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부활 키워드는 ‘상생’…‘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컨설팅’ 이어갈 것”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7 10:05
  • 호수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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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유빈 서울대학교 자영업자 컨설팅학회 ‘티움’ 회장

위기는 대학가 골목을 파고들었다.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린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비대면의 시기는 대학가 상권의 자영업자들에게 끝나지 않는 겨울방학과도 같았다. 대학가 명물로 불리던 맛집들이 문을 닫고, 학생들이 간직했던 추억의 장소가 사라져 갔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모두가 대학 상권의 몰락을 말할 때, 활력을 되찾은 상권이 있다. 간판도 눈에 띄지 않던 주점은 동아리 회식의 대표 장소가 됐고, 타코야키 가게는 온라인 검색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손님이 부쩍 늘어났다. 인근 직장인까지 유입되며 단골손님이 늘어난 식당도 있다.

서울대학교 주변 샤로수길부터 관악구 행운동, 대학동을 아우르는 상권의 긍정적인 변화. 90곳이 넘는 업체가 다시 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학생들이 있다. 그들의 눈높이로 매장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상권을 분석하고, 마케팅 방안을 내놓는다. 자신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대학 상권과 골목상권을 살리고, 나아가 지역경제 전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서울대학교 경영 컨설팅학회 ‘티움’이다. 대학생들은 어떻게 쇠락한 상권을 되살리고 있을까. 학생들이 주축이 된 컨설팅은 어떤 영향력을 만들어낼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컨설팅’을 이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김유빈 티움 회장을 통해 들어봤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티움은 어떻게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컨설팅에 참여하게 됐나.

“티움은 쇠퇴하는 골목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2011년 만들어진 경영 컨설팅학회다. 서울대학교 캠퍼스타운, 생활상권단과 연계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분들을 돕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행에 옮겨 사회에 공헌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티움은 ‘영세자영업자 컨설팅’과 ‘상권 활성화’ 두 분야로 나눠 운영된다. 영세자영업자팀은 팀당 1~2곳의 업체를 맡아 업체 특성에 맞게 컨설팅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고, 상권활성화팀은 서울대 주변 대학동과 행운동 상권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경영 컨설팅학회에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인 이유는 무엇인가. 컨설팅과 관련된 교육도 진행되나.

“컨설팅에는 경영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트렌드를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하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여 제시하는 여러 인사이트가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전공에 상관없이 학회원을 모집한다. 컨설팅 방법과 상권분석 기법, PPT 제작에 이르기까지 활동에 필요한 모든 내용을 교육하고, 직접 현장에서 배운 선배들의 노하우도 전달한다. 실전 컨설팅을 하기 전에 연습과 피드백을 경험하는 에듀세션도 진행된다. 온라인 마케팅, 상권 특색 찾기, 자영업 운영 전반에 대한 전문가 강연 등을 통해 구체적인 컨설팅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선정된 업체들은 어떤 곳인가. 또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음식점, 카페, 애완동물 사료 전문점 등 다양한 업체들이다. 매년 정해진 수의 두 배 이상 신청이 들어오기 때문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업체를 선정한다. 컨설팅이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주로 살핀다. 올해는 ‘구체적인 목표’와 ‘변화에 열린 자세’를 우선적으로 평가했고, ‘업무에 대한 책임의식’도 고려했다.”

최근 침체된 대학가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티움도 관악구와 연계해 진행하는 부분이 있나.

“관악구와 연계된 캠퍼스타운에서 컨설팅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컨설팅 교육을 위한 전문가 섭외 등 다방면에서 도움을 받는다. 관악구와 우리에겐 ‘상권 활성화’라는 공통된 목표가 있다. 행운동 생활상권을 홍보하는 것에도 구가 도움을 주고 있고, 원데이클래스 등 상권 활성화 사업을 협업해 진행하기도 한다. 관악구청 교육분과에서는 티움의 활동 시간을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해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서울대학교 자영업자 컨설팅학회 ‘티움’
서울대학교 자영업자 컨설팅학회 티움의 학회원들 ⓒ티움

컨설팅 진행 과정도 궁금하다.

“경쟁사와 모범사 분석, 업체 현황분석, 상권분석을 통해 컨설팅 방안을 만들고 클라이언트 미팅을 통해 확정을 받는다. 중간총회 때 경과보고를 하면서 전문가의 피드백이 이뤄지고, 기말총회 때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낙후된 시설 교체 비용 외 이벤트 비용이나 오프라인 마케팅을 위한 물품 제작 등에 사용되는 비용은 캠퍼스타운을 통해 지원받고 있다.”

서울대 학생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티움을 거쳐 간 곳들이 있나.

“‘우리 지금 만나’는 서울대생이라면 반드시 알 수밖에 없는 낙성대역 주점이다. 접근성 좋은 곳에 있지만 가게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다. 티움의 컨설팅을 통해 간판을 다시 제작하고, 매장의 콘셉트를 설정하고,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했다. 또 온라인 홍보를 통해 학생들에게 가게를 알렸고, 재방문 프로모션 등을 통해 방문객을 늘렸다. 지금은 동아리나 과 회식을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됐다. 지난주에도 ‘우리 지금 만나’에서 동아리 회식을 했다.”

컨설팅 이후 방문자 수나 인지도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유의미한 변화가 이뤄졌나.

“학생들은 검색을 통해 식당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 고객이 유입될 수 있도록 네이버 플레이스나 카카오맵 등 포털사이트 정보를 수정하고, 사진과 소개글 등을 올려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대표적인 곳이 타코야키 가게다. 네이버 플레이스 월간 검색량은 기존 한 자릿수에서 320 이상으로 증가했고, SNS 계정을 통한 마케팅 이후 주 평균 방문 횟수와 신규 유입 수가 550 이상으로 늘어났다. 메뉴판도 가게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교체했고, 배달 전용 스티커도 제작했다. 눈에 잘 보이는 입간판과 포스터 등을 제작해 오프라인 홍보를 한 음식점에는 인근 구청 직원들까지 유입됐다. 지금은 장부까지 작성해 관리할 정도로 단골손님이 증가했다고 한다.”

서울대 자영업자 컨설팅학회 티움 ⓒ티움 제공
서울대 자영업자 컨설팅학회 티움 ⓒ티움 제공
티움이 컨설팅 미팅을 진행하는 모습 ⓒ티움 제공
티움이 컨설팅 미팅을 진행하는 모습 ⓒ티움 제공

 

컨설팅 과정의 분위기와 자영업자들 만족도는 어떤가.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컨설팅이기 때문에 차별화되는 장점이 있다면.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 형성된 라포(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 또는 신뢰관계)가 있다. 컨설팅 분위기도 편안하다. 프로젝트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자영업자분들의 만족도도 높다. 대학이 중심이 되는 상권이고 대학생이 주요 소비층이니만큼, 대학생 눈높이로 접근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제시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특히 SNS나 인터넷을 어렵게 여기는 자영업자분이 많은데, 그 방면에서도 도움을 드리려 하고 있다. 같은 학교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채널에 홍보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노력과 비용 대비 효과도 크다. 이번에 컨설팅을 신청해 주신 한 자영업자분의 신청 사유가 ‘옆 가게 사장님 추천’이었다. 대학 상권 내 티움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실감했다.”

‘양보다 질’ ‘핫플레이스’ 등을 선호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가 기존 대학 상권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적합한 컨설팅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컨설팅을 시작하기 전에 서울대학교 학생들과 상권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소비자 인식과 니즈를 미리 파악한다. 변화를 꺼리는 사장님들도 설득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추진하거나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하는 등 대학 상권의 주 소비층을 직접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티움 제공
티움이 행운동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진행한 이벤트 ⓒ티움 제공

‘지역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에도 나섰다. ‘행운동 원데이 클래스’ 등 지역 상권을 전체적으로 살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프로젝트들을 구상했는데.

“행운동이나 대학동은 샤로수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상권이다. 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상권 인식 조사를 진행했는데, ‘행운동’이라는 지명은 알고 있지만 어디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곳들도 함께 알려 구의 균형 있는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원데이 클래스를 행운동에서 열어 그 동네를 방문하게 하고, 쿠폰을 제공해 행운동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고자 했다.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학교 곳곳에 붙인 포스터를 통해 행운동에 대해 인식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올해는 경기 침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올해 티움의 ‘주력 키워드’는 무엇인가.

“‘상생’이다. 자영업자 한 분, 가게 하나를 돕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주변 가게들도 같이 잘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몇몇 가게가 유명해지면 상권이 활성화되고, 그 상권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올해는 행운동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컨설팅과 상권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티움 활동을 하면서 가장 의미 있다고 느낀 순간은.

“자영업자분들이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다.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도 보람차지만, 그분들의 진심이 담긴 한마디가 활동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경영학적 전문성과 로컬 친화성을 바탕으로, 티움은 앞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컨설팅’을 이어갈 것이다. 대학 상권과 티움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지역 예술가와 손잡고 ‘리모델링’ 나선 관악구

식당의 외벽에 벽화가 담기고, 가게 앞 공간에 화단이 꾸려진다. 노후된 간판이 새롭게 교체된다. 서울 관악구가 진행하는 아트테리어 사업이다. 지역 예술가와 협력해 가게 내·외부 환경과 상품 브랜딩 등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인 아트테리어 사업도 관악구 지역에 활기를 더한다. 관악구는 2019년부터 이 사업을 통해 지역 상권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 예술가 407명이 참여해 1265곳의 점포를 꾸몄다. 올해는 3월20일까지 신청을 받아 근로자 5인 미만의 소상공인 매장형 점포 300곳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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