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향한 尹정부의 일방적 구애? 강제징용 배상 해법 온도 차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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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대승적 결단”이라는데 日은 ‘…’, 피해자는 “안 받겠다”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최종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센 분위기다. 정부 여당은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자평했지만, 일부 피해자와 야권은 “굴욕적 외교 참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 해법안의 핵심인 일본 측의 ‘태도 변화’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 이후에도 일본 측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 사과나 반성 언급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그런데도 정부는 친일 외교 노선에 “조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제74주년 광복절인 8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아베 규탄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일본의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노 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한창이던 2019년 8월15일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아베 규탄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당시 일본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 모습 ⓒ시사저널 박정훈

“한‧일 관계 정상화 못 늦춘다”…尹정부의 親日 노선 드라이브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한‧일 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선 미래 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입장이다.

여당도 일제히 정부의 결정을 두둔하는 반응을 보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해법안 발표 직후 “윤석열 정부는 비판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며 결단을 내렸다”고 옹호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늘 윤석열 정부의 입장 발표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이다. 맹목적인 반일 정서는 오히려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 고립을 자초하며 국익에 치명적 해악을 초래할 뿐 미래를 향하는 데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는 ‘대단하다’는 후문이다. 이번 피해배상 관련 협상도 윤석열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밀어붙였다고 한다. 일각에서 ‘반일 역풍’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한‧일 문제에 대한 철학은 명확하다. 지지율은 신경 안 쓴다”는 취지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13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13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 연합뉴스

미지근한 日 반응? 직접적 ‘사과‧반성’ 언급 피해

강제징용 배상해법의 협상 대상자인 일본 측은 한국 정부의 발표 이후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는 입장을 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엔 일본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명기돼 있다.

다만 일본의 입장 표명이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측 입장 발표의 당사자가 당초 언급됐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으로 급이 낮아진 데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담긴 ‘사죄와 반성’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대신 “계승한다”고 표명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도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반성과 사과를 총리가 직접 말해선 안 된다’는 집권당의 질의에 “양국 외교당국 간에 조율이 이뤄지고 있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도 구체적인 ‘사죄와 반성’ 언급을 피한 대목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최대 외교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해법을 공식 발표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피해자 대리인단, 지원단체 측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최대 외교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해법을 공식 발표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피해자 대리인단, 지원단체 측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 ‘친일파’ 맹공에 일부 피해자는 ‘배상 거부’

특히 이번 배상안에서 일본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의 참여가 담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야권의 맹공이 이어지고 있다. ‘반쪽짜리 해법’이란 취지다. 정부의 배상안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설립해 포스코‧KT 등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으로부터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피해자에 지급하는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으로 배상이 진행된다. 피고 측인 두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은 한‧일 양국 간 논의 중인 청년사업 관련 공동 기금 조성에 참여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야권은 “치욕적인 외교 참사”라고 맹폭했다. 이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는 윤석열 정부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해법안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대일 굴종 외교의 끝판왕”이라고 했고, 고민정 최고위원도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법원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일부도 정부의 배상안을 거부했다.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고, 사죄할 사람도 따로 있는데 (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냥처럼 주는 돈을 받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피해자 측인 강제징용 소송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도 SNS를 통해 “한국 기업 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 채권이 소멸되는 꼴”이라며 “강제동원 문제에는 1엔도 낼 수 없다는 일본의 완승”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피해자의 반응은 정부의 설명과는 대치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날 배상안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그동안 해법 모색을 위해 피해자 및 유족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해왔다”며 “많은 유족께서 우리 정부의 구상에 대해 이해를 표해주셨고 상당수 유족분들은 이 문제가 조속히 종결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했다. 정부는 향후 피해자 유족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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