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 이전 추진에 이동걸 전 회장 “뼈아픈 손실 초래할 것”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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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정치 금융기관 돼서는 안돼”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 ⓒ연합뉴스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 ⓒ연합뉴스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이 “산은을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본점 부산 이전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이 전 회장은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국제 금융 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산은은 정책 금융기관으로 정치 금융기관이 돼서는 안 된다. 산은은 산업과 금융 발전이라는 정책적 목적이 항상 우선돼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산은 본점은 기업이 찾아오기 좋은 곳, 금융 인프라가 집중된 곳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정책 철학을 상시 공유해야 하는 금융당국과 멀리 떨어지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지역 균형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정책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뼈아픈 손실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산은이 ‘시장’과 밀접히 맞닿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런던의 ‘시티 오브 런던’은 런던에서 가장 작은 행정구역임에도 전 세계에서 금융인 50만 명이 모여 세계를 움직이는 금융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는 모든 금융기관이 한데 모여 집적효과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은은 은행인 동시에 정책을 금융 측면에서 수행하므로 정부와 상시 소통해야 한다”면서 “기업 대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많은 곳과 협업을 해야 하고 구조조정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 대규모 여신을 취급하는 경우에는 법무법인 도움을 받는 일도 생긴다”면서 본점의 서울 잔류 당위성을 설명했다.

현재 산은은 본점 부산 이전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1일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1분기 중 지방이전 대상 기관 지정 프로세스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질적인 이전은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 이후에 가능하며 국회에서 해주실 일이라고 믿는다”며 “(산은도)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당위성을 설명할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산은법 개정에 앞서 지난해 말부터 부산·울산·경남 지역 조직 규모를 확대하고, 지난달에는 15억원의 컨설팅 예산을 책정해놓기도 했다.

산은의 이전 속도전에 노조 측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초 사측의 부산이전 및 인사발령에 대응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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