 않으니 힘들 줄 알라는 등의 갑질로 민주당 당원자격정지 1년, 의회출석정지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게다가 재량사업비 관련 비리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도의원 직에서 물러난 적이 있어 적합한 인물인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채용 배경도 석연치 않다. 이 시장의 ‘입맛 맞춤 인사’라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전주출신인 A씨는 10대 전북도의원 시절 이학수 현 시장과 한솥밥을 먹었던 것 외에는 거주나 근무경력 등에서 정읍과 연관성이 없다. 이에 따라 명목상 이유는 대외협력 강화이지만 지역기반과 정서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때 맺어진 인연으로 자리를 꿰찬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부에선 이 시장이 정치적으로 휴지기를 맞고 있는 A협력관에게 도움의 손길 내밀었고, 그는 정읍시 공직을 이용해 차기 지방선거 출마 위한 지렛대로 삼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채용 시점 또한 의혹을 사고 있다. A협력관은 2018년 1월 형이 확정됐다. 이 때문에 5년간 공직에 임명될 수 없는데 지난 1월 중순 5년이 경과하자마자 채용된 것이다. 시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지난 12월 급하게 조례를 개정해 별정직 정원을 늘린 뒤 1월 조직개편과 함께 채용을 내정하고, 형 확정 5년이 지나자마자 자리를 내줬다는 지적이다. 

정읍시 정책협력관 자리에 과거 갑질과 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이 임명되자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의당 정읍시당이 시청 건너편 도로변에 내건 현수막 ⓒ시사저널 정성환
정읍시가 신설한 정책협력관 자리에 과거 갑질과 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이 임명되자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의당 정읍시당이 시청 건너편 도로변에 내건 현수막 ⓒ시사저널 정성환

공직사회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정읍시가 별정직 공무원 임용 제도를 입법취지와는 달리 측근 등 내 사람을 심는 방편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이 정책협력관을 별도로 채용한 것은 공직사회에 위화감 조성은 물론 공무원에 대한 불신과 자신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전직 공무원 출신 김아무개(63)씨는 “5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20년 이상을 근무해야 하고, 그나마 5급 사무관을 달고 퇴직하는 공무원은 채 10%도 안 된다”며 “임기와 급여 등 예우 수준을 떠나 선거를 도왔거나 측근 등이라는 이유로 ‘낙하산식 임용’을 하는 것은 공직사회에 박탈감을 주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시정 난맥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정읍시는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인사권과 각종 인허가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시장 측근이 정책협력관으로 일하는 것은 직함과 상관없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읍의 한 시민은 “과거 비리로 형이 확정된 인물을 정책보좌관에 채용한 것은 혁명의 도시, 저항의 도시 정읍시 정체성에도 맞지 않다”며 “젊고 유능한 지역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측면에서 발탁인사를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굳이 흠 있는 정치인을 외부에서 데려와 임명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읍시 관계자는 “A 협력관 채용과정에서 절차에 따라 관계기관에 신원조회를 의뢰했고, 결격사유가 없다는 통보를 받는 등 하자가 없었다”며 “시장님께서 과거보다는 능력을 보고 기회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시정 개입 등 월권행위 우려에 대해선 “정책협력관은 직책 상 일반 행정에는 개입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우려한 폐단이 나타난다면 인사권자가 결단하지 않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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