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선거보다 치열…‘예측불허’ 與 최고위원 선거, 어디로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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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순위 10%P 내외로 접전…親尹 근소한 우위
대표 무너뜨릴 수 있는 ‘막강 권한’…非尹 운명도 걸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만큼 최고위원 네 자리를 두고도 경쟁이 치열하다. 전당대회까지 단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최고위원 판세는 여전히 예측불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8명의 후보들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 혼전 양상이다.

이에 친윤석열계·비윤석열계 모두 최고위원 선거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차기 최고위원들이 ‘이준석 사태’처럼 지도부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서다. 여권 일각에선 당 대표 선출과 별개로 최고위 구성에 따라 당내 계파의 명운이 갈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들이 27일 강서구 한 스튜디오에서 방송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영삼, 김병민, 조수진, 김용태, 정미경, 허은아, 태영호, 김재원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들이 27일 강서구 한 스튜디오에서 방송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영삼, 김병민, 조수진, 김용태, 정미경, 허은아, 태영호, 김재원 후보 ⓒ연합뉴스

조수진·민영삼 강세 속 혼전…‘1인2표’ 등 변수 多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 판세는 전반적으로 친윤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만 후보들 간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내외다. 근소한 차로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2월27~28일 국민의힘 지지층 4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2일 발표, 응답률 2.7%, 무선 100% RDD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선 조수진 후보가 15.7% 지지율로 선두를 기록했다. 여기에 민영삼(15.6%), 김재원(12.0%)도 상위권에 안착했다. 이어 김병민(7.6%), 허은아(7.6%), 태영호(6.4%), 김용태(6.3%), 정미경(4.8%) 후보 순으로 뒤를 이었다.

다른 여론조사도 근소한 순위 변동은 있지만 친윤 강세였다. CBS노컷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2월24~26일 국민의힘 지지층 6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2월27일 발표, 응답률 2.7%, 무선 100% RDD,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0%포인트)에선 민영삼 후보가 16.4%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조수진(15.9%), 김재원(12.7%), 김병민(10.3%), 태영호(10.2%), 정미경(6.4%), 허은아(5.5%), 김용태(4.4%)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일각에선 최고위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이날 진행되는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와 선거운동을 통해 지지율이 뒤바뀔 가능성이 충분하단 관측이 나온다. 당대표 선거처럼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만으로 쉽사리 예측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란 분석이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다른 ‘변수’들도 존재한다. 최고위원 선거 방식이 당원 1인당 2표를 행사할 수 있는 점도 친윤계에겐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윤계는 허은아·김용태 후보 2명밖에 없어 당원들에게 표심을 집중시켜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며 “반면 친윤계 후보 5명은 두 표를 놓고 본인들끼리 경쟁해야해 표가 분산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고위원 선거 당선자 4명 중 한 명은 여성 후보의 몫인 점도 변수다. 만약 상위 득표자 4명이 모두 남성일 경우 여성 후보자 중 최다 득표자가 최고위원이 되는 셈이다. 결국 여성인 조수진·허은아·정미경 후보는 세 명 중에서 1위만 차지해도 지도부에 입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준한 교수도 “당대표는 몰라도 이번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예측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非尹 운명은…“천아용인 다 떨어지면 끝” vs “이미 영향력 입증”

정치권에선 ‘오리무중’인 이번 최고위원 선거의 결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고위원 5인(청년 포함) 중 4인 이상이 사퇴 시 지도부를 무너뜨리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가 개정됐기 때문이다. 당대표가 최소 2인의 최고위원을 우군으로 확보해야만 안정적 당무 운영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결국 최고위원 구성에 따라 친윤계와 비윤계의 운명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의도와 달리 지도부에 비윤계가 포진될 경우 지도부 내 의견차로 최고위원회의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반면 비윤계에서 최고위원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다면 비윤 진영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친윤계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가 노력했는데도 ‘천아용인’이 지도부 입성에 전원 실패한다면 그들이 더 목소리를 낼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다만 전당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비윤계 후보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4인방의 영향력이 이미 입증했다는 주장도 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반윤 선봉에 섰던 지도부 출마자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선전했다는 사실만으로 절반은 성공을 거둔 것”이라며 “이들 중 몇 명이 당선되느냐를 떠나서 앞으로 비윤, 반윤의 목소리가 조직화되고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만약 ‘천아용인’ 중 한 두 명만 지도부에 입성해도 친윤계 핵심부 입장에선 상당히 껄끄럽고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이들 전원이 탈락한다 해도 밖의 제한된 영역에서 꾸준히 본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친윤계와 비윤계 간 골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두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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